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조작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자택에서 목매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상주 이수철 전 감독. <뉴시스>
【뉴시스】지난 봄 국내 스포츠계를 강타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는 지난 5월 발생한 승부조작과 관련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데 이어 이수철(45) 전 상주상무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알려져 승부조작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수철 전 감독이 19일 오전 11시9분께 성남시 분당 정자동 자택에서 베란다에 목을 매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119구급대에 신고,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전 감독이 유서 등을 남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이 전 감독은 금품수수 및 공갈 협박 혐의를 받고 지난 7월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K리그 17라운드 경기에 결장한 채 군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상무의 지휘봉을 잡은 이 전 감독은 김동현(27) 선수의 부친 김모씨로부터 김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협박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감독은 협박 혐의는 벗어났지만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주위에서는 전했다.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연맹의 입장에서 취할 조치는 없다. 최종 형이 확정되어야 상벌위도 열텐데 중간에 이렇게 돼서 고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상무 코치로 15년간 한 자리를 지키다가 지난해 감독을 맡아 올 시즌 김정우를 이끌고 K리그에서 시즌 초반 돌풍을 이끌었으나 승부조작 문제와 연루돼 명예와 목숨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올해 승부조작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목숨을 잃은 경우는 이 전 감독이 3번째다.

국내 축구계에 승부조작 의혹의 연기가 외부로 피어오른 때는 지난 5월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골키퍼였던 윤기원(24)이 같은달 6일 경부고속도로 휴계소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태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축구계에서는 윤기원이 승부조작에 따른 고민으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

승부조작에 관계한 조직폭력배 등의 반복된 협박과 회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윤기원의 죽음은 승부조작 문제를 세상 밖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윤기원의 죽음이 잠잠해지던 같은달 30일 챌린저스리그(3부 리그)에서 뛰던 정종관(30)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목숨을 끊은 이유는 승부조작에 대한 연루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던 압박을 못이긴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승부조작과 관련된 유서가 발견돼 파문이 더 확산되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5일 검찰조사 결과 승부조작 혐의가 밝혀진 최성국 등 47명에 대해 축구와 관련된 모든 직종에서 영구제명을 하며 철퇴를 내렸지만 승부조작 파문의 여진은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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