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곳에 가면] 붉은 단풍 그리고 코스모스, 아~ 가을이 좋다!

제주의 가을이 깊어간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이 가을, 가을을 느끼러 어디든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주말이다.

창 밖 넘어 무심코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바람도 싱그럽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하늘이고, 창문 너머로만 쐬어도 좋은 바람이지만 길을 나서자.

깊어가는 가을을 방구석서 가만히 지켜만 보기엔 억울하고 서럽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야외활동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평소 틈나는 대로 맨손체조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 맨손체조가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주말 친구와 드라이브를 약속했다면 아껴뒀던 가을 코트로 한껏 멋을 내고 나가도 좋을 듯하다.

오색단풍을 따라 산행이나 놀멍 쉬멍 억새 길을 걸을 거라면 원색의 아웃도어와 배낭으로 ‘폼생폼사’해도 괜찮을 듯싶다.

춥다고 집안에 방콕(?)하지 말고 만연한 이 가을을 즐기기 위해 자연으로 나가자. 빈둥대면서 보내기엔 이 가을, 그리고 제주가 너무나 풍요롭고 아름답다.

이번 주말은 약간 구름 낀 날씨가 될 것 같다. 보온병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나 차를 담고 나서면 가을을 품은 제주의 자연에 온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을, 주인공이 되자. 가을의 중심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나들이를 떠나보자. 울긋불긋 오색 단풍과 상고대로 옷을 갈아입은 한라산도, 첫 미팅에 달아오른 볼처럼 붉게 물든 저녁노을도 가을의 중심에 선 나를 미치도록 부러워하리라.

▲ 만세동산 일대의 상고대 <한라산국립공원제공>

별천지로 변한 한라산 = 이달 초부터 한라산이 천천히 가을 옷을 갈아입더니 지금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른 아침 정상까지 모습을 드러낸 한라산은 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 신비한 경치까지 자아낸다.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좀 두툼한 등산복을 입고 한라산에 올라야 할 것 같다.

등반이 부담스럽다면 드라이브를 하며 가을을 눈으로 즐기는 것도 좋다. 천천히 지날수록 더 아름다운 5.16도로 숲 터널을 권하고 싶다.

숲길도 일품이지만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방면으로 숲길을 막 지나면 길 오른쪽에 펼쳐진 한라산 정상 부근의 단풍 든 모습이 절경이다. 그대로 감탄사 연발이다.

단, 조심하라. 차량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늦춰보고 싶지만 구불구불한 길과 넓지 않은 차도는 뒤따르던 차량과 사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안전운전은 필수! 안전운행만 한다면 잊지 못할 가을 드라이브가 될 것이다. 믿어라!

가을꽃이 만개한 1100도로 축산진흥원 앞길 = 제주시 연동 성당을 지나 1100도로를 따라 축산진흥원 방목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 쪽에는 가을꽃의 대명사 코스모스가 색색이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었다. 철 잊은 해바라기는 덤이다.

저녁노을이 뉘역뉘역 질쯤이 제격이다. 방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조랑말과 흐드러진 코스모스, 그리고 붉은 노을까지 오버랩 되면 황홀함 그 자체일터. 

▲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억새밭. ⓒ제주의소리DB/오희삼

억새로 은빛 바다가 된 산굼부리 =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따라 가다 마 방목장과 견월악을 지나면 바로 1112번 도로인 비자림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은빛 억새 물결이 넘실대는 산굼부리가 너른 품을 열어 반긴다.

산굼부리는 기생화산으로, 제주도 유일의 폭렬공(용암의 분출 없이 폭발만으로 이루어진 분화구) 기생화산이다. 분화구의 깊이는 약 100m, 지름은 600m가 넘는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되어 있는 위대한 자연유산이다.

웬만한 오름 크기에 맞먹는 큰 분화구를 갖고 있는 산굼부리. 이곳 분화구 주변과 그 안에 한 가득 피어있는 억새꽃은 장관이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산굼부리 억새밭에서 붉은 노을이 질 때까지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행운이다.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은빛 억새 물결이 금빛 옷으로 갈아입는 아름다운 나신(裸身)을 볼 테니 말이다.

잠깐, 산굼부리에 갈 땐 스웨터 옷차림은 피하자. 혹시라도 억새풀이 스웨터에 달라붙는다면 털어내는데 고생할 각오가 필요하다. 다음 스케줄이 늦어질 것 까지도.

서귀포의 가을 바다, 그리고 천지연 = 제주의 대표 폭포, ‘천지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마음 속 찌든 때까지 씻어 낼 것 같은 곳이다.

그러나 천지연에 폭포만 있을까. 쏟아지는 폭포 물줄기만 으레 생각하겠지만 이곳에 ‘큰 바위 얼굴’이라는 명소 바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초등학교 가을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큰 바위 얼굴’ 위로 여러 종의 나무가 붉게 물든 모습도 아름답다.

길을 걸어 나와 ‘새연교’에서 바라보는 천지연과 남성리 마을로 가는 S자 길도 명소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간 곳에 칠십리 공원이 있다. 칠십리 공원에서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자. 가을 한가운데 서있는 서귀포가 느껴지리라.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서귀포 앞바다에 눈도 호사를 누린다.  

외식장소로 안성맞춤, 최남단 모슬포 토요시장 = 가을 나들이를 나서다 모슬포를 꼭 들러보자. 매주 토요일 색다르고 값싼 주말 장터가 열린다. 이번 주부터 모슬포항 내항 방어 축제 특화 거리에 '최남단 모슬포 토요시장'이 개장된다. 이곳에선 지역에서 생산 되는 각종 농‧수‧축산물을 판매 한다.

모슬포하면 생각나는 '방어'를 비롯한 싱싱한 생선을 경매가격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된다. 또한 이 싱싱한 횟감을 집에서 맛봐도 좋지만 인근 식당에서 일정금액(기본 서비스료)을 지불하면 맘껏 맛볼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 외식 장소로도 안성맞춤!

대정농협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무겁게 들고 갈 것이 걱정 된다면 현장에 준비 된 택배를 이용하면 된다.

지역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할머니 장터에서는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재배한 농산물이 판매 되고, 축산물 판매장에서는 제주 흑돼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할 수 있다. 맛좋은 제주 흑돼지도 인근 식당에서 시식할 수 있으니, 오랜만에 고기로 배를 채워도 좋겠다. 

어머니의 수고를 덜 겸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장을 보면 어떨는지.<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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