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男 농구선수권] 우즈벡.대만.이란과 결선서 한 조

▲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 <뉴시스>
【뉴시스】"내 생애 가장 중요한 '운명의 일주일'이야.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 낙하산을 타고 잘 내려오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거지 뭐."

이런 말을 하는 허재(46·KCC) 감독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웃는 얼굴에조차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9일부터 제26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결선리그(12강리그)를 치른다.

조별예선에서 말레이시아와 레바논, 인도를 차례로 꺾고 3전 전승을 거두며 A조 1위에 오른 한국은 결선리그에서 B조에서 올라온 우즈베키스탄과 대만, 이란을 만난다.

우즈베키스탄과 19일 결선리그 첫 경기를 벌이는 한국은 20일 대만을 상대한다. 21일은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란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한국은 결선리그에서도 전승을 거둬 조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그래야 8강 토너먼트에서 수월한 대진표를 받아들 수 있기 때문.

8강 토너먼트는 23일부터 시작된다.

21일까지 12개국이 두 개 조로 나누어 치르는 결선리그가 끝나면 하루 휴식일을 가진 뒤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결승전은 25일에 벌어진다.

이 대회에 한 장 걸려있는 2012년 런던올림픽행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지는데 앞으로 정확히 일주일이 걸리는 셈이다.

허 감독은 그 일주일을 "내 생애 가장 중요한 '운명의 일주일'이다"라고 표현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느냐"가 결정되는 시기라고 했다.

항상 쿨할 것 같은 허 감독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우승을 향한 집념을 대변하는 징크스다.

"경기를 이기면 그 날 점심 때 먹은 것을 매일 먹는다"라고 말한 허 감독은 "중국은 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라면이다. 한국에서 라면을 사왔다. 라면이 질릴까봐 마트에 가서 고추와 계란도 사왔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유독 이를 가는 것은 2년 전 아픔 때문이다. 2009년 중국 톈진에서 벌어진 제25회 대회에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 감독은 7위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의 아픔을 "인생에서 그런 좌절은 처음이었다"고 표현한 허 감독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해 런던행 티켓을 따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 농구의 마지막 올림픽 본선 진출이었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허 감독은 선수였다.

허 감독은 사령탑으로 다시 한 번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선수로 한 번 가봤으니까 감독으로도 가봐야겠다"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갈 때도 됐잖아"라고 말한 그는 "식어버린 농구 인기를 다시 되살리고 싶다. 이번에 우승해 런던행 티켓을 따면 기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라고 말했다.

'농구대통령'의 운명이 걸린 일주일. 허 감독은 "죽기살기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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