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악인, 30년전의 약속 위해 제주 동서종주…성산일출봉서 스타트

   
지난 3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40년 후의 약속을 다짐하며 제주산악인들이 성산일출봉에서 고산 수월봉까지 동서종주에 나섰다.

광복 30주년을 맞아 지난 1975년 제주 최초로 종주등반의 발자취와 30년 전 제주 산악인의 얼을 찾기 위해 오현등고회와 제주산악연맹이 공동으로 '광복 60주년 기념 30년 전의 약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또 다시 나서게 된 것.

오현고 동문들로 구성된 오현등고회(회장 고영진)과 제주도산악연맹(회장 고충홍)는 11일 오전 9시 성산일출봉 공연장에서 기념식과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출정식에는 1975년 최초의 종주에 참여했던 제주 원로산악인 안흥찬씨와 김현우씨, 김승택씨, 제주산악연맹과 오현등고회 회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제주산악을 이끌어 왔던 안흥찬씨 등은 이제 70대 초중반이 됐고, 20대 초반이던 참여대원들도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가 되버렸다.

   
등반대장인 임시영씨(51)는 "20대의 패기로 무모하다시피했던 종주를 했었는데 30년 전에 약속했던 것을 지키게 돼 꿈을 하나 이뤘다"며 "우리의 이번 종주가 광복 100주년이 되는 40년 후인 2045년에 후배들이 다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시 오현고 산악부 지도교사였던 김승택씨(71)는 "하루 앞도 보지 못하는 급변하는 현실에서 30년, 40년 후을 약속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또 다시 장정에 나섰다"며 "이번 종주가 제주산악인의 의지와 제주의 자연환경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념식과 출정식을 마친 제주산악인들은 고산 수월봉에 묻힐 대형 태극기에 소망의 메시지를 적고, 기념촬영을 한 후 곧바로 종주에 나섰다.

이번 동서종주에 참여하는 대원은 총 25명. 3박4일 일정으로 첫날인 12일에는 일출봉에서 거문오름까지 도보로 31㎞ 이동하고, 13일에는 한라산 정상을 등정한 후 영실 18림반(15.9㎞), 14일에는 고산 수월봉까지 27.6㎞를 종주하게 된다.

15일에는 고산 수월봉 정상에서 종주등반 보고 및 해단식을 갖고, '40년 후 약속' 타임캡슐 봉인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출정식에서는 1975년 성산일출봉 정상에 매설한 '타임갭슐'을 찾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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