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제주관광대학교 김란영 교수

비틀즈 멤버인 폴 메카트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IPCC(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채널)라젠트라 파차우리 의장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완전 채식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주 1일 채식 식단’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의 기후변화에 엄청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는 영국인 전체가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으면 500만대의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효과와 같다며 매주 월요일은 ‘고기를 먹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고, 그리고 최근 암스테르담의  프리대학과 니콜라스 퍼거슨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전체가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먹지 않으면 미국 뉴욕에서 LA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 9000만장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며, 일주일 모두 채식을 하면 미국의 모든 차를 없앤 결과와 같다고 한다.

# 빌클린턴, 비틀즈 폴 메카트니가 ‘주 1일 채식’ 외치는 까닭?

유엔 역시 온실가스의 거대한 방출이 육류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육류소비를 줄이는 식생활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 1일 채식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파국적 기후변화에 대응한 보험정책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2010년 6월 환경의 날에 발표된 유엔보고서는 '전 세계가 기아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절대다수의 세계인이 채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2006년 지구온난화 위험을 알린 ‘스턴 보고서’로 유명한 니콜라스 스턴 영국 런던 정경대 교수는 기후변하에 대응하지 않는 나태함은 세계 경제에 세계대전과 맞먹는 엄청난 불황을 가져올 것이라 보고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음식(동물성 식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라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자는 경제적 논리에서다.

그리고 주 1일 채식운동은 아직도 ‘어떻게 매일 채소만 먹고 살아’라며 완전 채식에 불안해하는 사람들까지도 큰 거부감 없이 일주일에 하루쯤은 채식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 상태다.  

외국인 경우 벨기에 헨트시, 독일의 브레멘시, 브라질 상파울로시 등은 시정부에서 주 1일 채식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 DC 시의회 역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학교에 채식식단 제공이 점점 늘어나 현재 전체 학교 67%에 채식식단이, 20.5%의 학교에는 순식물성 채식식단이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도요타를 포함한 미국 내 2000개 이상 기업들이 채식식단을 공급받고 있다. 또한 채식인구가 많은 대만도 현재 85% 이상의 학교에서 채식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와대와 녹색성장 위원회가 저탄소사회를 위한 녹색식생활로 주 1일 채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 식당에서 채식식단이 제공되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 ‘주 1일 채식운동’ 진원지는 어디? 제주도!

그러나 오산시, 안양시 등 시정부 특히 광주 교육청은 활발한 주 1일 채식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북교육청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주 1일 채식급식을 내년부터는 중학교까지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부산의 23개 시민단체가 합심하여 주 1일 채식운동 및 주 1일 학교 급식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지역 언론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강원 지방 병무청, SK건설 등 많은 기관에서도 채식식단이 제공되고 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부는 채식바람은 마치 ‘열풍’과 같다.

이쯤 되면 이 같은 채식바람의 진원지가 궁금해진다. 그건 바로 제주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 1일 채식운동의 진원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09년 9월에 IPCC(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채널)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제주도 45개 단체가 주관한 ‘아이건강 지속가능 지구촌 국제컨퍼런스’에서 모니터를 통해 제주도정, 제주도 의회, 교육청 그리고 제주의 45개 시민사회단체에 그의 지지와 염원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아이들을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아이건강 제주연대와 제주도의회 기후변화대응 녹색성장발전연구회가 학교급식을 포함한 ‘주 1일 유기농 완전채식 운동’ 선언을 격려한 것이다. 결국 이 선언의 메아리가 멀리 광주, 전주, 부산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 김란영 제주관광대학교 교수 ⓒ제주의소리
그리고 최근 다시 좋은 소식이 들린다. 친환경 급식 혁명을 실현한 제주에서 30여개 단체가 식생활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사실 친환경 급식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성장기 비만율이 전국 최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고 아토피, 비염, 천식, ADHD 등 환경성 질환은 대도시보다도 발병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바라건대 제주 식생활 네트워크가 주축이 되고 제주도정, 교육청, 도의회가 함께 만장일치로 친환경 급식 조례를 도입했던 것처럼 채식 바람의 진원지인 이곳에 다시 바람이 일어나 일주일 단 하루만이라도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 김란영 제주관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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