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희망자전거제작소 사무총장“예술 입혀 자전거 타는 재미 보여줬더니 값어치를 하더군요”

버려진 자전거와 하천을 되살려 일자리와 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은 쓸모없다 버린 것들에 ‘가치’를 부여해 값어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사회적기업 대구YMCA 희망자전거제작소 이야기다.

▲ 김경민 희망자전거제작소 사무총장. ⓒ제주의소리
김경민 희망자전거제작소 사무총장이 28일 제주시 도남동 한국리더십센터 제주지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서 희망자전거제작소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희망자전거 제작소는 ‘모든 가능한 자전거들의 공장’이다. ‘도심용 투어 자전거’, ‘아트 자전거’, ‘태양광 자전거’, ‘키 높이 자전거’ 심지어 ‘15인승 버스 자전거’까지 만들어낸다. 자전거와 관련된 모든 상상력이 실현되는 곳이다.

자전거들의 ‘꿈 공장’인 희망자전거제작소는 2007년 11월 첫 바퀴를 돌렸다. 김 사무총장은 “최초의 시작은 단순했다”며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기계다. 자전거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자전거는 대구 도심 곳곳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도심 투어용 바이크’는 투어용 버스가 닿지 못하는 골목길 구석구석을 걷기와 비슷한 속도로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지구의 날’에는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꾸민 ‘아트 자전거’ 퍼레이드가 차 대신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꿀벌, 거북이 등 기상천외한 자전거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 희망자전거제작소가 만든 15인승 자전거 버스. ⓒ제주의소리

심지어 15인승짜리 자전거 버스인 ‘버시클(Bus+Sycle)’을 출시했다. 운전자를 포함한 20명이 한 번에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진풍경을 선사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선거 문화의 바람을 일으키는데 자전거가 한몫했다. 화려한 전광판이 달린 트럭 대신 친환경 유세 자전거를 후보자들에게 대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사무총장은 “이 자전거를 임대한 수도권 지역 후보들은 거의 모두 승리했다”고 귀띔했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재미있는 자전거’를 만들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 이들의 슬로건은 ‘△자전거, 도시를 달린다 △자전거, 문화를 입다’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선 저가 자전거가 공급이 많이 돼야 하고 자전거와 문화적 기획을 결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야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전거 타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버려진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넣던 이들이 버려진 하천에도 인공호흡기를 대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대구YMCA가 대구시, 도시개발공사와 2007년부터 시작한 ‘대구 에스파스(dgespaces)’다.

대구 신천 금호강 합류지점의 하천은 사람이 찾지 않는 버려진 땅이었다. 산업 폐기물이 트럭 6대로 실려 나왔다.

▲ 황폐했던 하천 주변에 논을 만들어 모를 심어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곳에 노숙자와 노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논을 만들고 꽃을 심었다. 꽃 모양으로 만든 텃밭은 인근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분양 했다. 주변에 솟대를 꽂고, 정승도 만들었다. ‘큰 벌레(Big-Bug) 프로젝트’로 일꾼들과 함께 거대 사마귀와 귀뚜라미, 거미 등 거대 곤충 조형물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사람만 다닌 것은 아니었다. 땅을 일부 파서 물이 흘러들도록 했더니 습지가 생겼다. 몇 달 후 습지를 중심으로 청개구리와 제비, 잠자리, 왜가리, 장지뱀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찾기 시작했다. 주변에 해바라기를 심었더니 씨가 자랐다. 씨가 여물더니 방울새 수백 마리가 찾아와 이를 먹고 갔다.

김 사무총장은 “생물 다양성이 전체 조경의 목표였다”며 “이를 위한 핵심은 ‘습지 조성’이었다”고 비법을 밝혔다.

그는 “친환경적인 공간개발은 정부 보다 사회적기업, NGO가 돈을 적게 들이고 더 잘 할 것”이라며 “‘장비 중심’으로 생태 공간 디자인을 하면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실제로 생물종은 다양하게 생기지 않는다. 종 다양성을 얻기 위해선 ‘인력 중심’ 복원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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