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I-강정] ② 숨기고 싶은 강정마을의 '불편한 진실'

4년 8개월째 해군기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정.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후보지로 타의에 의해 지목된 이후부터 주민들은 절차적 비민주적 결정과 주민동의 없는 해군기지라며 반대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국방부.해군과 제주도는 국가안보, 지역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강정마을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만  '평화의섬'과 '환경파괴' 그리고 '불통'은 여전히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난해 10월18일 구럼비 바위 시험발파 모습
◇ 세계평화의 섬-해군기지 =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고, 평화정책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으로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 -  2005년 1월27일.

아이러니 하게도 제주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려는 문제는 제주가 세계평화의섬으로 선포되던 그 해에 시작됐다. 한쪽은 평화의 섬을, 다른 한편에선 해군기지를 추진해 온 것이다. 해군기지 후보지는 당초 '화순'에서부터 시작해 '위미', 그리고 '강정'으로 돌아다녔다.

화순과 위미에선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자 물러섰던 제주도와 해군은 강정마을에서 당시 마을 회장과 소수의 주민들이 마을총회를 통해 해군기지 유치 의사를 밝히자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전체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말도 안되는 도민전체 여론조사(2007년 4월 26일)를 통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사업 후보지로 선정해 버렸다.

정부와 해군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군사기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평화의섬 선포문에 나온 것 처럼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고, 평화정책을 이한 정상외교의 정신으로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는 내용과는 여전히 상충된다.

특히 군사전문가와 평화활동가들은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공군기지는 물론 미 항모까지 들어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인 '포린폴리시 인포커스'의 존 페퍼(Jhon Feffer) 소장은 "동맹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군사기지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또 하나의 전략"이라며 "제주 해군기지가 좋은 예"고 설명했다.

페퍼 소장은 "노무현 정부 때 기획된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한국 건설업자들이 한국 정부의 돈으로 짓는 한국 군사기지이지만 동맹국 협정에 따라 미군 함정과 미군 병력은 제주기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전쟁 계획과 전투 시나리오에 완전히 통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는 해군 관계자
◇ 제주도가 자랑하는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파괴' =제주도가 틈만나면 자랑하는 게 있다. 바로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제주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에 등재됐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의 3관왕'(Triple Crown)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 섬이 제주도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 앞바다에는 세계적 희귀종과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바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천연기념물 연산호군락이 있는 '국가문화재 보호구역'이자 '절대보전지역'이었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도 개발이 불가능한 절대보전지역도 해군기지 건설사업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구역을 절묘하게 풀어줬고, 제주도정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해 버렸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와 해군, 그리고 제주도정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드라이브를 강행하고 있다. 생물권 보전지역, 문화재 보호구역을 무시하고 지금 강정에는 해군기지 공사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또한 해군과 시공사는 길이 1km에 이르는 한 덩어리의 용암단괴인 구럼비 바위를 포크레인과 폭약으로 폭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강정주민 2백명 사법처리 한 게 해군의 소통?=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해군은 강정주민들을 외면했다. 강정주민과 '소통'이 없기는 제주도정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해군은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해군기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제주도민은 고사하고 직접 당사자인 강정주민과도 소통을 하지 않았다. 해군은 공사방해 혐의로 툭하면 공권력을 투입하고, 마을 지키려는 주민과 활동가 200여명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마을주민들에게 손해배상으로 청구된 금액은 3어권, 벌금만도 2억원에 이를 정도다. 오죽하면 강정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우리마을은 범죄있는 마을"이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할 지경이다.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항 실시설계와 공사강행 과정에서 국회 부대조건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 왔다. 국회 예결소위에서 설계오류에 대한 검증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요청한 구럼비 발파 중지 요구도 무시하다 최근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소통하겠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유감도 그 뿐, 국회가 부대조건 불이행으로 올해 해군기지 예산을 거의 전액 삭감했지만 국방부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월된 2011년 예산 1084억원과 올해 예산에 반영된 49억원을 활용해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은 15만톤급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라며 설계 오류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후보지를 선정한 전임 도정도, '윈-윈 해법'이 있다고 당선된 우근민 제주지사도 소통은 없었다. 김태환 도정은 철저히 강정주민을 외면했고, 우근민 도정의 '윈-윈 해법'은 딱 1차례 강정주민과의 만남, 그리고 지역발전계획이라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