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칼럼] 우리 공교육 어디서 무얼 하나?

최근 고려 대학 교육학과 김경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대입수능 시험에 응시했던 전국 일반계 고교생의 수능 표준점수 합계와 부모의 소득을 비교한 결과 소득 계층별로 최고 26점 차이가 났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의 학력에 따른 자녀의 수능성적 분포를 보면 박사학위 소지자의 자녀는 평균 336.29점, 4년제 대졸자 자녀는 310.68점, 고졸자 자녀는 294.96 점, 중졸자 자녀는 279.38점, 초등학교 졸업자의 자녀는 280.21점으로 최고 57점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같은 차이는 사교육비 지출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박사학위를 가진 부모의 사교육비가 매달 56만 원정도였다면 초등학교 졸업자 부모의 사교육비는 9만원 정도여서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부모의 학력이 소득 수준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아이에게 투입되는 사교육비 지출정도에 의해서 수능 시험의 성적이 좌우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에 떠오른 의문은 도대체 우리의 공교육은 어디에 가서 무얼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교육 얘기만 나오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거창이라는 소도시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육이오 사변 당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전영창이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있었다. 아마 30대 중반 나이에 이런 전쟁의 나락에 빠진 조국을 생각하며 유학 생활을 포기하고 교육만이 조국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급거 귀국하여 일제 시대 선교사가 운영하던 병원자리에 세운 고등학교가 바로 오늘의 거창 고등학교였다.

당시 이 학교는 몇 가지 교육 방침이 있었다. 첫째는 가능만 하다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시골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학비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노동의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여 3만평 가까운 학교농장에서 동물 키우기 풀베기 등 노동의 가치와 즐거움을 배우게 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지식의 습득과 아울러 놀이와 삶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학예회 주간을 정하여 며칠 씩 수업 없이 학생들이 준비한 연극이며 합창 등을 준비하여 읍민을 대상으로 발표회를 했고 소풍은 늘 일박이일 선생님과 학생들이 숙식을 같이 하는 행사였으며 여름 방학이면 남학생들은 의기가 투합되는 선생님을 모시고 무전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일은 수업 중 갑자기 함박눈이라도 쏟아지면 전교생이 수업을 중지하고 토끼몰이를 위해 학교 뒷산을 오른 일이다.

이런 자유와 자율 창의적인 교육 덕분(?)에 당시 박정희 정권하 문교부 지침에 따르지 않는 다는 이유로 교장의 직권을 박탈하여 행정 소송을 통하여 교장 직을 지킨 적도 있었다. 이런 중에도 공부는 공부대로 알아주는 명문이었던 것은 60년대 당시 벌써 새벽시간을 이용해 능력별 영어 수학 교내 과외 수업을 전교생에게 실시하였고 아마 전국적으로도 가장 먼저 고등학교 입시에 영어듣기 평가 시험을 도입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더 별난 일은 학교의 규칙을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는 학생의 경우 전교생이 참여하는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이 직접 매를 드는 학교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과 같이 교권의 증발과 공교육의 붕괴 그리고 부와 학력이 함께 세습되는 세상으로 우리가 나앉게 된 것은 모든 이에게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자고 추진한 하향 평준화와 획일적 중앙통제의 교육 제도가 야기한 역기능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라도 자기 색깔을 지니고 지향점이 다양한 중고등학교며 대학교가 허용되고 학생도 능력과 개성에 따라 학교 선택의 권한이 주어지며 학교도 자율적 재량으로 학생을 선발 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정립될 때 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까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게 높은 뜻을 가지고 거창고등학교를 설립한 전영창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면서 현 거창고등학교 교장인 전성은씨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어도 교육에 혁신의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곪은 상처의 깊이가 경증이 아님이 분명 한 것 같다.


아무튼 제주특별자치도 미래를 결정할 전략산업중에 하나로 교육도 포함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제주 땅의 공교육을 살리지 못하면서 외국학교를 제주에 설립 한다고 해서 과연 교육이 전략산업이 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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