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최동원. <뉴시스>
【뉴시스】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의 별세에 야구계가 침통함에 빠졌다.

최 전 감독은 14일 새벽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7년 최초로 대장암 진단을 받은 최 전 감독은 한 때 병세가 호전돼 2009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으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최근 건강이 다시 악화돼 전날밤 일산병원에 긴급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투수의 죽음에 야구계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타격의 달인'이라고 불리던 故 장효조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의 비보가 전해진 지 불과 일주일만의 일이어서 충격은 더했다.

최 전 감독의 경남고 선배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최 전 감독은 지난 7월22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던 군산상고와 경남고 OB들의 '레전드 리매치'에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최 전 감독은 "나는 괜찮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레전드 리매치'에 함께 했었던 허구연(60) MBC 해설위원은 "당시에 의사가 최동원에게 경기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최동원이 학창시절 유니폼을 입겠다면서 목동구장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도저히 던질 수 없는 상태라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는 허 위원은 "마지막에 타석에 들어서자고 했었는데 그것도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허 위원은 "이후 최동원과 통화를 했을 때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돌아오겠다고 했었다"며 "그러나 복수도 차 있었고,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이달 말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주일 전에 연락했었는데 의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말한 허 위원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장효조에 이어 최동원도 세상을 떠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용희(56) SK 와이번스 2군 감독은 "'레전드 리매치'에서 만났을 때 치료를 잘 받고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며 "아침에 너무 놀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최동원은 고집도 있고, 성실해 정말 야구를 잘 할 수밖에 없는 후배였다. 그런 친구가 떠나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침통해 했다.

그의 동갑내기 감독들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큰 별이 떠나고 말았다"며 애도했다.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최 전 감독과 각별한 사이다. 어릴적부터 대표팀 생활을 같이 했다. 한국이 우승한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때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8년 최 전 감독이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모태격인 선수회 창립을 주도해 트레이드를 당할 때 맞상대가 김 감독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자고 일어났는데 딸이 말해줘 알았다. 건강이 안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 7월말 '레전드 리매치'를 했을 때 잠시 통화를 했을 뿐 얼굴을 본지 오래 됐다. 그 때 본인은 괜찮다고 했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경쟁 관계로 봤지만 인간적인 친분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대표 생활을 하고, 룸메이트도 많이 했다"고 전한 김 감독은 "첫 인상은 당돌했다. 지낼수록 마음이 여린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능력은 또래에서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최동원이 방송을 하면서 현장에서 멀어졌다. 어릴적에 친했던 만큼 자주 만나지를 못했다"라며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한다고 잘 챙기지 못했다. 아쉽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잘 챙기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기사로 비보를 접했다는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은 "일주일 사이에 커다란 두 별이 졌다. 너무 놀랐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먹먹한 마음을 내비쳤다.

"최동원은 당대 최고의 투수였다. 나는 삼진도 많이 당했다"라고 회상한 이 감독대행은 "마음이 아프다. 지금 넋이 나간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경문(53) NC 다이노스 감독은 야구는 최 전 감독의 1년 후배다. 그러나 나이는 동갑이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일주일 사이에 믿기지 않은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지금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믿기지 않는다"라며 "큰 별이 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최 선배는 독특한 투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회상한 그는 "미국 시장이 일찍 개방됐다면 최 선배는 미국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재차 아쉬워 했다.

김 감독은 "2년 선배와 친구 나이의 선배가 잇따라 세상을 등졌다. 세월을 돌아보게 한다"라며 한숨을 내쉰 뒤 "조용할 때 조문을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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