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고용석

이번 주부터 주 1회 새로운 기획칼럼으로 ‘다른 밥상 다른 세상’을 선보입니다. 칼럼은  유기농, 채식, 로컬 푸드 등 환경 친화적인 먹거리 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유기농 채식 전문가 2인이 집필합니다.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되 유기농 재배를 지향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먹거리가 건강한 밥상 문화를 통해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칼럼은 매주 수요일 고용석(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씨와 김란영(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 씨가 격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장
현대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평균 4만 7000개 상품이 있다. 이 음식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대부분 옥수수에 도달한다. 산업화된 음식의 대부분은 옥수수를 재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며 식량의 미래를 소수의 거대기업에 맡긴 결과라 볼 수 있다. 

과거 닉슨 행정부는 영세농들을 보호해 왔던 뉴딜법안 폐기하고 농업의 대량생산, 현대화, 통합, 중앙 집중화를 통해 세계화의 길을 선택한다. 1974년 이 계획을 발표한지 1년 만에 자영농 540만 명에서 농민 수가 230만 명으로 줄어들고 평균 경작지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이들 대부분이 거대기업의 일원으로 종사하고 있다. 과잉 생산된 옥수수는 가축에 먹여지는 데 고기 1kg을 만들려면 16kg에 달하는 곡물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가축공장도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다. 오늘날 이는 비만을 포함, 환경과 동물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고기와 곡물은 어느 정도 소비하면 그 한계가 있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당연하게 수익극대화를 쫓는 거대기업들은  대량생산되는 곡물과 고기를 이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가공 산업을 확장하게 된다. 거기에 1974년 모든 가공식품에 모조품이라 표시해야하는 모조식품법의 폐기와 영양주의 열풍 그리고 HFCS(옥수수고과당시럽)의 발명이 한몫 한다. 

농업의 대량생산과 축산업 그리고 식품가공 산업은 이렇게 맞물려  확대 재생산 된다. 이것이 오늘날 글로벌 식품경제의 기본 구조로 자리한다. 참고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식품생산에 대한 미국 연방보조금을 보면 곡물이 전체 금액의 13.23%, 육류, 유제품은 무려 73.80%로 곡물과 고기 생산에 무려 87%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여기에 바다식량의 고갈와도 구조적으로 연결된다. 전 세계 남획되는 물고기의  절반 이상이 가축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야생어류를 먹이로 사용하는 양식업까지 감안하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난다. 고작 0.5kg의 양식 연어를 얻자고 2.5kg이나 되는 자연산 물고기를 사료로 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곡물이 바이오 연료 생산에도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식량경제가 에너지경제와도 결합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의 육류소비가 곡물가 상승을 가져오고 곡물가 상승은 유가상승과 상호 연결된다. 이는 세계경제에 항상 불안정한 요인이 되고 있고 그 불안정성은 구조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식품산업의 파행적이고 비합리적인 구조의 중심에는 곡물을 재배해서 동물에게 먹이고 그 동물을 먹는 육식 습관이 자리한다. 곡물을 동물에게 먹이고 그 동물을 먹으면 원래 곡물에 있던 에너지의 90-95%를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양과 식량은 대부분 낭비되고 토지와 물, 에너지 등 지구자원에도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게 된다.

예를 들면 농.축산업이 전체 물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육류 생산에 사용된다. 6개월 샤워하지 않는 것보다 햄버거 4개를 먹지 않거나 소고기 0.4KG을 먹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70%이상이 방목과 가축사료를 위해 불태워졌고 인류가 사용하는 농경지의 80%가 축산용이다.

만약 이 땅에 숲을 일구고 유기농산물을 생산한다고 생각하면 인간의 토지이용에 합리적이란 말은 감히 언급하기 조차 힘들다. 하루에 4만 명의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데 , 오늘날 전 세계 곡물의 1/3이상과 콩의 90%가 가축에게 먹여진다. 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쪽에서는 먹을거리가 없어서 굶주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기를 얻기 위하여 소에게 곡물을 먹이며 키우는 상황이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효율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사회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지방이 많은 고기에 대한 탐닉은 모든 생산체계와 소비패턴을 자기 파괴적으로 만드는 논리의 상징이  되어 이미 오래전에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지구의 극단적인 기후변동과 생물종 파괴, 에너지(화석석유), 물 그리고 토양조건 등이 지구 역사 이래 정점(peak)을 찍고 바야흐로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사실은 육식문화가 우리시대의 가장 중대할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성과 환경파괴를 둘러싼 온갖 논쟁이 계속되나, 현대의 가장 비효율적인 육식문화와 그 외부효과에 대해선 신기하게도 언급이 없다. 그것은 육식문화가 제도 중심에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 단단히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밥상의 선택은 말 그대로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우리가 이러한 구조를 만든 문제의 주요한 일부분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진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몸의 필요와 지구의 필요를 반영한 밥상의 선택은 상식과 올바른 가치가 반영되는 경제생활과 산업 전반의 재창조가 가능함을 알리는 알림장이다.

우리는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이다. 원하던 원치 않던, 인정하던 안하던  우리의 선택은 앞으로 지구상의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다시 확인하지만 무슨 혁명처럼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한 끼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관한 얘기다. 그렇지만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밥상의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장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장은? = 1994년 환경 시민 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국내 최초의 미래진단 프로그램 ‘퓨쳐비젼’을, 그 밖의 다수의 NGO관련 국내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05년부터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를 맡아 활발한 강연 활동 등으로 한국 채식운동의 토대를 다져왔다. 또한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를 역임하고 국제 채식연합(IVU)을 대표해 세계 NGO 대회와 유엔회의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

제주출신인 그는 현재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대종경’ 등 명상과 종교관련 역서가 있다.

▲ 김란영 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

◆ 김란영 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은? = 2009년 아이건강&지속가능 지구촌 제주 국제컨퍼런스 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제주관광대학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현재 채식 관련 강의는 물론 채식운동에 대한 기고와 번역을 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유기동물 보호활동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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