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등고회, '30년전의 약속' 3박4일 종주등반 마무리

▲ 30년전의 약속을 지킨 종주등반대가 이날 수월봉 정상에 40년 후의 약속을 기원하는 타임캡슐을 묻었다. ⓒ 제주의 소리
8.15 광복 6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15일 오전10시.

광복 60주년이 되는 그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던 '30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12일 성산 일출봉을 출발했던 24명의 제주도 동-서 종주등반 대원이 한라산 서쪽 끝자락인 고산 수월봉에 마침내 도착했다.

3박4일 동안 한라산 자락을 동에서 서로 타고 오르며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으나 태극기를 휘날리며 수월봉 정상에 도착한 제주산악인들은 마중 나온 원로산악인과 가족들에 둘러쌓인 채 '대한독립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 수월봉 정상에 오르는 종주등반 대원들. ⓒ 오현등고회 제공
▲ 관광객들이 한반도기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오현등고회 제공
특히 수월봉 도착현장에는 30년전 최초의 동서종주 등반을 기획하고 2년에 걸쳐 종주등반을 마무리 지은 김승택(71·한라윈드앙상블 상임지휘자)·안흥찬(75·제주도산악연맹 초대회장)씨 등 원로산악인을 비롯해 대한산악연맹 회장과 각 시도 연맹회장이 나와 이들의 역사적인 '30년전의 약속' 이행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이 주최하고 오현고 산악회 출신인 오현등고회 주관으로 지난 12일 오전 9시 성산일출봉을 출발한 종주등반대는 30년전 21살의 나이에 등반에 참석했던 임시영(51)씨를 등반대장으로 24명의 대원들이 검은오름과 한라산 정상을 거쳐 수월봉까지 120km를 종주등반해 당초 약속대로 수월봉 정상에 40년 후를 기약하는 타임캡슐을 묻었다.

▲ 출발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는 종주등반 대원들.ⓒ 오현등고회 제공
▲ 펄펄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열기는 뜨겁웠으나 산악인들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 오현등고회 제공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 8월15일 후배 산악인들의 손으로 꺼내 주기를 염원하면서 수월봉 정상에 묻은 타임캡슐에는 종주등반 참가자들의 사인이 담기 대형태극기와 함께 이날 수월봉에서 함께한 동료 산악인과 관광객 등 120여명의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한반도기, 그리고 종주등반 기획서를 담았다. 또 행정구조개편으로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제주도기를 비롯한 4개 시군 깃발도 함께 묻혔다.

30년전에는 종주등반대의 후배로 참가했으나 이번에는 등반대장으로 자신의 약속을 직접 실천한 임시영 등반대장은 "설마하면서 약속했던 그 기약이 오늘 후배들에 의해 지켜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뿌듯하다"면서 "오늘 우리의 약속이 다시 후배들에 의해 40년후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며 다시 이뤄지기를 기원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40년 후에도 다시 종주등반에 나서고 싶다"면서 뿌듯한 감정을 토해냈다.

▲ 30년 후 재등반에 나선 임시영 대장. 그는 홍일점인 부인과 함께 종주등반을 마쳤다.
특히 임 대장은 이번 3박4일 종주등반을 유일한 홍일점이자 부인인 고정숙씨(47)와 함께 걸어 마중나온 자녀들에게 자랑스런 부모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임 대장은 "30년전에는 아무런 길도 없어 들판을 가로질러 등반을 했는데 이번에 다시 종주등반을 나서 보니 제주도의 산천이 온통 도로로 뚫려 있어 '도로천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개발도 좋지만 우리의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에서 개발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생태계 훼손을 하지 않는 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등고회 고영진 회장은 "이번 종주 등반을 하다보니 제주도에 골프장이 왜 이렇게 많은 지, 골프장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골프장이  나오고, 이 골프장을 피하면 또 다시 다른 골프장과 마주쳐 제주의 중산간 일대가 골프장 지대로 전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제주의 자연과 생태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하게 훼손돼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오현등고회 고영진 회장과 30년전 종주등반을 기획한 원로산악인 김승택씨. 그리고 40년 후 종주등반을 기획한 오창현 오현등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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