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제주관광대학 김란영 교수

미국 애리조나주 피마 인디언과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유전자가 같은 형제 부족이다.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여전히 ‘몸짱’을 자랑하며 날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에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던 애리조나 주 피마 인디언은 부족의 70%가 당뇨를 앓고 있는 세계 최악의 ‘당뇨병 부족’이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특별히 당뇨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왜 당뇨, 암, 심장병이 없이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음식이 유전자를 바꾸어 그들의 운명마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 바뀐다는 말은 유전물질인 DNA 자체가 변한다는 말이 아니라 ‘유전자 속의 유령’이라 불리는 후성 유전체가 DNA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유전자 작동 여부에 관여하여 활발하게 움직이는 유전자의 활동을 멈추게도 하고 멈추어 있는 유전체를 깨우기도 한다. 이러한 후성 유전체의 활동여부에 따라 우리의 건강 상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든 후성 유전체는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유래하여 미네랄, 비타민, 지방산 등과 같은 영양소에 의해 만들어지며, 이들 영양소의 구성 비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좋은 음식을 먹으면 착한 유전자가 되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나쁜 유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높아지고 있는 심장병, 암, 당뇨, 각종 정신과질환 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결과가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후성 유전체의 영향으로 자연이 주는 식단을 밀어내고 손쉽고 빠른 나쁜 식단을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피마 인디언들은 옥수수, 콩, 애호박 등을 농사하면서 자연이 주는 식탁을 즐겼지만, 현재는 프렌치 프라이드나 청량음료 등 가공식품을 달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들의 후손에게도 대물림되어 나이 열 살에 당뇨 합병증으로 사지를 잘라 내고 있기도 하다. 조상의 나쁜 유전자가 대물림 되어 계속 나쁜 식습관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나빠질 수 있고, 나쁜 유전자도 좋아질 수 있는 게 어떤 식단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강한 멕시코 피마 인디언으로 살아 갈 것이냐, 아니면 심장병과 당뇨로 힘들어하는 애리조나 주 피마 인디언으로 살아 갈 것이냐는 우리의 식단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다.

화학 물질의 바다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의 유전자를 끄집어 내야할 때다. 지난 반세기는 우리가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오염시킴으로써 ‘우리 몸을 오염시킨 50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개발로 농산물에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게 다반사이다. 그리고 DDT처럼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도 환경 잔류성이 강해 지속적으로 우리 몸에서 검출되고 있다.

▲ 제주관광대학 김란영 교수 ⓒ제주의소리
그리고 비용 문제, 수질오염과 인체의 유해 문제 때문에 한 번만 사용하는 강력한 농약이 만들어졌다. 이 강력한 농약에 잡초는 사라지지만 농산물은 잘 자라게 하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도 만들어 진다. 더욱이 어떤 씨앗은 농약을 반드시 뿌리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농산물에다 결코 몸에 좋다고 할 수 없는 각종 첨가물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어떠한가!

후성 유전체는 우리가 환경을 바꾸면 이에 적응하도록 멈추어 있는 유전자를 깨운다.

지금이라도 독성 화학물질에 찌든 농작물이 아닌 자연의 소리, 바람, 빛으로 자란 건강한 먹거리로 식단을 짜서 생활을 바꾸면 변화는 가능하다. 한 끼 밥을 잘 먹는다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바꿀 거면 크게 바꾸시라. 그래야 많이 좋아진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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