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국이 몰려온다]① 면세점 중국인 인산인해…매출 70% 쓸어담아
롤렉스.카르티에 최고급 시계, 한국 화장품 ‘없어서 못 팔아’

 

중국 바오젠 유한공사가 1만1000여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센티브 관광단을 제주로 보내는 등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이 화제다. 중국인들의 제주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지난 1998년이다. 1995년 장쩌민 전 주석과 1998년 후진타오 현 주석 등의 방문이 계기가 됐고, 제주에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에 대한 전설이 남아 있어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있다. 중국인들은 제주도를 하와이, 몰디브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해외 관광지로 꼽을 만큼 사면이 푸른 바다인 점도 그들에겐 매력적 요소가 되고 있다.
지금 제주의 호텔과 음식점, 면세점,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중국인들은 현재 연간 20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고, 2020년엔 1000만명이 제주도 등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중국인 1억명이 해외여행에 나설 경우 이 중 10%만 국내로 불러와도 1000만명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아직은 '장밋빛'이다.  <제주의소리>가 중국 바오젠 유한공사의 사상 최대 인센티브 투어단 방문을 계기로 세 차례에 걸친 르포(현지 보고) 기사를 통해 중국 관광객 수용태세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

금요일인 지난 16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 인도에는 4~5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한 무리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국을 위해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쇼핑을 위해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들이다. 이같은 풍경은 주말인 17~18일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세점 직원은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달(8월)만 하더라도 중국인 쇼핑객이 일본 쇼핑객 보다 3배 가량 더 많았다”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최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등 쇼핑점과 호텔.음식점 등이 중국인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8월 한달 제주 면세점 중국인 쇼핑객 일본인 2~3배...매출 70% 차지

이날 면세점 1층 입구는 쇼핑을 마치고 나가는 중국인들과 쇼핑하러 들어오는 중국인들로 마치 중국 현지를 방불케 했다.

중국인들은 목소리가 워낙 큰데다 단체로 쇼핑하는 문화가 있어 일본인 등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적지 않지만 중국인들에 가려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주로 한국 화장품과 유명 브랜드 시계 매장에 중국인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한류 열풍 등의 영향으로 설화수 등 한국 브랜드 화장품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20~30대의 젊은 중국 관광객들 중에는 한국 화장품 쇼핑이 여행 목적인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고급 시계 브랜드 매장에도 중국인들로 붐볐다.

중국인들은 롤렉스와 오메가 등 전통적인 최고급 브랜드 시계 외에도 최근 카르티에 브랜드 시계 등을 제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관광객 등 이른바 ‘통 큰’ 중국인들이 고가의 브랜드 시계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명품 시계와 보석류, 한국화장품, 패션용품 등을 주로 선호하는 등 이제 중국인들은 더 이상 싸구려 쇼핑을 즐기는 외국 관광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중국 관광객들은 위안화 가치 상승 등에 힘입어 씀씀이도 매우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이마트 제주점 등 도내 쇼핑마트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쇼핑 공간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10월1~7일 중국 국경절 연휴…중국인 또 몰려온다

다음달 1일부터는 일주일 간 중국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다.

이 기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신용카드인 ‘은련카드’로 500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겐 한화 20만원 상당의 선물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 7월1일부터 9월 중순까지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매출은 약 1530만 달러(7월 600, 8월 630, 9월 15일 기준 300)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0%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이 중 중국관광객들이 올린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좀 더 규모가 큰 신라면세점 제주점 역시 매출이 늘긴 마찬가지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7월 1300만 달러, 8월 1400만 달러, 9월 15일까지 약 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약 3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약 5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그만큼 지금 제주의 호텔과 음식점, 면세점과 대형마트(이마트 등)은 중국인들이 점령(?) 상태다.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먹고’ ‘즐기고’ 거기에다 ‘쓸어 담기’까지 하고 있다.

이마트 제주점 관계자도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등은 때때로 말 그대로 쓸어 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인 “더 큰 쇼핑공간은?” “메이드 인 차이나 밖에 없어요?” 불만

그러나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이렇게 돈을 쓰면서도 쇼핑 만족도는 별로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도내 한 쇼핑점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관광지 쇼핑점에서 관광기념품과 각종 상품을 둘러보다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면 대부분 실망하기 일쑤”라며 “중국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여행사 관계자도 “중국인들은 대국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면세점 등 제주의 쇼핑 공간을 둘러본 후 ‘더 큰 면세점이 없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은 홍콩 등지에서 워낙 큰 대형 쇼핑센터를 봐와서인지 더 크고 더 많은 상품이 있는 쇼핑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조금 과장하면 중국인들은 제주지역 면세점 등 쇼핑공간을 '구멍가게'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상권과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광객 쇼핑공간의 규모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제주에서 중국인들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들이 더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업계의 과감한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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