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칼럼] 리더의 유연한 사고가 주는 이점

 송나라 양공이 홍수 근처의 탁곡에서 초나라 군대와 맞서게 되었다. 송나라 군대는 이미 진을 치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초나라 군대는 아직 강을 건너지 않고 있었다. 송나라 장군 구강이 급히 양공에게 말했다. “초나라 군사의 수가 많고 우리 쪽 군사의 수가 훨씬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나라 군대가 모두 강을 건너 진을 치기 전에 공격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자 양공이 말하길 “ 군자는 부상당한 사람을 찌르지 아니하고, 도망하는 자를 잡으려 하지 아니한다.  초나라 군대가 모두 강을 건너기 전에 공격하는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것이니 그들이 모두 강을 건너고 진형을 갖춘 뒤에 정정당당 돌격의 신호를 올리도록 하라”  구강은 간청하였지만 양공은 이를 거절했다.

 초나라 군대가 모두 강을 건너고 완전히 전열을 갖춘 후에 양공을 비로소 돌격의 북을 울렸다. 결국 송나라 군대는 대패하였고, 양공은 화살을 맞고 죽고 말았다. 양공은 구강의 간청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화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유연한 사고가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

아이젠하워가 콜롬비아 대학 총장이었을 때, 당시의 교무처장이 학생들을 무더기로 징계해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이유는 출입이 금지된 잔디밭으로 학생들이 출입하기 때문이었다. 아이젠하워는 곧 문제의 잔디밭으로 가 보았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잔디밭을 가로질러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잔디밭을 가로지르지 않으면 두 배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야만 했다. 아이젠하워는 교무처장에게 지시했다 “당장 출입금지 푯말을 치우시오. 이 잔디밭은 출입금지할 곳이 아니라 똑바로 걸어가야 할 곳이오.”  이후 학생들은 규칙을 어기지 않아도 되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바꿔야 한다. 또한 다수가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가 정확한 예측과 결심을 가능하게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벤슨 샤피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만이 일을 해낼 수 있다.” 사람의 중요성과 사람을 존중해야 되는 이유를 표현한 말이다. 리더가 직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시스템이 권한 위임이다.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고 이는 신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다나카 수상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벌의 전부였다. 그가 엘리트 관료집단의 상징인 대장성의 장관으로 임명되자 동경대 출신자들이 많은 불만을 표출하였다.  취임사에서 그는 “나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입니다. 더구나 대장성 일에는 깜깜합니다. 따라서 대장성 일은 여러분들이 하십시오, 나는 책임만 지겠습니다.”라는 말로 꼿꼿한 대장성 직원들을 설득시켰고,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권한위임은 직원의 사기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를 진작시키고 리더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모든 이들을 포용할 수 있게 한다.

 콜린 파월은 “자신이 기업의 CEO이든, 아니면 일개 프로젝트 팀의 임시 팀장이든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다. 리더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될 중대하면서도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며 리더의 적극적 판단과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조직 관리에 대한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유연하게 대처하자. 유연함과 신뢰가 바탕이 된 리더의 판단과 행동이 오늘날 비즈니스 현실에서도 요구되고 있다.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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