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미국 문학사에서 스토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은 노예해방의 기폭제가 된 소설이다 . 그 이후 미국 사회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문학 작품이 있다면 단연 <정글>이다. 제목 그대로 미국 자본주의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록일 뿐 아니라 당대 미국 도살장과 정육 산업의 부패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큰 영향은 음료 식품 약물 등에 무엇이든 첨가물과 불순물이 허용되던 사회적 우려와 분위기를 일시에 바꿔버린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오죽하면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직접 시카고로 조사관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저자인 업튼 싱클레어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면담 했겠는가.

# 어떤 식품첨가물 들었는지 알고 먹나?

<정글> 이후로 식품첨가물을 규제해야 된다는 불붙는 국민적 여론은 막강한 육류산업과 식품업체의 로비마저도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 해 6월 미국에선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 등이 제정된다. 

이미 미 농무성 화학 분과 책임자인 와일리 박사는 1902년부터 대중을 상대로 한 실험으로 건강한 젊은이들로 '독약분대'를 조직하여 일반 식단에  새로운 식품첨가물 등을 차례로 추가, 인체에 미치는 그 영향을 회보로 정기적으로 발표해 왔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위생법(The Pure Food and Drug Act) 이후 이 법에 의거하여 1907년 1월 1일 미 농무성 화학 분과는 미국 식품 업계를 단속하는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코카콜라를 비롯하여 케첩, 위스키, 통조림 등 식품첨가물을 넣는 어떠한 식품도 독약분대를 통해 인체에 해가 없다고 확인되기 전까지 생산이 불가능 하게 된 셈이다.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식품업체와 육류산업 그들을 비호하는 정치세력과의 전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된다. 결국 대통령의 병세까지 이용한 로비세력의 치밀한 음모와 공세에 이 법은 사라지는 운명을 맞는다.

만약 화학분과가 법에 명시되어 있고, 실제로 그러려고 했던 대로 법을 강력히 집행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세상이 되었을까?

각 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에는 의학적 용도를 제외하고는 안식향산, 아황산, 아스파탐 등 식품첨가물의 흔적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음료수에는 어떤 카페인도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며, 흰 밀가루 역시 어느 주에서도 판매되지 않았을 것이다. 식품업자들은 통곡류 가루로 국민보건을 증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을 것이다.

화학분과는 후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모태가 된다. 이제는 독약분대 대신에 GRAS가 대신하게 된다. GRAS 리스트란 식품의 색소와 첨가물, 변성도를 나열한 것으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화학물질을 복합적으로 섭취했을 때의 부정적 시너지 효과이다.

2003년 '음식 시너지 효과'란 개념으로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에 발표된 미네소타 대학 연구에 따르면 완전곡물의 영양소 즉, 식이섬유, 비타민E, 엽산, 피틴산, 철, 아연, 마그네슘, 망간 등의 양을 똑같이 섭취하는 것과 음식으로 먹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으로 단지 영양소의 합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건강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은 첨가물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하다.

# 지구촌 16억만명 시달리는 비만…그 중 절반 만성질환 사망

1일 기준치 이하로 첨가물을 섭취한다 해도 하루 7-80개의 첨가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어떤 효과가 날지 아무도 그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일종의 ‘첨가물의 부정적 시너지 효과’인 셈이다. 보통 심사할 때 한 가지 물질만을 섭취한다고 가정하고 실험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의 식품첨가물 규제는 식품 업자에게 사람의 건강에 유해함을 입증하기 전에는 제품에 무엇을 넣어도 좋다는 백지 위임장을 발급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 모두가 독약 분대'에 참여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현대의 식품 가공산업은 첨가물을 넣고 가공도를 높이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 글로벌 식품망의 구조상 월마트 같은 소매업체가 실제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할인정책과 가격파괴는 생산자와 식품업체에 비용절감을 압박한다. 

결국 생산자의 몫은 더욱 줄어들고 식품가공업체도 대형화 하거나 첨가물과 한 단계 높은 정제가공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아래 세계 16억만 명의 사람들이 비만에 시달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만성질환에 걸려 죽어가는 것이다.

한가지만 기억하자. 현재의 익숙하고 잘 확립된 구조와 전제가 실상은 국민보건을 위해 제정된 법 가운데 가장 훌륭한 법을 뒤집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역으로 인류가  진정 마음만 먹는다면 몸의 필요와 지구의 필요를 위한 훌륭한 정책과 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가능성이야말로 인류를 성숙하게 하고 구조의 틀을 깨는 혁신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사람들을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문화는 죽은 문화이다. 법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쉽게 해방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올해 9월 14일에 유엔(UN)은 21세기 새로운 보건 정책 목표로 만성질환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인류 보건 최대 목표가 '전염병 퇴치'에서 '만성질환 관리'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총회기간에  '만성질환 정상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급증하는 만성질환 환자와 그에 따른 건강비용과 사회적 영향을 감안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근본적 논의와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식품의약품위생법과 같은  세계보건 증진의 획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제주의소리
'문제의 원인이 된 그 사고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나 핵문제 그리고 만성질병 기아 같은 문제조차도 이제 국가나 민족 단위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는 지구적인 차원의 특별한 체험을 필요로 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 나가 처음으로 지구를 보았을 때 그 거대한 지구도 우주의 작은 일부분임을 깨닫는 그 순간을 집단적으로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트려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나의 세계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새로운 현실의식, 정체성, 완전히 달라진 지구 상황을 중시하는 사회 공통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상식을 찾는 것이다.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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