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MB정부에선 글렀다...새 리더십에 맡기자
  
  강정 해군기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아리송한 가운데 여전히 해군기지를 둘러싼 공방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필자는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 어떤 유의미한 연관 내지는 시사점을 갖는 3가지 뉴스를 전하면서, 강정 해군기지 해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칼럼으로서는 긴 글이라 여기서 강정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필자의 의견을 요약하면, 1)강정 해군기지가 남중국해 제해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힘겨루기에 빠져 들어갈 위험이 크다는 점과 함께 2)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도민 입장에서 볼 때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점, 그리고 3)이명박 정부가 지난 4년간 해군기지를 둘러싼 해법 찾기에 실패한 만큼 향후 강정 해군기지 해법 찾기는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는 것이다. 

     I.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경쟁과 제주도

  12월 19일자 <조선일보>의 기사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미해참총장, 싱가포르에 스텔스함(인디펜던스호) 배치 확인’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싱가포르에 군함 주둔을 추진하는 이유로서 조너선 그리너트 미 해군참모총장이 언급한 이른바 ’해상자유에 대한 우려‘는, 그 동안 미국이 중국의 해군력 확대 움직임을 우려할 때 줄곧 써 온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구체화되는 미국의 중국 포위망‘이라는 그림을 통해 한국.일본.대만과는 말할 것도 없고 호주와 인도네시아, 베트남과의 협력에 이어 싱가포르에 군함을 주둔시키고자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미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위해 하이난다오해에 바랴크함을 배치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춤으로써 항공모함까지 공격이 가능한 최신예 인디펜던스함을 싱가포르에 배치하게 된 목적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제해권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스텔스 기능을 갖춘 해상침투정 개발은 미국의 동맹국인 대만에 이어 한국도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남중국해 재해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뜨거워져가는 각축전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미국의 중국 포위망 구축선 상에 주한미군만이 아니라 향후 강정 해군기지도 포함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부인하겠지만. 강정항에 이지스함이 정착할 수 있을 정도의 군항 시설이 갖춰지면 미국이 이를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고 보는 건 상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애초에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면서 국방부가 제시했던 남중국해에서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이라는 게 종국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측의 전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임을 부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해서 간혹 왜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운위하면서 가장 남쪽인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할까의 의문도 해소될 것이었다. 왜냐하면 강정 해군기지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남한의 안보가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안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서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지난 수년간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필자의 이러한 생각이 맞다면,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안보 명분은 재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미 국제정치학자들 대다수는 2010년대 동북아 정세가 이른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의 경쟁과 협력에 의해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간의 고래 싸움에서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국제정치에서 지혜로운 외교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간의 쉽지 않은 줄타기에서 강정 해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안에 그냥 편입되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처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 없어 2012년 새해가 오고, 향후 대한민국의 4~5년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새로이 선출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국민적-도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난제 가운데 하나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싼 논쟁과 공방이 치열하게 현재 진행 중이라면, 이 문제의 적정한 해법은 새로운 리더십에 맡기도록 하고 한동안 중단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II. 삼척 원전 후보 지정과 강정 해군기지 지정

   한국수력원자력은 12월 22일 원전 후보지로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원전 추가 건설 사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 등 서유럽이 원전 축소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제주 해군기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척 원전에서도 경제 살리기는 찬성론자의 단골 메뉴인 셈인데,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과 지방세수 증대 등 약 6조원의 지방재정 확충으로 인구 30만의 경제자립도시 건설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며 삼척 원전 유치를 반기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제적 실리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치면서 원전 유치 찬성이 70%대에서 5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에 대한 국민적-도민적 공감대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군기지든 원전이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성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삼척이나 강정에서 보듯이 주민들이 반대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문제이다. 이미 강정의 경우 주민 반대가 많음에도 이에 개의치 않는 정부의 일방적 태도는 삼척의 경우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정부의 해군기지 밀어붙이기에 동조한 제주도 김태환 전 지사는 소환대상이 되었었는가 하면,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역시 김대수 삼척시장이 ‘여론 수렴을 주민투표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민주적 절차를 이유로 들어 주민소환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원전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과는 달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도 많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원전 반대 주민의 입장에서 ‘원전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해군기지 윈윈해법을 내걸고 당선된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1년여 동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충실하는 조건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의 입장을 표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척 원전은 이제 막 시작이고 강정 해군기지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문순과 우근민의 태도 차이는 원전과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원전이나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지사 개인의 입장을 떠나서 도백으로서 주민의 의사를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해 나가는 정치적 역량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에 순응하고 협력하는 도지사의 역할 못지않게 지역주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대표하는 지사의 역할도 적극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국책사업을 주도하면서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다수로부터 찬성 입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에 대해 의문과 우려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도지사는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와 의문점을 해소해 주도록 정부에 요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주민이 적극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할 것인가의 조정과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척 원전의 경우는 불가피하게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논쟁의 일정 부분이 정리되고 삼척 원전 추가 건설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강정 해군기지도 지난 4년간 논쟁이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한, 이에 대한 해법 찾기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논쟁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원전이든 해군기지든 그 어느 것도 올 해 안에 해치워야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과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지혜로운 해법 찾기의 시간을 갖는 것도 선거를 통한 리더십 창출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 과정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III. 중국의 우칸촌과 제주의 강정마을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 국제기사로 중국의 우칸촌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처럼 권위주의적 정부 하에서도 지방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에 항의하여 우칸촌 주민들의 시위가 3개월 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다. 우칸촌 마을 주민들이 마을 집단의 소유로 되어 있는 33만 4000여 평방미터의 토지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어간 데 반발하여 시작된 시위처럼, 강정마을 주민들의 4년에 걸친 처절한 항의도 기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고 정든 삶의 터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밀어붙이는 정부에 일방적 처사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었다. 소통이 첫째 문제이고 안보와 경제 살리기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게 강정 해군기지의 본질이다.

