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21일 영상음악제 ‘음악과 유배문화’

   

피아노의 시인 쇼팽, 비운의 음악가 라흐마니노프, 한국인이 사랑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이들 위대한 음악인들의 공통점은 ‘망명 음악가’라는 데 있다.

자유로부터 유배됐던 음악인들의 작품을 영상과 실황연주로 감상하는 독특한 행사가 열린다.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센터장 양진건)가 주최하는 영상음악제 ‘음악과 유배문화’가 21일 오후 7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는 제주대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가 진행하는 추사유배길과 유배영화제 등 유배 문화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사업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에선 총 8명의 ‘유배음악가’와 그들의 유배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많은 걸작을 남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스탈린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망명했던 대표적인 예술가다.

러시아의 대표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등 거장으로서 활동해 왔음에도 러시아 혁명이 터지자 1917년 가족과 함께 핀란드로 망명한다.

망명 생활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인생을 그 이전과 이후로 가를 정도였다. 그가 망명 이후 남긴 곡은 단 6곡. 정치적 억압이 예술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음악제에선 콩쿠르의 단골곡으로 선택되는 ‘암흑의 순간 Op.16’이 연주된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쇼팽 역시 20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로 망명한다. 그의 음악은 새로운 영토에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 망명생활을 통해 연마됐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행사에선 박여성 씨의 기타 연주로 ‘전주곡 Prelude op.28-7, 28-20’ 등이 연주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유태인으로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연주자다. 라트비아가 소련에 합병되면서 유태인이란 것만으로 반체제운동에 연루돼 감옥살이까지 했었다.

훗날 미샤 마이스키는 “부조리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음악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선 ‘신의날’과 ‘브루흐’가 영상 음악으로 선보인다.

이 외에도 정치적 망명을 해야 했던 수많은 음악인들이 있다. 거꾸로 음악사를 통해 유태인 학살, 러시아 혁명 등 굵직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음악회에선 8곡의 연주동영상과 3곡의 실황연주로 진행된다. 박여성 제주대 교수와 김유리 씨가 음악 해설을 맡아 유배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제주대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 양진건 센터장은 “유배라는 테마가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변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라며 초대의 변을 밝혔다.

무료. 문의=064-754-2484.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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