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돈로’서 만난 고상돈 사람] 부인 이희수씨

“이젠 슬픔 보다 기쁨이 더 커요. 그이를 기억해 주는 많은 분들이 있으니까요”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8848m)를 밟은 고(故) 고상돈(1948~1979)의 부인 이희수(60) 씨는 밝게 웃었다.

이 씨는 고인의 누님과 함께 6일 ‘고상돈로(路)’를 따라 열린 ‘한라산 고상돈로 전국 걷기대회’에 참석했다.

▲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 고(故) 고상돈의 부인 이희수(60)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고상돈로’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지난해 2월 한라산 1100도로에 조성된 명예도로다. 제주출신 산악인 고상돈은 어린 시절 한라산에서 꿈을 키웠고, 죽어서도 이곳에 묻혔다.

이 씨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고인을 기억하는 15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그의 얼굴에선 행사 내내 차분하지만 온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977년 ‘77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에 합류해 에베레스트 정복에 성공한 고상돈은 당시 국민적 영웅이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던 그의 말은 어린 아이들도 따라하는 유행어였다고 했다.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은 다음해 대전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던 이 씨와 결혼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예고하듯 했다.

고 씨는 행복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 1979년 북미 최고봉 맥킨리를 한국인 최초로 등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하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는 ‘산악계의 전설’로 남았다.

이 씨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둔 채였다.

한 동안 공식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이 씨가 자신을 비춘 것은 ‘고상돈상’이 지정되면서라고 알려진다. 그에게 남편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은 그의 도전정신이 잊히는 것이었다.

이 씨는 이날도 남편 대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뿐이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고상돈 기념사업회와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 등 산악인들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며 “이 분들에게, 그리고 참가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또 “‘고상돈로’가 활성화 돼 제주뿐 아니라 전 국민들이 그이의 길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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