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행정개편 연구는 족하다...'합의’가 필요한 시점

신뢰는 사인 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덕목이지만  정부와 국민과의 공적 관계에서는 더 중요한 최고의 가치이다.. 공자께서도 “정치란 무엇입니까?”하는 자공의 물음에  ‘신(信) 식(食) 병(兵)’이라고 했다. 곧 믿음과 식량 그리고 병사만 있다면 될 것이다. 하면서 그 중 하나를 남긴다면 신(信)이라 했다. 신뢰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어떠한 정치도 정부도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지도자들의 목숨보다 더 중히 여기는 것이 신뢰이다. 그러나 행정개편 문제는 어느 것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특별자치도 1기 김태환 도지사는 최근 모 포럼에서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4개 시.군이 폐지된 것에 대해 "풀뿌리민주주의가 훼손되더라도 빨리 국제자유도시로 가야한다고 해서 도민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게 먹혔고, 4년간 해보니 행정의 효율은 있었다"고 선택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그러함에도 특별자치도 2기 우근민 도정은 시군폐지는 민주성이나 효율성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므로 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등 변칙적인 제주형 자치모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하여 특별자치도 의원들은 일침을 가하면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통일된 의견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각 있는 주민들은 세계경제가 암울하고 한미 FTA로 지역경제 미래가 어려운 실정에 행정개편 문제로 언제까지 행정의 효율성과 민주성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것인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필자는 시군폐지와 부활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양측으로 부터 욕먹을 각오로 비판적 성찰을 하고자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시군자치단체 폐지는 특별자치도 설립을 전제로 하여 희생된 특별자치도 1기 김태환 도정의 전략이며 시군자치단체 부활은 여론에 편승한 특별자치도 2기 우근민 도정의 선거 전략으로서 등장한 정책이다. 상반된 시군존폐의 문제로 도민사회가 이분화 되어 있으며 시군통합을 전제조건으로 출범한 특별자치도가 다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으로 딜레마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자칫 섣부른 변칙적인 자치모형을 도입하여 위헌논란 등 도민 갈등을 가중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동안 행정개편 과정을 살펴보면  2002년 12월4일 제주도 행정개혁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면서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제주도 발전연구원, 제주대 연구소등 학계, 도시군 고위 공무원, 관변단체 및 지역인사. 시민단체 등 인사 30명으로 구성되었다. 2-3대 행정개혁위원도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유력인사들이다. 제1대 행정개혁 추진위원회(03년1월-04년 12월)는 현 도지지사가 위원장과 위원들을 위촉하여 제주형 자치모형 개발을 위해 2003년 4월-11월 7개월간 한국 지방행정 연구원과 제주대학교가 공동으로 자치모형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다. 도민의견을 수렴하여 점진적 대안과 혁신적 대안을 두 가지 모형을 제시하면서 그해 12월 29일 제주발전연구원과 혁신안(5가지)에 대한 도민선호도조사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2대 행정개혁위원회(2005년 3월-07년 3월)는 2005년 3월 현재의 통합안을 최적안으로 선정하여 도민설명회를 제주발전연구원에 위탁 협약 체결하였다. 특별1기 도정은 시군자치단체 폐지 반대를 무릅쓰고  특별 자치도 전제조건인 시군통합 혁신안에 목숨을 걸고  순회설명, 간담회등 무려 1,529회 394,560명에게 홍보와 설득을 통하여 가까스로 투표율 36.73를 이룩하였고 혁신적 대안 (82,919명의 찬성 57.0% 점진적 대안 62,469명43.0%)이 선택되어 특별자치도가 출범하였다.

  특별자치도 2기가 들어서면서 3대 행정개혁위원회(07년 3월-현재까지)가 출범하였고 지난20일 언론지상에 공개된 행정개편 시안들을 보면 1대에서 3대 행정개혁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대학교 총장님들이 중심이 되어 충분히 거론되고 연구됐던 유사한 자치모형들이다. 그동안 행정개혁 과정을 보면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부터는 연구보다는 1대에서 3대 행정개혁에 참여했던 모든 위원, 국회의원, 도시군의원, 제주발전연구원 그리고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임 있는 입을 열어야 할 때이다. 그 동안 시군자치단체 폐지에 대하여 열렬히 찬반 논의에 임했던 사회지도층 지식인, 교수, 관변단체 사람들이 권력이동으로 교체된 현 지방정부에서도 폐지당시 똑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 런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어떠한 정책이든 정책의 성공은 위정자의 진정성에 있다. 시군자치단체 존폐와 같이 범도민적 선택의 기회가 자칫 지도자들의 판단 오류, 그리고 포퓰리즘에 의한 선동이나 관변 지식인들의 편들기 논리로 정책이 좌지우지된다면 주민의 삶의 질과 복지 향상은 물론 제주의 미래는 담보될 수 없다. 또 다시 도민사회가 변칙 지방자치로 인한 위헌논란 등 도민 갈등으로 이분화 되어 제주의 미래가 표류하거나 특별자치도 2기 지방정부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잘 못끼워진 단추이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특별자치도 취지에 적합하며 진정한 제주미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신중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이다.

▲ 김호성 제주도 전 행정부지사
끝으로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성이나  고유한 자치권은 직선제 행정시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民草(grass roots ) 기초의회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유독 Grass roots Democracy 라고 하는 것인가를 음미하여야한다. 따라서 풀뿌리 민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자기들의 고유 재원(시군세)이 있어야 하며 자기의사와 예산의 자기결정권한을  민초(기초의회)들에게 확실히 돌려주는 분권이 반드시 전제되어야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이 결여된 지방자치는 국가의 모든 재원을 국세로 통일하고 자치하겠다는 것과 같다. 기초자치 단체부활은 오히려 현재의 행정시만 못할 수도 있다. 시군세와 같은 고유재원이 없는 지방자치나 의회 없는 직선제 시장 제도는 무늬만 분권이지 근본적인 자치가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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