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범죄 해결하고도 전.현직 청장 파워게임 희생양 된 기막힌 사연

▲ 강승수 전 총경
36살의 전국 최연소 총경으로 승승장구하며 경찰 총수까지 바라보던 이가 있었다. 제주출신 강승수(44) 전 총경 이야기다.

검찰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보수단체가 강 전 총경에 대해 고발한 '변호사법 위반' 및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상횡령' 등 6가지 혐의 전부를 무혐의로 결정했다.

강 전 총경은 서귀포시 안덕면 출신으로 경찰대 4학년이던 22살에 사법시험(32회)에 합격하고, 2005년 경찰 역사상 최연소인 만 36살에 총경을 달아 제주경찰청 수사과장, 같은 해 7월엔 고향에서 서귀포경찰서장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초대 사이버수사대장을 역임했고,  일본 사이타마 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99년),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수료(2004년), 중국 화동정법대학에서 박사학위(2009년)를 받았다.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하다. 사이버수사와 외사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경찰청장감'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디.

그는 승진코스인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경찰청 상하이 주재관 치안영사를 맡아오다 2010년 1월 서울경찰청 외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한달만에 돌연 사표를 내고 경찰을 떠났다.

경찰에서 가장 잘 나가던 강 전 총경이 갑작스럽게 경찰 조직을 떠나게 된 계기는 상하이 치안영사 재직당시 해결한 보이스피싱 사건 때문이었다.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은 지난 2006년 절강성 영파시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과 관련, 범인들로부터 확보한 압수금의 환급 협상이 최근 마무리됨에 따라 피해 한국인들이 339만위안 정도를 돌려받게 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은행의 위안화 매매기준율을 적용할 때 환급되는 금액은 원화로 6억3807만원 정도다.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잃었던 돈을 해외에서 찾아오기는 처음이다" (이데일리 2009년 7월16일자)

당시 언론에서는 상하이 총영사관의 수사에 대부분 칭찬일색 기사였다. 이 보이스피싱 사건은 바로 3년간 치안영사를 지낸 그의 작품이었다.

강 전 총경은 지난해 12월30일과 지난 2일  <제주의소리>와 두차례 통화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은 상하이 치안영사로 3년 동안 노력해 해결한 것"이라며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을 압수해 국내 피해자 89명에게 6억원을 되돌려준 것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으로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사건은 그에게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경찰청은 느닷없이 보이스피싱 사건과 관련해 강 전 총경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다. 강 전 총경이 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국제변호사를 선임해 일을 처리했고, 경찰청의 업무지침 없이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주는 과정에 개입해 문제를 야기했다는 이유였다.

경찰청은 내사에 이어 감찰까지 벌였다.  내사를 실시하던 과정에서 강 전 총경은 돌연 경찰을 떠났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국제범죄수사대 창설 과정에서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서울청장의 파워게임에서 강 전 총경이 애꿋은 '희생양'으로 밀려났다는 게 중론이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건설공사 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와 연루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죽은 권력이지만, 조현오 당시 서울청장은 경찰총수로 두 전혁직 총수의 알력이 불러올 민감성 때문인지 이에 대해선 극히 조심했다.

강 전 총경은 "내부 감찰에서 혐의를 찾지 못했다. 그만두게 할 명분이 없었다"며 "하지만 본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공격했다"고 당시에 외압이 있었음을 애둘러 이야기 했다. 

경찰을 떠난 강 전 총경의 수난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2011년 3월 갑작스럽게 '상하이 스캔들'이 터졌다. 상하이 영사들이 중국 덩신밍(33) 여인과 치정 스캔들이 나온 것. 강 전 총경은 영사들과 덩 여인을 소개시켜 준 인물로 중앙일간지 1면에 사진이 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보수단체에서는 지난해 6월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강 전 총경을 업무상 횡령 등 6건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 결국 검찰은 6개월여간 수사를 통해 강 전 총경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강 전 총경은 "솔직히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경찰청으로 복귀하면 대통령 표창을 받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국민을 위해 일했는 데 정든 경찰 옷도 벗게 되고,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며 "검찰 수사결과 모두 무혐의로 처분받게 돼 2년간이 악몽을 벗어나게 됐다"고 홀가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