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한국문화유산연구소장, 문화재청 ‘공사적법’ 입장 반박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전 문화재전문위원, 고고미술사전공) 이 해군기지 사업부지 내 일부 지역에서 청동기~초기철기시대와 조선시대 후기의 유구가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이 인정한 것과 관련,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장문화재가 발굴된 해군기지 사업부지에서의 공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DB

문화재청이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 내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 유구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부분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전 문화재전문위원, 고고미술사전공)은 문화재청이 5일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해군기지 사업부지 내 일부 지역에서 청동기~초기철기시대와 조선시대 후기의 유구가 확인됐다고 인정한 것과 관련, 6일 반박자료를 내고 “기지공사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황 소장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발굴조사에 대한 문화재청 입장에 대하여 다시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입장을 밝힌다’는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문화재청이 해군기지 사업부지에서 유구가 확인됐다고 인정한 것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강정 포구에서 조선시대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수혈유구와 주혈, 중덕삼거리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주변지역에서 청동기~초기철기시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됐다고 5일 밝힌바 있다.

황 소장은 “따라서 지표 조사시 유적이 발견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하고, 수중문화재조사 역시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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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문화재조사 재실시 요구는 강정포구에서 조선후기 유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으로, 조선시대 어민들이 해양에서 어업활동(배, 어로도구)을 하던 유구나 유적들이 수중에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으로 정밀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황 소장은 또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개발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될 경우에는 공사를 전면중단하고 철저한 문화재조사에 임해야 한다”며 “따라서 해군기지 내 부분공사 강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황 소장은 단일공사 구역인 해군기지 내 문화재조사구역을 A, B, C-1, C-2와 같이 나눈 것은 “부분공사를 하기 위한 편법으로 판단된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즉 문화재보호법을 악용해 조사구역을 구분함으로써 매장문화재가 발굴되지 않은 지역부터 기지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편법이란 주장이다. 결국 같은 문화층을 이루고 있는 동일한 매장문화재 구역을 여러 구역으로 구분, 공사를 강행함으로서 발굴조사 중에 주요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편법이란 비판이다.

이에 대해 황 소장은 “이처럼 문화재조사구역을 나눈 이유에 대해 문화재청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청이 부분공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는 제5조(개발사업계획·시행자의 책무) 및 제17조(발견신고 등) 규정준수를 조건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문화재청(정부)이 부분공사를 승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황 소장은 “이 규정은 월권이며 법령의 과도한 해석으로써 행정 편의적으로 곡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규정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치에 관한 규정이지 개발공사를 하라는 규정은 아니”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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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황 소장은 “우리는 해군기지 내에서 부분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또한 과도하게 남발된 규정의 개정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제주해군기지 편법 공사강행을 계기로 전국에서 각종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시 문화재보호법을 과도하게 해석해 각종 개발공사를 강행하는 행태를 바꾸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적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황 소장은 제주해군기지 문화재 조사에 관여한 기존 전문가들의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해군기지 내 발굴유적에 대한 기존 전문가의 역할은 매우 의심스러운데 그것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공무원(국립박물관, 문화재청 소속)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는 객관적으로 유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어떤 공무원이 국책사업에 대하여 정확한 개인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발굴조사 과정이 편파적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황 소장은 또 “제주 해안에는 300리가 넘는 환해장성(고려~조선까지 축성, 고려 삼별초부터 몽고의 침략을 막기 위한 해안성곽이며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곽)이 존재한다”며 “환해장성은 고려와 조선에 걸친 호국(국방) 방어유적으로서 21세기 해군이 역사적 호국 유적을 파괴할 권한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 소장은 “제주 해안에는 수천기가 넘는 무속 유적(당집)이 있는데, 이는 어업과 관련한 해양활동의 안전과 평화를 바라는 제주민들이 기도하는 제사터 유적”이라며 “구럼비 역시 제사유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해장성과 구럼비는 문화재로 보존되어야 할 유적이기 때문에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철제펜스 유적 바로 옆에 박혀" 문화재청 현장실사나 했나?

그는 특히 “상시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추천하는 문화재 전문가가 발굴조사에 입회할 수 있어야 하고, 전문가 자문회의에도 참석 가능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고, 문화재청이 유구 분포지 외곽에 설치했다는 철제펜스에 대해서도 “경계 펜스는 출토된 유적 바로 옆에 박혀있다. 따라서 유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문화재청과 다른 입장을 밝혔고, 이는 문화재청이 현장실사를 통해서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황 소장은 지난 4일 강정마을에서 열린 해군기지저지범국민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석, “강정마을 해군기지 부지 내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후기때까지 수혈유구 등 다양한 집자리들이 발견된 것은 제주의 탐라국 건국시기부터 최근까지를 보여주는 유적이기 때문에 제주에선 보기 드물게 거의 모든 시대별 유구가 한 곳에서 나온 것으로서 장차 국가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유적”이라면서 강정 유적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을 명분으로 사실상 공사가 강행되기 시작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과 관련, 뒤늦게 이슈로 부상한 이번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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