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기업형 편의점](上) 전국평균 3523명 比 절반도 안 돼
편의점 대기업 “관광지 특성 고려해야” 억지…그래봐야 1255명

제주도내에 소위 대기업 프랜차이즈형 편의점이 도입된 지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1년 10월 보광훼미리마트가 1호점을 개점한 후 2002년 LG25(현 GS25), 2010년 세븐일레븐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들 업체 간 점포 확장 경쟁이 심각해지면서 웬만한 골목 구석구석까지도 편의점 간판이 내걸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비난과 함께 편의점 난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토종 골목상인들과 영세한 가맹점주들이다. <제주의소리>가 편의점 제주진출 10년째를 맞아 출혈경쟁이 심각한 도내 편의점업계 실상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우후죽순(雨後竹筍)’
비만 오면 여기저기 죽순이 솟아난다는 말로, 어떤 일이 한때에 과도하게 많이 생겨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제주도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업계의 무차별적 점포 확장도 딱 ‘우후죽순’ 형세다. ‘한집 건너 하나 씩’이라는 지적은 이 같은 제주도내 편의점들을 두고 하는 소리다. 

▲ 제주도내에서 영업중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2011년 10월 현재 470개다. 훼미리마트 211개, GS25 154개, 세븐일레븐 105개가 각각 영업중이다.(그래프 왼쪽부터).  ⓒ제주의소리

◆ 생겨나는 건 족족 ‘편의점’ = 지난 2001년 10월 보광훼미리마트의 제주 첫 진출 이후, 제주에서 만 10년째 영업해오고 있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2011년 10월 현재 470개다.  지난해 말 제주도 총인구 57만1255명으로 환산해보면 편의점 한곳 당 1215명에 불과하다.
당연히 인구수 대비 편의점 숫자는 전국 최고다.

한국편의점협회가 지난해 5월 발행한 ‘편의점 운영동향 2010’ 자료집에 따르면 2009년말 국내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는 3523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전보다 445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이런 추세라면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전국 평균 3000명 미만으로 내려올 것이란 위기감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미 2000명대도 아닌 1000명대가 무너질 위기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전국 최하위다. 영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지난 2009년말 도내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2261명이었던 것이 1년10개월 만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2009년말 당시에도 강원도(1편의점 당 2692명), 서울(1편의점 당 2831명)과 함께 가장 인구수가 적은 2000명대(편의점 한 곳 기준)를 유지했지만 이젠 되레 그때가 그립다는 볼멘소리가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제주도가 관광지라는 특성상 상주인구만이 아닌 외래 관광객을 포함해야 한다는 편의점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기준 제주도를 다녀간 700만명의 관광객을 포함하더라도 1일 제주도내 상주인구는 약 59만명에 불과하다.

이를 편의점 숫자로 환산해도 1곳당 1255명에 불과하다. “관광지라서 다른 지역과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관광객 숫자를 고려하면 다른 지역과는 사정이 아주 다르다”는 편의점 기업들의 해명이 ‘억지’인 것도 이 때문이다.

▲ 제주도내에서 영업중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롯데 '세븐일레븐', GS그룹 'GS25', 보광그룹 '훼미리마트' 등 3개 회사다. ⓒ제주의소리
◆ 편의점 선진국 일본.미국은? = 그럼 편의점 산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엔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얼마나 될까. 미국과 일본의 경우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약 25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단계로 접어들면 편의점 산업은 성장기를 벗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편의점 기업 들은 “성장기를 벗어나 성숙기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매출 감소와 수익저하도 비례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제주에 진출한 편의점 기업은 ‘범(汎) 삼성그룹’ 계열로 분류되는 보광그룹의 훼미리마트 외에도, GS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의 GS25와 롯데그룹 편의점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등 총 3개 회사다. 또다른 편의점 브랜드인 바이더 웨이와 미니스톱 등은 제주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제주진출 편의점 기업들의 ‘고삐 풀린’ 점포 확장 경쟁에 죽어나는 건 토종 골목상인들뿐만 아니라 영세한 편의점 가맹점주들이다. 오죽하면 편의점 점주들을 일러 ‘박봉 월급사장’이란 표현까지 나올까. 제주지역에서의 과도한 편의점 경쟁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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