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798 예술촌과 구 제주대 병원 재활용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가면 한 번 가보도록 권하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경복궁, 남산타워, 한강유람선, 광화문 광장, 청계천, 인사동 거리, 용산 박물관, 롯데월드, 북촌한옥마을, 이태원거리, 동대문시장, 명동거리, 63빌딩, 남대문시장, 홍대앞 등등. 이 여러 가지 가운데 꼭 하나 꼽으라면 어디일까.

  <주간동아> 801호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의 최근 필수코스는 서울역 롯데마트인 것으로 전하고 있다. 김과 다시마를 사려는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 1,000명이 넘게 교통이 편리한 서울역에서 쇼핑을 하는 건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언젠가 독도 문제로 내한했던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들도 김과 다시마를 사고 갔다는 뉴스를 접한 바 있지만, 어찌 일본인 관광객들이 김과 다시마를 사러 서울역에를 가겠는가. 결국 상품 못지않게 쇼핑은 입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제주도에도 입도 관광객을 위한 쇼핑 거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쇼핑아울렛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지만, 아직도 논쟁 중이다.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여태 쇼핑 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건, 필자가 보기에 제주도민들이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국내 관광객 중심으로 쇼핑관광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든 쇼핑관광 1번지로서 서울역의 입지가 의미하는 바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최적의 쇼핑아울렛 입지는 공항 근처임을 뜻하는 게 아닐까.   

  쇼핑을 포함해서 제주 관광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데에도 제주의 제1 외국어는 여전히 영어이다. 입시 위주의 보편적 영어 교육으로 인해 일본어와 중국어를 위한 실용 외국어는 홀대받기 일쑤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 제2차 종합개발계획이 마련되면서 중국을 활용한 제주의 미래 찾기가 가장 우선적인 정책목표로 선정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50만을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증대할 것이라는 현실과 미래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에서도 제1의 외국어는 영어이다.

  그러나 영어의 중요성 못지않게 중국어의 중요성에도 눈을 돌리는 데서부터 향후 10년에 걸친 제주국제자유도시 2단계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제주의 교육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모두를 중점 외국어로 대하는 인식과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만이라도 제1 외국어란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지칭하는 복수여야 할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중등과 고등 교육 모두에서 동등한 위상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어에 대한 강조가 중국인 관광객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중국어가 제대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 오히려 중국을 바라보는 생각과 자세가 변해야 가능하다. 중국과 북한을 한데 묶어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국과 남한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른바 21세기판 냉전적 사고에서는 중국어가 설 자리가 없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당연히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북한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6자회담으로 지칭되는 이웃나라들과의 협력과 우호가 21세기 이정표임을 인지할 때 비로소 제주의 미래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과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혹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최근 널리 회자되는 다산쯔 798(798 예술촌)을 꼭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798 군수공장이었던 이 곳에 2002년 이후 예술가들이 싼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하여 살기 시작하면서, 일약 이 지역에서는 그림과 조각, 퍼포먼스 등이 복합적으로 형성되면서 갤러리, 카페, 식당, 쇼핑 등이 전개되기에 이른다. 서울의 인사동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면서도 그 규모나 열정, 분위기가 더욱 크고 광활한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하였는데, 특히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방문을 거치면서 더욱 베이징의 대표적 관광 명소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필자와 함께 798 예술촌을 방문했던 한 지인은, 북경이 지난 날 만리장성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어왔다면, 앞으로는 이 예술촌을 통해 세계인의 발걸음을 재촉화게 될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경탄을 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주가 중국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래서일까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당시 조선이 명이라는 과거 중국에 구속되어 청이라는 현재와 미래 중국을 하찮게 보는 데 대해 한탄을 했던 바가 상기되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과거 사회주의 중국에 고정된 시각으로 자본주의적으로 현대화 하고 있는 미래의 중국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798 예술촌을 돌아보면서 가졌던 하나의 생각은, 우리가 구 제주시 도심을 어떻게 재개발하고 리모델링할 것인지의 과제에서 하나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과거의 흔적을 송두리째 부수고 새로이 길 닦고 건물 짓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의 시설과 장치를 어떻게 재활용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기품을 도입해 나가느냐의 창의와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이와 관련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로 시간을 보내온 쇼핑 아울렛과 구 제주대 병원 재활용 문제에 대해 하나의 생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쇼핑 아울렛은 도심지의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구 제주대 병원 건물에 대형 쇼핑 아울렛을 들여오는 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인근에 대형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으니, 오고 가기도 수월하다. 또한 주차장과 구 제주대 병원 사이에 문화-예술-카페 등의 아기자기한 걷기 도로를 만들면, 쇼핑을 하기 위해 오가는 즐거움도 배가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구 제주대 병원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위에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제주형 쇼핑 가게와 식당, 문화공간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주도의 행-재정적 지원이 덧붙여진다면, 앞으로 10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바라보니 제주시 구도심지에 괄목할 만한 문화쇼핑거리가 들어서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 제안은 앞으로 보다 전문적인 기획과 디자인이 필요한 시론적 상상력이다. / 양길현(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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