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요구 18개 과제 중 17개 과제 '수용불가' 통보
"고양이에게 생선맡기는 꼴"…12개 과제는 재논의키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해 중앙부처 권한의 대폭 이양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제주도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재정경제부가 국유재산 이관에 난색을 표명하는 가운데 중앙부처에서는 처음으로 환경부가 권한이양에 제동을 걸고 나서 향후 국무총리실 논의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추진과제로 권한 이양을 계획하고 있는 과제는 모두 18개 분야로 환경부는 이중 '청정연료  사용장려 및 자동차 총량제'권한만을 수용하고 나머지 17개 권한이양은 '불가'판정을 내렸다.

환경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제 검토' 자료를 통해 특별행정기관인 제주출장소는 주로 자치단체를 기능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업무로 전국차원의 광역사무 등 자치단체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권한을 이양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에서도 환경산업체 관리를 제외한 자연환경보전, 화학물질유통실태관리, 시험 분석 등의 업무는 국가 사무로 존치할 필요성을 이미 인정했으며, 배출업소 관리, 폐기물 수거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는 제주도가 이미 수행하고 있다며 수용 불가사유로 제시했다.

또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하면서도 국가 생물자원 보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연생태계 보전 관리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또 제주도가 먹는샘물 논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지하수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수자원 공수화'에 대해서도 수도법에서 정한 수도의 설치 및 공급을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 배제하는 것은 곤란하며, 이렇게 될 경우 제주도 상수도에 지원되는 연간 40억원의 예산지원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특히 먹는샘물 원수 및 유통중인 제품수별 특성을 고려해 설정된 기준을 제주도에만 달리 적용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에서 생산된 먹는샘물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관리기준을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제주도가 지하수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보다는 법이 정한 범위내에서 보다 엄격한 관리기준을 통합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무총리실에 내 놓았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 이양'과 '사전환경성검토 협의권한 이양'에 대해서도 "친환경적 자치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개발과 환경보전의 조화를 위한 견제장치로서 환경성 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협의기능이 필수적"이라며 이 역시 불가 의견을 제출했다.

또 제주도가 단독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경우 협의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경우 개발사업이 지연돼 결과적으로 특별자치도 추진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 이후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이후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환경부의 의견을 미반영하는 사례가 있으며, 곶자왈 지역에 대한 골프장 건설로 사회문제화가 되는 등 개발사업을 둘러싼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위한 조례 제정 ▲수렵장 설정 및 수렵면허 관련 권한 이양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업무 이양 ▲항공기소음 규제 관련 권한 이양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업무 이양 ▲하수도정비기본계획 승인권한 이양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 승인권한 이양 등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이미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제주도가 제안한 18개 과제 중 2개 과제에 대해서는 이미 협의를 완료했으며, 불수용키로 한 12개 과제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1급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신원우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관리청장은 8일 제주를 방문, 도내 환경단체와 간담회 자리에서 "제주도가 원하는 환경과 관련한 권한은 중앙정부가 전국토의 환경관리라는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으로 앞으로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하는 환경문제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신원우 청장은 "제주도가 환경권한을 이양받기 위해서는 권한이 제주도로 이양될 경우 제주의 환경보전이 훨씬 잘 될 것이라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절차가 복잡하다는 등 행정의 효율성과 간편화라는 측면에서만 환경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 청장은 "자치단체가 권한만 갖고 오는 게 좋은 것은 아니며 승인권에는 중앙정부의 지원도 내포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앞으로 제주도가 중앙정부의 각종 지원을 어떻게 받으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신 청장은 이어 "민선 자치단체가 시작된 이후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가 강력한 개발드라이브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환경권한을 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도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제주도는 물론 국토의 환경보전차원에서 지자체에게 권한을 무분별하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먹는샘물 권한'처럼 제주도가 오히려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까지 막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환경부가 지금까지 사전환경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 한 건이라도 반려한 사례가 있느냐"면서 "물령아리도 습지보전지역으로만 지정한 후 주변에 골프장이 생기는 것조차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환경부의 자세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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