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 새벽까지 흥겹게 진행

▲ '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 행사가 흥겁게 진행되었다. 사진은 중문성당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보컬 '요세비네 친구들'이 공연하는 장면. ⓒ장태욱

10월 첫날, 제주 강정포구에서는 지난 9월 3일에 이어 생명평화축제 두 번째 마당으로 열리는 '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 행사가 열렸다.
 
저녁 7시 본행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마을회관에서는 주민들에게 생명평화축제를 알리는 방송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포구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그 옆에서 방문객들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현장에 도착한 1000여 명의 시민들은 포구에 자리를 잡고 행사가 진행되길 기다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진중 노동자들 "아름다운 마을에 해군기지라니...

▲ 마을 주민들이 포구 입구에서 행사에 참가한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장태욱

 

▲ 잔치에 술이 빠지면 섭섭한 법. 사진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천막 안에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장태욱

 

▲ 부산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장태욱

한국에서는 술이 빠지면 잔치가 아니다. 행사장을 둘러가며 설치한 천막에는 시작부터 막걸리 잔이 오가고 있었다. 둘러보니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촛불을 들었던 촛불 시민들이 눈에 띄었고, '원로' 시민운동가들도 여럿 보였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천막에 자리를 잡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광경도 보였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정치인들도 객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지만, 참가자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다. 시민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푸른 작업복을 입고 행사에 참가한 9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 차해도 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강정마을은 정말 소문대로 아름다운 곳이네요. 이런 곳에 해군기지라니 말도 안 됩니다. 강정마을 주민이나 우리 한진중공업 노동자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둘 다 자본과 정권에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거지요."

행사는 때론 엄숙하게 때론 발랄하고 신나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 입에서 '평화강정'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참가한 시민들에게 옥중에 있는 강동균 마을회장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마음이 강회장에게 전달되었을까?

강회장은 옥중 메시지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강정마을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이 투쟁은 평화를 향한 집념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용산참사, 대추리사건, 한진중공업 사건 모두가 강정마을과 같은 사건들"이라고 규정하며 "모두 하나로 뭉쳐 평화를 만들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당부했다.

공연 중간에 마을 어린이들은 "그 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다"고 노래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공연에 참가한 악사들이 주민들과 함께 '바위처럼'을 부를 때는 모두 일어나 춤을 추었다. 이렇게 평화의 노래는 가을바람을 타고 마을을 가득 채웠다.

"그곳에 놀던 때가 그립다" 아이들 노래에 '울컥'

▲ 마을 어린이와 부모들이 모여 춤을 추는 공연과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장태욱

그리고 10시가 가까워오자 행사 중간에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시민들이 있었다. 평화버스가 시간 간격을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타고 온 평화버스의 운행시간에 맞춰 자리를 정리하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행사의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특히, 11시 무렵에 남은 모든 시민을 일으켜 세운 학생들의 공연은 정말 압권이었다. 초등학교 어린이에서부터 대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된 보컬인데, 이름이 '요세비네 친구들'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중문성당에 다니는 학생들이 만든 그룹이다.
 
본인들 공연이 11시가 넘긴 시각에 끝났기 때문에, 학생들이라 급하게 귀가를 서둘렀다. 그 와중에 그룹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이우석군을 종종걸음으로 쫒아가 인터뷰를 청했다. 이군은 제주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기분이 어떤지 말할 수 있나요?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왜 그리 좋은가요?
 
"일단 관객들이 많아서 좋고, 모두 즐거워해서 좋습니다. 우리의 노래에 이렇게 뜨겁게 반응해주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거든요."
 
-평소에 연습 열심히 했나요?

"보시다시피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모여 있으니 연습 시간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습을 잘 못하고 공연 전에 잠시 하는 게 전부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 왜 강정마을에서 공연하게 되었는지는 알고 있나요?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해서 강정마을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행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행사의 취지에도 공감하나요?
 
"당연하죠. 집이 강정마을에서 멀지 않고, 이 마을에 사는 친구들도 있어서 마을이 당한 처지를 잘 알고 있거든요."

이군은 헤어지기 전에 "이거 정말 기사로 나오나요? 언제 나오죠"라고 물었다. 정말 젊은이답게 풋풋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세비네 친구들'이 돌아간 뒤에도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공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도 남은 시민들은 귀가를 미룬 채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 방울까지 잔에 따랐다.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있다'던 맹사성의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르는 밤이다. 이 신선한 밤에 새벽까지 포구를 지키고 있는 전경들도 참으로 딱하다. 그래서 상전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협약에 의해 게재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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