‘괴물’ 국가에 맞서는 ‘이웃과의 연대’

‘외부세력’이 문제다.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외침도, 평화를 바라는 강정 마을의 외침도, 결국 ‘외부세력’이 문제다.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 ‘희망버스’는  ‘외부세력’의 ‘철없는 행동’이고,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연대는 종북 친북전력을 지닌 ‘외부세력’의 ‘난동’이다. 그렇다. 그들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훼방’이며 ‘난동’이다. 그들은 ‘철없는 시민’을 훈계하고 ‘종북 세력’의 국책사업 방해를 우려한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가장의 소박한 꿈도,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작은 희망에도 그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들의 작은 외침을  ‘자본’과 ‘국가’에 대한 무모한 도전으로 여길 뿐이다. ‘국책사업’이라는 거대한 바위 앞에서 우리들은 위험하고 위태로운 도전을 하는 ‘바보’들이다.

문제는 ‘외부세력’이다.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나, 장밋빛 전망을 던져놓은 그들이다. 오랜 세월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했던 주민들에게 ‘국가’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자유의지를 박탈한 그들이 바로 ‘외부세력’이다. 30명도 안 되는 ‘종북 세력’ 때문에 ‘국책사업’이 안된다고 겁박하는 언론도, 종잇장 같은 기사를 근거로 다시 주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하는 그들이, ‘외부세력’이다. 그들이 우리 삶의 결정권을 쥐려 하고 있다. ‘국토 수호’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자본’의 유혹으로.

그들은 말한다. 모든 것은 적법한 법 집행일 뿐이라고.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법은 절대군주의 명령이 아니다. 어떠한 법도 인간의 존엄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고루한 명제를 거론하지 말자.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악법’을 무기로 국민을 굴복시키고 지배하려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변방의 갈등을 지켜보며 웃음 짓는 그들이 바로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우리는 배웠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지만 강정 마을의 현실은 어떠한가. 경찰청장이 친히 내려와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불순세력’ 색출을 지시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체포되고 구금된다.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틀어막는다.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을 국가는 더 이상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 삶의 결정권을 ‘국가’의 손에 아니라 우리들의 손으로 결정하고 싶다는 소박한 외침조차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들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이 아닌 우리들을 ‘폭력’으로 고발한다. 그들의 폭력은 ‘합법’으로 간주되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우리들의 폭력은 ‘범죄’로 치부된다. 물리적 폭력을 점유한 그들 앞에 우리들의 대항은 무기력하다. 법적 구속력이라는 그들의 무기 앞에 우리들은 기껏 맨손과 목청으로 덤빌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의 저항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는 자들은 가차 없이 ‘불신 지옥’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다. 폭력은 그렇게 일상적으로 우리들의 삶을 조각내고 있다.

‘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강정마을에서 ‘국가’는 어떤 이름으로 우리를 만나고 있는가. 강정에서 ‘국가’는 그들이 지정해 준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국가’가 결정한 일이니 ‘국가’의 명령에 따라야 된다고 한다. 강정에서 ‘국가’만이 유일한 결정권자이며 집행권자이다. ‘국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자들은 국민이 아니다. 국민이 아닌 우리들을 ‘국가’는 물리적 폭력으로 탄압하고 제압한다. 잡아 가두고, 때리고, 짓밟는다. 그것은 ‘국가’의 외피를 뒤집어쓴 ‘약탈’이다. 60여년 전 ‘제주’ 사람 전체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 무책임한 오만과 학살의 재현이다.

‘국가’는 말한다. 말하되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언론과 여론의 이름 뒤에서 추악한 목소리를 감춘다. ‘국가’는 말한다. 강정 마을 문제는 강정 마을 사람들끼리 해결하자고. 위험을 부추기는 ‘외부세력’은 빠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다. 문제의 시작이 누구인가를.

결국 문제는 ‘외부세력’이다. 자신의 오류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자본-국가’ 그들이 바로 외부세력이다. 공권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물리력 앞에서 ‘연대’의 힘으로 뭉쳐 있는 시민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외부세력’이다.

▲ 김동현
‘국가’의 물리적 폭력 앞에 시민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뭉쳤다. 그것은 ‘이웃의 연대’이며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상상력의 힘이다. 강정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도, 강정 마을의 고통과 아픔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힘. 그 ‘연대’의 힘이 지금 강정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고권일, 강동균, 양윤모, 송강호, 문정현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강정과 제주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이웃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종북세력이라고 이야기하지 마라. 그것은 ‘이웃의 연대’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다. 지난 60여 년간도 모자라 섬을 모독하려는 ‘그들’-‘국가’여, 그 잔인한 모독의 나팔을 멈춰라. ‘이웃의 연대’가 나팔을 부러뜨리기 전에. /김동현 국민대 대학원 박사과정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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