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제주항공 경험, 제2개발공사를 만들면...

         I. 난항에 빠진 제주맥주

  제주맥주가 흔들리고 있다.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제주맥주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 해법 찾기는 가능한가? 제주맥주라는 상업성에서 공익성이란 무엇인가?
  제주맥주 사업의 계획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부지 3만㎡에 공장을 세워 2013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연간 생산량은 1단계(2013~2015년) 1만5,000㎘, 2단계(2016~2020년) 3만㎘ 규모로 각각 설정됐다. 설립자본금은 1단계 377억5,000만원, 2단계 68억원 등 총 445억5,000만원으로, 민관 공동출자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맥주 사업에 참여할 민간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제주맥주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맥주 사업의 공익성 확보를 위해 제주도는 도와 제주 기업의 지분 참여를 조건으로 달았다. 이 때문에 제주맥주의 1단계 설립자본금과 관련하여 도내 기업이 26%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98억원이라는 자금이 필요하다. 도내 기업이 콘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도내 기업 중 출자 여력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콘소시엄에 참여할 제주기업이 없어 제주맥주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Ⅱ. 제주맥주의 미래 가능성

   제주맥주 사업에서 공익성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질문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맥주산업은 민간 사기업 영역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 제주도가 맥주산업에 지원을 하는 지 의아해 할 수가 있다. 맥주는 사기업이 채산성이 맞으면 투자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접으면 되는 그런 사안이다. 그런데도 왜 제주도가 맥주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제주의 경제 살리기 내지는 미래산업의 하나로 물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제주맥주가 물산업 일환으로 적극 검토되고 추진되는 것일 게다. 여기에는 이미 제주 삼다수를 통해 청정 이미지의 물산업이 성공을 거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주맥주를 추가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기대가 깔려있기도 하다. 속도와 내용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삼다수-제주맥주-물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제주의 물산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결코 허망한 것만은 아닐 듯싶기도 하다. .  

  제주맥주의 경우는 특히 제주의 청정 이미지의 물 이외에도 제주산 보리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점에서 농가소득에 기여할 측면도 있다. 제주도가 일정 부분 투자를 맡음으로써 제주보리를 안정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이 가능할 것이기에, 제주도의 맥주산업 투자는 경제 살리기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하게 타당성을 갖는다.

  한미 FTA 체결로 제주의 1차 산업이 타격을 받으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보고에서 보듯이, 한미 FTA로 인해 제주도 총생산액이 단기적으로 931억원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1,735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농가의 미래가 이렇게 암울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한미 FTA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어나가려는 제주도정의 원려는 타당성을 갖는다고 볼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제주도정은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맥주를 이끌어나갈 주체는 기업이다. 다시 말해서 제주맥주의 추동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제주맥주가 도내 기업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기업 경영권을 누가 그리고 얼마나 장악하느냐가 중요한데, 제주맥주의 경우 이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하지 않아서 제주기업들로부터 찬 밥 대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이러한 초기의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개발공사처럼 제주맥주를 생산하는 제주도 공기업을 하나 더 만들면 어떤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기업 원리에 맞추어, 제주도가 소유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제주맥주의 가능성을 추진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면, 제주개발공사가 일부 수익금을 적극 투자해서 제주도가 지분을 많이 갖는 것도 새로이 시도해 볼 하다.

  필자가 이렇게 제주발 공기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우근민 지사가 시작하여 김태환 지사 때 마무리가 된 제주항공의 경험이다. 필자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쭉 제주항공의 태동을 지켜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주항공은 저가 지역항공이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지난날 우근민 도정이 먼저 그 가능성을 열어나감으로써 오늘날의 저가항공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제주도가 불쏘시개가 되면서 태동한 제주항공은 초기의 숱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엿한 기업으로 안착을 함으로써 제주발 기업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그 이후 일련의 제주항공 증자 과정에서 제주도가 발을 빼는 바람에 제주항공의 이득이 직접적으로 제주도민에게 환원되는 절대적 양은 미미하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물론 그러한 아쉬움은 다 어려움을 넘어 제주항공의 안착을 한 현금에 이르러서 갖게 되는 욕심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 시점에서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 덕분으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가 절감되고, 그럼으로써 제주를 오가는 인적 왕래가 많아졌다는 건 두고두고 제주도정이 자부할 만한 일로 기록될 것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항공의 경험과 아쉬움을 되살리면서 제주맥주의 경우에는 명실상부하게 도민 기업으로 육성하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민기업이라 해서 제주도민이나 제주인 기업에게만 투자를 한정하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으로 참여를 확대하는 동아시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보자는 것이다.

  중국에는 100년 전 독일인이 세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칭따오 맥주가 있고, 일본에는 아사히, 기린, 삿뽀로 등 인기를 끄는 맥주가 많다. 이들 동아시아 맥주회사들에게 일정 지분을 투자하도록 하여 이들 맥주회사들과 연대를 통해 제주맥주의 글로벌화를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발 제주맥주의 가능성은 단순한 기업 이익의 논리만이 아닌 동아시아 연대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데서 제주도정이 시도해 볼만 한 전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어느 때부터인가 일자리 창출이 우리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마도 제주도정이 제주맥주에 힘을 쏟는 하나의 대의명분은, 바로 제주맥주를 통해 제주도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고, 지역경제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셈법에 있다. 물론 이는 제주맥주가 제주항공처럼 제주발 기업으로서 성공을 거둔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대의명분이다.

  미리 김칫국 마시는 것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제주맥주가 진정으로 도민기업으로 탄생하기 위해서 하나의 주문을 하고 싶다. 그것은 제주맥주가 성공을 거두어 수익을 낼 경우, 그 수익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의 언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능하면 직접 도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로드맵이면 더욱 좋다. 제주맥주가 공익성을 갖고 도민의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시작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이래저래 제주맥주 사업이 잘 진행되어 제주도민과 제주경제에게 유용한 기업으로 자리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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