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대령 출신 앤 라이트, 미군 주둔시 사회문제 경고

“미군이 해외 군사기지에 주둔하면서 생기는 여러 사회문제 중에 성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 합니다”

▲ 미군 대령 출신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미군 대령 출신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Ann Wright) 씨는 25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일본 오키나와에선 주민 9만 여명이 미군에 의한 끔찍한 성폭력 범죄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2의 ‘윤금이씨 사건’의 가능성을 시사 하는 대목에서 강연회 장 분위기는 잠시 참담해졌다.

라이트 씨는 “미군 내 여군에 대한 성희롱과 성폭력도 심각해서 전체 여군의 3분의 1이 이를 경험했다고 답한 통계가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씨는 또 “해군기지는 한국 정부만의 것이 아니고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이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특히 동북아 지역에 분쟁 발생 시 제주는 표적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인 예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하와이 진주만 미군기지 공격을 들었다. 라이트 씨는 “다른 나라로부터 군사적 표적이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해군기지 내 전함 기름 유출과 핵추진 전함 고장 시 생길 수 있는 핵물질 유출 등 바다오염도 문제로 지적됐다.

라이트 씨는 “일본 오키나와와 괌 등 군사기지가 있는 지역에는 이에 맞서 싸우는 지역 주민들이 있었다”며 “이들 주민들은 ‘이미 우리에겐 많은 군사기지가 있어서 더 이상 군사기지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군 기지를 포함해 많은 군사기지에 있어서 또 다른 군사기지는 필요 없다”고 역설했다.

▲ 지난 22일부터 제주해군기지 갈등 현장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지낸 앤 라이트 씨는 제주를 떠나기 전날 밤 강연회를 열고 군사기지로 인한 사회문제를 경고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강행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며 2003년 사직서를 내 반향을 일으켰던 라이트 씨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라며 “여러분의 오랜 투쟁에 존경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경찰과의 충돌은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며 “동시에 제주 강정마을과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는 더 강력해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한 여러분들의 투쟁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한국인 평화운동가의 소개로 강정마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라이트 씨는 26일 제주 체류 일정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과 국가안보학 석사를 받은 라이트 씨는 미군 육군에서 29년(예비역 13년)을 근무한 바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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