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경관 숨은 주역] 옛 전우 찾아나섰다 홍보대사 변신 최종식 옹

제주가 고향도 아닌데 제주인 못지 않게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앞장 선 이가 있다.

14일 오후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으로 들떠있는 분위기의 세계7대자연경관 범도민추진위 사무실에서 인천 남구 주안동의 최종식(85) 옹을 만났다.

최 옹은 지인들에게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를 2000통 이상 하면 제주여행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획기적인 약속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렸다.

▲ 최종식(85) 옹.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최 옹은 “내가 제주 사람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3000통 이상 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20-30통을 연달아 하면 손목이 아파 쉬어야 했을 정도”라고 했다.

최 옹이 ‘자기 일’처럼 세계7대자연경관 홍보에 앞장 서기 시작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야기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옹은 1964년 ‘8240 부대’에서 함께 전우의 정을 나눴던 선임 유방원 씨를 찾아 제주도를 찾았다.

흑백사진 속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안덕면사무소를 찾았지만 유 씨는 10년 전 세상을 떠난 뒤였다.

허탈함에 움직일 수 없던 순간, 그의 눈길을 붙잡는 문구가 있었다.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도전한다는 것.

최 옹은 “6·25 참전했던 것 역시 나라를 위한 일이었고,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역시 마찬가지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다면 하는’ 성격의 최 씨는 당장 안덕면사무소에 7대경관 홍보 전단지 수백 장을 요구했다. 전단지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자 서귀포시로, 제주도로 뛰어다녔다. 아예 인천으로 택배를 부탁하기도 했다.

최 옹은 80평생 인연을 맺어온 각종 기관·단체들을 찾아다녔다. 봉사단체와 바르기살기위원회 등 수십 개 단체의 장을 만나 300통씩 부탁했다.

보다 가까운 지인에게는 2000통 이상 전화하면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손자·손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마감 시간을 10여분 앞에 두고 손녀가 친구들에게 전화해 투표를 독려할 정도였다.

최 옹은 “아이들이 나라 일에 관심 갖게 하는 일이었기에 흐뭇했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할아버지와 손녀는 800통 가까이 ‘뒷심’을 발휘했다.

12일 새벽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결과를 발표가 이뤄진 제주시 아트센터 현장에서 최 옹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 평생 서너 번 밖에 눈물을 흘려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최 옹은 “여기저기 홍보를 많이 했더니,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이후에 나에게도 축하 전화가 많이 온다”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주말에는 200여명을 초대해 해장국으로 자축 행사를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은 제주를 넘어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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