  우칸촌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놀랍게도 중국정부가 우칸촌 시위 주민들의 3대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불현듯 중국마저도 어느덧 주민요구에 대한 수용성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2010년대 세계는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기록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중국정부가 우칸촌 시위와 관련하여 체포된 마을 대표 3명을 석방하고 촌민들이 직접 민주선거로 뽑은 시위 지도부를 합법적 촌 대표로 인정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보다 더 민주주의를 잘 한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강정마을은 중국의 우칸촌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툭하면 해군기지 반대자를 연행-구금하는가하면 온갖 술수와 기만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목을 매단 관료주의적 접근만이 팽배한 게 강정마을의 현 주소이다. 왜 강정마을에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말의 고려도 없어 보이는 게 지난 4년여의 강정마을에 대한 정부의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우칸촌 사태를 거치면서 광둥성 왕양 서기가 시위 주민에게 항복함에 따라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잘못이 있을 때는 즉각 바로잡는 정치적 용기’의 모델로 칭송 받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는 그런 용기 있는 장관이나 지사가 없어 보여 민망할 따름이다.

  눈을 돌려 서귀포시에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해군기지가 건설될 것으로 정해진 이후의 경과를 돌아보면, 두 국책사업의 진전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렇게 지역주민들이 바라마지 않는 혁신도시는 아직도 시작에 불과할 뿐인데 반해, 해군기지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모든 공사를 다 마치려고 안달이다. 혁신도시에는 입주할 기관들은 어떻게 해서든 미루려고 하는 데 반해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마치 조만간 기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보에 큰 일이 날 것처럼 해군이 밀어붙이고 있는 차이가 가장 커 보인다. 이러한 차이의 근원은 혁신도시 입주대상 기관들과 해군의 관료적 이익이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국책사업의 행방은 중앙정부의 관료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해군기지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인 듯싶다. 왜 해군기지가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리고 이어 도민의견 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진행시켜 나갔다면, 오늘날과 같은 지루한 공방은 없지 않았을까. 그러나 비민주적 강행과 관료적 이해관계가 지배적인 것이 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해 헤매는 동안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더욱 꼬여 나가게 되고, 여전히 논쟁과 공방이 오가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 중국이 62년만에 처음으로 민간이 권익보호 차원에서 자체 투표를 통해 선출한 조직을 합법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은, 강정마을을 대하는 한국 정부 관료에게도 시사적인 바가 크다. 왜냐하면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다루려는 한국 정부의 고위층 누구도 진정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화의 상대자로 삼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그러나 모든 일이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이제라도 강정마을 주민을 제대로 된 대화 상대로 삼고 해군의 관료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구축된다면,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종래와 같이 강정 해군기지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으로만 파악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한, 해법 찾기는 거의 무망해 보인다. 그래서 강정 해군기지가 미중간의 남중국해 제해권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연동되어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긴급한 안보위협이 없는 게 맞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국민과 제주도민이 보다 더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의 강정 해군기지의 해법 찾기는 내년도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등장한 다음 정부에 맡기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제언을 다시금 하게 된다. /양길현 제주대(윤리교육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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