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구럼비 바위 보려고 공사장 진입한 게 발단... 실신한 학생도 있어

 

▲ 대학생 12명 구럼비 바위를 보기 위해 공사장에 진입하자, 경찰이 출동하여 학생들을 연행한 후 중덕 삼거리 일대를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과잉대응에 항의하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4명이 경찰에 추가로 연행되었다. ⓒ장태욱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에 참가한 후 마을에 머물고 있던 대학생들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2일 저녁에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들은 서귀포경찰서에서 간단한 신상 조사를 받은 후, 3일 새벽에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되어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2일 오후 7시경 마을에 머물고 있던 대학생 12명이 펜스와 철조망을 넘어 해군기지 공사장 안으로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공사장 내부로 진입한 사실을 알아차린 해군은 군인들을 동원하여 학생들을 제압한 후, 경찰에 학생들이 공사장 내부로 들어온 사실을 알리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50여 명의 경찰병력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무장한 경찰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포위하여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진압망에 갇혔던 한양대학교 4학년 라세환씨는 호흡곤란 끝에 실신하여 서귀포의료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라세환씨가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실신하여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장태욱

라씨는 제외한 나머지 11명의 학생들은 모두 서귀포경찰서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장을 지휘하던 강명조 서귀포경찰서장은 중덕삼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제주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시민들에게도 공범의 혐의가 있으니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중덕 삼거리 주면을 봉쇄하자,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경찰이 중덕삼거리 일대를 봉쇄했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중덕삼거리 일대로 집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간 대치기 이어졌고,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하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4명이 경찰에 추가로 연행되었다.
 
애초에 중덕삼거리에서 70일 가까이 농성을 이어오던 현애자 위원장 등에게도 공범의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겠다던 경찰은 오후 11시가 되자 현장에서 봉쇄를 풀고 병력을 철수했다.
 
한편, 앞서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병원으로 후송되었던 라세환씨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회복되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기자와 만난 라씨는 "처음에는 해군이 밀었는데, 나중에는 경찰이 무더기로 몰려와 방패로 누르는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라씨는 "경찰에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알렸는데도 경찰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엔 몸에 힘이 빠져 쓰러지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라씨를 진찰한 담당 의사는 라씨에게 충격과 과호흡으로 순간 정신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 "그냥 구럼비 바위가 보고 싶어서..."

▲ 현애자 위원장이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 대학생들을 면회하고 경찰서장과 면담을 나눈 후,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모습니다. ⓒ장태욱

경찰서에 연행된 대학생 11명과 한진중공업 노동자 4명에 대해서 경찰은 유치장이 있는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했다가 날이 밝으면 자세한 수사를 거쳐서 신병처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3일 새벽 1시에 현애자 위원장에게 강명조 경찰서장과 면담을 하고, 학생들을 면회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서장과의 면담을 마고 돌아온 현 위원장은 "경찰서장에게 선처를 호소했지만, 서장은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이 학생들에게 공사장에 들어간 이유를 묻자, 학생들은 "그냥 구럼비 바위가 보고 싶어서 공사장에 들어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면담과 면회를 마친 현 위원장은 경찰서 정문에 모인 주민과 기자들에게 "해군이 무슨 명목으로 경찰에 학생들을 연행하라고 요청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대학생들을 실은 호송차가 서귀포경찰서를 빠져나와 제주동부경찰서를 향해 출발하는 모습이다. ⓒ장태욱

한편, 경찰서에 연행된 대학생들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각각 새벽 1시 30분과 2시 30분에 호송차로 서귀포경찰서에서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되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학생들보다 신원확인이 다소 늦어졌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9명은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한 후 3박 4일 일정으로 주민들과 일정을 함께 하면서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3일 오전 8시에 부산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한 상태인데, 이들 중 4명이 경찰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대학생들도 대부분 생명평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에 마을을 방문한 이들이다. 이들은 9월 1일에 열린 생명평화축제에서 적극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며 주민들과 서로 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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