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장의 구속과 해군기지 주민투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는 초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2년 만에 열렸다는 공안대책회의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현장 체포'하고 '전원 색출'해서 '구속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주동자와 배후조종자도 ‘끝까지 추적’해서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경찰청장과 해경청장은 제주도를 잇따라 방문해 서귀포경찰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질책하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육지경찰 5개 중대가 파견됐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중앙 정치권의 공권력 자제 촉구로 강제진압은 일단 유보된 상태였다.

 검찰총장이 ‘종북세력 척결’을 취임 일성으로 낸 뒤 본격적인 공안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강동균 마을회장 연행으로 주민과 경찰의 대치상황이 연출되고 난 직후 공안대책회의가 열려 강경대응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마치 제주도가 반국가적 폭력시위로 불법천지나 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의 마을회장 연행이 얼마나 무리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강동균 회장은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 소속 공무원에게 이 공사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확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그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업무방해냐고 경찰에게 묻는다. 경찰은 아무런 답변도 못하고 있다가 강 회장을 덮쳐 연행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이 경찰차를 막아선 것이다.

 서귀포경찰서장의 마을회장 등 5명에 대한 석방 협상은 경찰청과 제주경찰청에 수시로 보고하면서 지시를 받은 결과였지만 경질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경찰특공대장 출신의 간부가 긴급 파견되면서 제주 경찰에 대한 지휘권도 중앙 통제로 들어갔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끝내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일련의 사건들이 강경책을 쓰기 위한 핑계거리로 보이는 이유다.

 ‘특별자치도’는 결국 허울만 남았고 ‘세계 평화의 섬’도 이름만 남았다. 미국의 언론들도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군사 우방인 미국과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 중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한국이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 조성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4.3의 불행을 극복하고 화해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점과 강대국 정상들이 평화회의를 연 것이 계기가 돼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는 이제 제2의 4.3이라는 불행이 반복될 위기 속에 ‘평화의 중심’이 아닌 ‘긴장의 중심’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기만 할 뿐 제주도민과 강정주민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설득하려는 노력도, 극에 이른 도민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한 어떤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 사례와는 전혀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부안 방폐장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져 새로운 프로세스를 마련해 해결됐다. 시화호는 4년 동안 공사를 중단하고 기다린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

 야 5당 국회진상조사단이 제시한 국회 특위 구성과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가장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이다. 공사가 14.4%나 진척됐다지만, 공사 진척율은 예산 대비 지출규모일 뿐이다. 토지 보상과 어업 보상, 사업부지를 둘러싼 펜스 설치, 문화재 시굴조사, 부지 내 비닐하우스 철거, 화순항과 공사현장에 보관중인 케이슨과 트라이포트 일부 제작이 공사 진행의 전부다.

 제주도의회가 제시한 주민투표도 방법이다. 애초 주민 동의와 도민의 여론수렴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제주도민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논란을 종결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제주도민들도 65%가 주민투표로 문제를 해결할 것에 동의하고 있고, 전국 16개 시도의회 의장들도 주민투표 등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제주도지사에게 요청하면 된다.

▲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강제진압은 최악의 방법이다.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무효확인’ 소송과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 두 건이 상고심에 계류중이고 ‘공유수면매립 승인처분 취소’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국회 예결소위는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이 부대조건에 맞게 제대로 사용됐는지 여야간 논의를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조성한 공안정국에 따른 강제진압은 그 후유증이 심각할 터이다. 강제진압은 더 큰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 해군기지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갈등은 잠복하고 있을 뿐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  고희범(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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