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캠퍼스 지지부진 속 유치전략 변화 주목
“타 대학 있다”포석 불구 교육부 무관심 '난관'

제주도와 미 조지워싱턴대학이 제주캠퍼스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지 1년이 다되도록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은 채 답보상태에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조지워싱턴대학 제주캠퍼스 설립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자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제주도 당국역시 "외국인대학 유치에 있어 조지워싱턴대학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조지워싱턴대 제주캠퍼스 설립문제가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8월 16일 제주도와 조지워싱턴대학교(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이하 GWU)가 대정읍 구억리 소재 남군 소유의 군유지 115만평을 무상임대해 제주캠퍼스타운을 설립키로 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1년이 다되고 있으나 서로간의 의사타진만 오갈 뿐 구체적인 내용을 잡지 못한 채 복잡하게만 꼬여가고 있다.

# GWU, 제주도가 다 알아서 해달라는 식…제주캠퍼스 설립 진정성 의문

조지워싱턴대는 지금까지 "제주캠퍼스 설립계획은 유효하다"면서 "다만 제주캠퍼스 타운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재단이사회에 심어줄 수 있도록 제주도가 비지니스 플랜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소위 말해서 제주도가 자신들에게 100만평의 부지를 무상임대하는 것 이외에 제주캠퍼스에 투자했을 때 사업적으로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투자계획을 제주도가 대신 짜서 재단을 설득해 달라는 논리이다.

여기에다 GWU는 한국법상 허용이 되지 않는 제주캠퍼스(부지포함)를 담보로 투자자본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땅과 대출형식의 자본, 그리고 제주캠퍼스 플랜까지 제주도가 알아서 해 달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조지워싱턴대 유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도 입장에서 볼 때도 다소 무리한 요구인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2월 GWU가 비지니스 플랜을 세워 재단이사회를 설득해 달라고 요구하자 해외 유명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키로 하고 소요예산 10억원을 국비로 확보하려하고 있으나 이 역시 아직까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제주도, 10억 확보에 허덕…교육인적자원부는 '무관심' 일관

우선 정부차원에서 외국인대학 유치문제를 담당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GWU에 대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 홍역을 치루고 있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비화될 소지가 높은 외국인대학 문제에 대해서는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제주도는 차선책으로 행정자치부에 '특별교부세'명목으로 10억원을 지원받아 비지니스 플랜을 수립한다는 복안을 세워 놓고 있으나 행자부와 기획예산처에서는 "왜 GWU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느냐"면서 난색을 보이는 등 안팎으로 일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GWU실무협상단 제주방문이 몇 차례 연기된데 이어 김태환 지사의 방미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조지워싱턴대가 중국 대련에 분교를 설립키로 했으며, 제주캠퍼스는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오고 있다.

# 美대학 4곳 제주에 투자의사 타진…제주도 "GWU에 연연 않겠다"

이같은 이야기는 GUW의 중국인 학장과 교수들이 중국캠퍼스 타운 설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트락텐버그 총장 아들이 중국에 있는 관계로 GWU가 제주보다는 중국을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제주도 당국역시 "GWU는 중국보다는 제주를 선호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제주도 입장에서는 GWU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5월 27일 제주도를 교육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이 발표된 이후 미국 여러 곳에서 제주캠퍼스 설립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다"면서 "제주도 입장에서도 굳이 GWU로 한정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니냐"며 예전과는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GWU말고 제주도에 분교설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곳은 대략 4군데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북제주군 만장굴지구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싶다며 제주도를 방문한 하얏트 호텔 체인 총괄매니저인 젠닝 전략기획본부장과 짐 바이샤 미시건주 상원의원 일행이 "GWU와 같은 조건이라면 분교설립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왔으며, 최근 제주도와 미 캘리포니아주와 자매결연을 맺는 데 가교역할을 한 이동양 제주도 투자유치 자문관역시 이 같은 뜻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소재 주립 공대인 버지니아텍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사립 종합대학인 카네기 멜론대 역시 GWU와 같은 조건(부지 100만평 무상임대)이라면 분교를 설립할 수 있다는 의사를 국내 파트너인 제3자를 내세워 제주도에 간접적으로 전달해 오고 있다.

이들은 대학이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 국내에 있는 대학동문 또는 투자컨설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제주도의 생각을 타진하는 수준으로 아직 공론화시킬 정도는 아니 상황이다.

# 제주도 단독프로젝트로는 벅차, 교육부 지원여부가 관건

제주도는 GWU가 지지부지를 면치 못하는 반면, 미국 소재 여타 대학에서 간접적인 '콜'을 보내자 이번 기회에 GWU를 위한 비지니스 플랜을 외국인대학 유치를 위한 기본 마스터플랜으로 전환해 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에 걸맞은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난관은 산적해 있다.

우선 GWU든 아니면 다른 여타 대학이든 정부차원에서 외국인대학 유치를 지원해 줘야 할 교육인적자원부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제주도 단독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대학 유치는 상당 구분 규제가 풀린 일반기업 유치와는 달리 아직도 많은 부분에 제한이 있어 이를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의지가 없이는 외국인대학 유치가 공염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자치부가 10억원을 지원해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교육부가 이를 인정하겠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산업으로 의료산업과 함께 교육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정부부처간의 의견이 엇갈려 특별자치도 이전부터 추진해 온 GWU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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