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위성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 맘 때쯤이면 왠지 모를 설렘이 있고, 풍성할 것 같은 예감이 있어 고향을 찾는다. 그래서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엔 이상하리만치 민족적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고속도로가 막히고 열차표 구하기가 전쟁이다. 항공기도 특별기를 띄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인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동체적 삶이 진하게 남아 있는 제주인 경우 명절은 각별하다. 타지로 출타한 경우 섬이라는 여건상 명절이라는 기회가 아니면 고향을 찾을 시간을 내기가 수월치 않아 의미가 배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렘과 기대와는 달리 막상 명절을 맞았을 때마다 쓸쓸함을 안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렵사리 찾은 고향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어 서 있으면서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게 반기던 팽나무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베어지고 없다. 눈에 이른 거리던 돌담이나 골목길의 옛 정취도 사라졌다.

예전 그대로 남아 반겨줄 것 같던 풍경들이 해마다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다. 풍경만이 아니다. 어릴 적 코흘리개 친구들이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거나 고향을 등진 경우도 있다. 형제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불가피하게 추석 차례상에 동참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툼도 발생한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친척끼리 어울려 즐겁게 지내면 좋으련만 공부에 찌들고 컴퓨터에 매몰된 아이들은 고향의 팽나무에 오르거나 보름달 아래 거리를 쏘다니지 않는다. 차례상을 물리기가 무섭게 쌩하니 그들만의 품으로 달려가 버린다. 다시, 고향은 쓸쓸함과 고요함이 남는다.

디아스포라(Diaspora)를 생각한다. 모여서 살지 못하고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여러 가지 곡절이 있을 수 있다. 직장이나 거주, 생활의 방편 때문이기도 하지만 쫓겨난 본의 아니게 쫓겨난 사람들도 있다. 빚더미에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해야 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개인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4.3당시의 체포령을 피해 일본으로 도피해야 하거나 타 지역으로 탈출했던 제주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이산의 아픔은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 위성곤 행정자치위원장.ⓒ제주의소리
제주에서 현재도 개인적일 수 없는 이산의 아픔을 겪는 곳이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홍역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이다. 형제와 이웃간의 갈등이 선조의 묘소에 소분하는 일도 함께하지 못한지 몇 년째다. 제사나 명철도 마찬가지다. 함께 모여 다같이 축하해줘야 할 동네의 잔칫날에도 그들의 이산(離散)은 아프기만 하다. 겉으로는 그들의 이산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외부의 작용에 의해 빚어진 일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제2의 4.3이라고 하는지 모른다.

파도는 밀려갔다가도 밀려오고 구름은 흩어졌다가도 모이는데 흩어진 이웃과 친척들을 모이게 하는 강정마을의 추석은 언제면 가능할까. 더 곪기 전에 정부가 하루속히 화답하고 나서야 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위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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