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축제를 만드는 유쾌한 제언

공안몰이다. 토끼몰이다. 비틀고, 조지고 밀어붙인다. 물대포로 무장하고 첨단 진압장비를 앞세워 제주를 ‘점령’이라도 할 태세다. 대통령은 강행의사를 표시하고 국방부와 국토해양부는 ‘담화문’으로, 법원은 가처분 결정으로 강정을 옥죈다. 타협을, 조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왜 말을 안 듣는 거야?”라는 투다. 짜증이 묻어난다. 철모른 십대를 대하는 ‘꼰대’의 표정이다. 공권력이라는 폭력의 완장을 보이며 위협한다.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좌파고 종북이고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대화 하자, 조정 하자, 우리 이야기도 들어달라는 주민들을 마치 선생의 권위에 도전하는 ‘싸가지 없는 놈’들 대하듯 한다. 경찰은 곡괭이 자루를 둘러메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학생주임이고, 정부는 근엄한 표정으로 구령대에 올라선 교장 선생님처럼 군다. 세월은 흘러 이제 학교에서도 그런 풍경은 찾아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건 신념이다. 맹신이다. 맹신의 자리에서 토론의 싹은 자랄 수 없다. 해군기지는 이제 종교가 되어버렸다. 경찰의 종교가, 해군의 신앙이, 이명박 정부의 하나님이 되어 버렸다. 신심으로 가득 찬 해군은 합리적 반대의 목소리를 무슨 악마의 목소리쯤으로 치부한다. ‘찬성 천국, 반대 지옥’의 스피커만 노양 틀어댄다.

맹신의 자리에 남은 것은 괴물의 모습이다. 괴물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종종 억압에 대항하면서 억압하는 자를 닮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른 식으로 해석하자면 괴물과 싸우는 자가 ‘스스로’ 괴물이 되는 능동형이 아니라  괴물이 그들과 맞서는 자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피동의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럴 때 니체는  ‘웃음의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괴물’이 되어버린 국가가 우리들을 ‘국민-괴물’로 만들어버린 일들은 이미 겪었다. 제주 4.3이 그렇지 않은가. 국가는 수많은 국민들을 괴물로 규정해 버렸다. ‘괴물-국가’가 ‘국민-괴물’을 만드는 배치는 항상 비극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스스로를 괴물로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국민을 워크래프트 게임의 ‘오크’쯤으로 여긴다. 우리가 보기에 자기들도 ‘휴먼’은 아닌데 말이다.

괴물과 싸우면서 우리가 괴물이 되어버린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오크’가 아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할까 한다. 9월 3일 평화대행진을 비극의 배치가 아닌 평화의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오는 3일 강정마을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오셔서 재테크 강연을 해 달라. 올해 초 공개된 대통령의 재산공개 현황을 보니 1년 사이에 재산이 4억 여원이 늘어났다. 투잡 쓰리잡에 그 좋아하던 담배까지 끊어도 우리는 1년 동안 그 돈을 만져보지 못한다. 4억원이 뭔가. 지금 당장 4백만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그것도 마누라 모르게)

그래서 배우고 싶다. 각하의 그 탁월한 재테크 실력을.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달라. 자고로 공부는 혼자보다 여럿이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왕이면 제주도민들에게 그 비법을 먼저 공개하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해군기지 문제로는 제주에 오시지 않을 것 아닌가.(오야붕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재테크 문제라면 각하의 최대 관심사 아닌가. 그리고 각하의 화려한 재테크 기술을 전수하면 그야말로 ‘공생발전’의 실천이다. 청와대로 재벌들 불러다가 팔 비틀고 조져서 ‘공생발전’ 하시는 것보다 서민들에게 각하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시니 명분 또한 좋을 것이다.

오신다고만 하면 현수막 하나는 각하의 스케일에 맞게 큼지막하게 맞춰 보겠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 초청 공생발전 도민강연회” 뭐 이런 제목도 하나 미리 생각해 두었다. 해군기지 이야기는 쏙 빼고 할 수 있다. 그냥 제주도민 다 불러놓고 재테크 강연만 해주시면 된다. 그 김에 강정마을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도 강정을 찾을 기회가 생기지 않겠는가. 각하께서 오신다면 제주도민 10만쯤은 문제없다. 다만 장소는 강정 구럼비 해안으로 못 박자. 그 정도는 통 크게 양보해주시길 기대한다.
각하께서 친히 오신다면 3일 평화대행진은 그야말로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유쾌한 웃음의 축제가 될 것이다. 경찰들도 물대포를 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기야 대한민국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는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집단이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3일 평화대행진이 웃음과 평화의 축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모두 각하 때문이다. ‘괴물 같은’ 공권력으로 국민을 ‘괴물’로 만드는 각하의 ‘신공(神工)’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우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시라. 국민을 괴물로 보지 마시라. 우리는 괴물이 아니다. 정부가, 대통령 당신이 괴물이다. / 김동현 국민대 대학원 박사과정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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