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은 넉넉함...오색송편을 만들며

 
▲ 오색송편 오색송편
ⓒ 김강임
 
▲ 오색송편 초등학교 조카들이 만든 오색송편
ⓒ 김강임
뭐니뭐니해도, 추석음식의 대표적인 것은 송편이다. 예전에는 추석에 집집마다 가정에서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떡집에서 송편을 사다 추석 차례 상을 차린다. 아마 그 첫 번째 이유는 송편을 만들때의 번거로움이 아닌가 싶다. 

 특히 요즘에는 전화 한 통이면 송편은 물론, 추석 상차림까지 차려주는 곳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추석 전날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풍경은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물가비상으로 추석 음식을 간소화하는 집들이 늘어나다 보니 송편을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다.

▲ 6살 조카 송편만들기 쑥 송편
ⓒ 김강임

 그래서 올 추석, 동서 셋이 조카들과 오색송편 추억 만들기를 시도해 봤다.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6살 조카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조카였다. 하지만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오색 송편 만들기 준비물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쌀 3.5kg을 방앗간에서 빻아왔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송편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딸아이는 엄마가 벌이는 일이 마음에 거슬리나 보다. 몇번이나 주방을 서성거린다. 그도 그럴것이, 오색송편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가.

 오색송편의 색깔을 내기 위해서 첫번째 손선인장 열매 6개를 준비해 엑기스만 뽑아냈다. 그리고 복분자 엑기스는 지난 여름에 담아놓은 복분자 엑기스를 사용했다. 또한 지난 봄에 뜯어 냉동실에 보관 해 둔 쑥, 그리고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단호박을 찥통에서 쪄 냈다. 물론 번거로움은 말로 표현할수 없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쌀가루와 준비물을 하나씩 반죽했다

 서울에서 내려 온 딸에는 아침부터 분주한 엄마가 몹씨 측은한가 보다.  "요즘 누가 송편을 집에서 만들어 먹어요."라며 핀잔을 준다.

▲ 초등 조카들의 송편만들기 송편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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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 손바닥선인장 송편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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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편만들기는 예상외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의 호응이 컸다. 손을 씻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준비물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조카는 예상외로 예쁜 송편을 빚어냈다. 송편 반죽의 촉감이 부드럽다고 말한다, 고사리 손으로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만들고, 송편 소를 담는 과정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드디어 오색송편을 만들고 찜통 쪄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조카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색송편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자신들이 만든 예쁜 송편이  예쁜 색깔로 목음직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진보라색의 복분자 송편과 분홍색의 선인장송편, 그리고 진노랑 호박송편은 예술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6살 조카는 선인장송편을 좋아했다.

▲ 오색송편 오색송편
ⓒ 김강임
▲ 송편 송편
ⓒ 김강임
▲ 송편 송편
ⓒ 김강임

 시간가는 줄 모르며 도란도란 사는 얘기 나누다 보니, 보름달 같은 훈훈함과 넉넉함이 가슴에 스며왔다.  올 추석은 오색송편 추억 만들기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떨어져 살았던 동서와의 소통을 이룰수 있었다. 바쁘다는 핑게로 사는 얘기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동서들과 모처럼 정을 나눌 수 있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비록 태풍의 궂은 날씨로 보름달은 뜨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추석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둥그런 보름달이 뜰것이다. 오색송편의 넉넉함처럼.  / 김강임 시민기자

* 이 글은 '오마이뉴스'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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