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 아치를 쏘아올리며 이름값을 한 롯데 주포 이대호. <뉴시스>
【뉴시스】롯데 자이언츠 타선의 열쇠 이대호(29)가 드디어 터졌다.

이대호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쐐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된 뒤 침묵을 지키던 이대호는 흐름을 롯데 쪽으로 돌리는 호쾌한 '한 방'을 쏘아올리며 그동안의 홈런 갈증을 씻어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오르기도 했던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타율 0.357 27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1위, 홈런과 타점 2위에 올랐다. 최다안타에서는 176개로 1위에 올랐다.

8개 구단 가운데 최강 타선으로 꼽히는 롯데 타선에서 이대호는 시리즈를 앞두고 계속해서 '키플레이어'로 꼽혔다.

이대호가 2009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563(16타수 9안타) 2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등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타율 0.383(47타수 18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롯데가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이대호가 3차전까지 보여준 모습은 기대이하였다. 3차전까지 3경기에서 타율은 0.167(12타수 2안타) 1타점이 전부였다. 기대하던 장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이대호가 살아나야 롯데가 산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1차전을 졌다가 2차전을 이겼던 롯데가 3차전을 패배한 뒤에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기대를 좀처럼 거두지 않았다. 전날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치고 양 감독은 "이대호가 내일 무조건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양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도 "우리는 죽으나 사나 이대호"라며 "이제부터 몰아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이대호는 4차전에서도 경기 초반 부진한 모습이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대호는 4회에도 3루수 앞 땅볼을 치는데 그쳤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은 통하는 것일까.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바뀐 투수 이영욱의 3구째 밋밋한 커브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씻는, 양 감독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호쾌한 '한 방'이었다. 플레이오프 시작 후 17타석만에 나온 아치였다.

단지 1점을 더 내는 솔로 홈런 한 개일 뿐이었지만 그것이 이대호의 '한 방'이었다는 것은 롯데에게 의미가 크다. 중심타선의 동반 상승세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 감독은 "팀의 간판 타자인데 계속해서 안 맞으니 본인 스스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타격폼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편안하게 하라고만 했다"며 "결정적인 홈런을 쳤으니 5차전에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런 하나 치고 인터뷰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한 이대호는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1-0으로 이기고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내비쳤다.

이대호는 "특별히 노린 것은 아니다. 편하게 치려고 했다. 그동안 힘이 많이 들어가서 스윙이 커졌는데 가볍게 치려고 했다. 가볍게 치니 더 잘 맞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3차전까지 타격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주변에서 잘 못 치는 것을 부각시켜 부담을 많이 느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것도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이겨내겠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어차피 내가 이겨내야 한다. 4번타자이니 내가 해줘야 한다"고 말한 이대호는 "내 자신을 스스로 이겨야 한다. 5차전 승리에 앞장서서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이대호는 "3차전을 이긴 뒤 4차전을 져서 SK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힘든 경기를 이겨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부산 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사직 연패도 끊었으니 5차전은 팬들과 축제 분위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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