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호 게스트하우스 ‘민중각’ 대표 부부 ‘늦깎이 결혼’

▲ 제주올레 1호 게스트하우스로 올레꾼들에게 사랑 받아온 '민중각' 대표 부부가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 올레에서 사랑을 키워온 부부가 제주올레에서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다.

9일 시작된 ‘2011 제주올레 걷기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제주올레 1호 게스트하우스인 ‘민중각’ 대표 부부의 결혼식이었다.

박혜진(46)·오상훈(46) 부부는 이날 오후 제주올레 6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서복전시관 앞마당에서 전통 혼례를 치렀다. 올레꾼들을 하객으로 모셨다.

홀기(혼례 순서를 적은 글)를 읽는 이가 “이 잔을 받으면 부부가 되고, 그럴 마음이 없다면 조용히 거절하면 된다”고 하자 곳곳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부가 잔을 받자, 이번엔 박수가 터졌다.

하객들의 노래 선물이 이어졌다. 새 부부와 올레꾼들은 너나없이 덩실 춤췄다.

서명숙 이사장은 ‘펑펑’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언제나 이 모습을 상상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 주제는 ‘사랑하라, 이 길에서’다.

20여 년 동안 서귀포시 서귀동 시내에서 숙박업을 해 온 오상훈 씨와 제주올레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온 박혜진 씨 부부. 이들은 어딜 가나 손 꼭 잡고 다니는 잉꼬 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 개성 만점 올레꾼들을 하객으로 맞았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성격이 화끈하기로 소문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기쁨의 춤을 추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오 씨는 “제주올레 위에서 많은 일을 넘겼고, 그러면서 사랑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백 씨는 “제주올레는 우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덧붙였다.

3년 전만해도 이들이 운영했던 것은 여관이었다. “작은 창 너머로 무미건조한, 꼭 필요한 대화만 나누던 곳”이었다고 오 씨가 회상했다.

제주올레가 생기면서 싸고 아늑하고 소통이 가능한 숙소가 필요했다. 서귀포시가 고향인 오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여관을 올레꾼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켰다.

오 씨는 “문을 열고 나와 마음을 열고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하는 변화”였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인 도장만 찍고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던 이들은 이번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최적의 결혼 장소, 올레꾼을 하객으로 정했다.

백 씨는 “많은 축복을 받은 만큼, 이 사랑을 앞으로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살겠다”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2011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이날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제주올레 6코스부터 9코스를 매일 한 코스씩 걸으며 진행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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