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등 국내 과일산업 여건변화 반영 못해
적정생산 45만t-'물량+품질'로 기준 바꿔야

제주감귤협의회가 올해산 노지감귤에 대해서도 감귤유통명령제를 재도입키로 결의한 가운데 정부의 승인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내 감귤산업은 물론 세계적인 과일산업의 추세가 물량보다는 품질을 무기로 경쟁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물량에만 무게를 둔 '유통조절명령 시행지침'도 품질위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 과거 10여년전의 과일소비를 기준으로 한 적정생산 기준도 이번을 계기로 전면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는 감귤협의회가 24일 전체회의에서 감귤유통명령제 재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함에 따라 25일부터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기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감귤협의회 산하 유통조절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유통명령을 요청하기에 앞서 필요한 공청회 등에 대비해 왜 유통명령제를 재도입해야 하는 지 전국의 소비자 대표와 도소매업자, 그리고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개발에 들어갔다.

도 당국은 올 해산 노지감귤 출하에 앞서 10월 중순까지는 유통명령이 공표돼야 한다는 일정에 따라 이번 주부터 유통명령 요청서를 작성해 다음 달 중으로 전국단위의 공청회를 거친 후 9월말 농림부장관에게 유통명령을 요청할 방침이다.

# 올해산 생산 예상량 45만톤…중앙정부 설득에 난관 예상

그러나 중앙정부 특히 유통명령 공표권자인 농림부(장관)는 물론,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협의를 거치는 데는 많은 난관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산 노지감귤 생산 예상량이 최소 50만톤에서 최대 54만톤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명령제를 공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농림부의 '유통조절명령제도 시행지침'은 '농산물의 현저한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 등의 자율적 요청에 따라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유통조절명령을 발령함으로써 무임승차자 배제 등 효율적인 유통조절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시행지침상 유통조절명령의 공표요건이 과잉생산인 '현저한 수급불안'으로 규정돼 있다. 당장 생산예상량 50만~54만톤이 '현저한 수급불안'을 야기시킬 정도의 과잉생산이냐는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실제 생산예상량이 66만톤으로 추정돼 현저한 과잉생산이 우려되던 지난해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막판까지 유통명령 공표에 협의를 해 주지 않아 상당한 애를 먹은 바 있어 이 보다 10만톤 가량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인 경우 중앙정부의 동의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로 예상된다.

그러나 농림부 시행지침상 나와 있는 '현저한 수급불안'이 과일산업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잉생산의 기준으로 보는 '60만톤' 역시 과일소비 추세의 변화를 뒤쫓지 못하는 낡은 지침이라는 점에서 국내 과일(감귤)산업 생존차원에서 적극적인  설득이 요구되고 있다.

# 유통명령 근본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물량' 잣대만으로 한계
 
먼저 유통조절명령은 근거를 '물량'으로만 파악하는데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유통조절명령제의 근본취지가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와 유통업자 모두 양질의 과일을 적정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품질은 도외시한 채 물량으로만 조절한다는 것은 양질의 과일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생산자의 의무를 외면하도록 하는 ‘도덕적 해의’를 유발시킬 위험성이 있다.

또 엄청난 물량을 무기로 밀고 들어오는 외국산 과일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과일산업의 특성상 '품질'이 아니고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해 소비자는 물론 국내과일산업의 존립을 위해서도 유통명령 기준은 '물량'과 '품질'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돼야 한다는 게 과수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과잉생산의 잣대가 되고 있는 '60만톤'이 계속 유지될 경우 제주의 생명산업이 감귤산업은 결국 사양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60만톤'은 겨울철 과일이 감귤밖에 없어 국민 1인당 12kg을 감귤을 소비하던 10여년전의 기준으로 국내외산 과일이 연중 출하되는 최근에는 감귤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과일소비량 해마다 감소…감귤 적정생산량은 45만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주대학과 함께 지난 2003년 10월~2004년 4월까지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감귤 소비 의향'을 조사한 결과, 국민 1인당 소비량은 9.5kg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적정 생산량은 45만톤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일본인 경우 감귤 소비량은 5.5kg에 불과해 소비수준이 점차 늘어갈 수록 감귤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줄게 돼 향후 10년후에는 45만톤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에도 생산예상량은 66만톤까지 달했으나 실제 상품으로 유통된 물량은 45만톤에 불과해 45만톤을 '현저한 수급불안'을 야기하는 적정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성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일각에서는 감귤이 국내 독점과일로 유통명령을 공표할 경우 생산자는 추가 이익을 얻는 반면, 소비자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를 들고 있으나 이 역시 국내 과일시장의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오해이다.

국내 과일산업만 하더라도 겨울철에 이미 딸기와 수박, 참외 등 각종 과일이 출하된 지 오래됐으며,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 키위, 망고 등 수입과일도 연중 들어와 겨울철 독점과일로써 감귤의 지위는 이미 수년전에 막을 내린 상태이다.

때문에 감귤이 단순히 제주도에 국한된 지역 과수산업이 아니라 국내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자, 변화된  여건을 감안해 유통명령 공표는 향후 수년간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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