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①> 연재를 시작하며

제주의 신화에 대해 쓸 것이다.
모든 지배적인 것들에 의해 소외되어온 것들을 통해 다른 모습, 다른 관계를 찾고 싶다.
그리스신화에 비해 늘 소외되어 왔던 제주신화,
이성, 합리주의, 실증, 과학이란 이름들에 의해 끊임없이 폄하되어 온 감성, 우연, 신화적 상상력,
남성중심의 역사 속에서 늘 차별 당했던 여성들,
늘 중심에서 소외되어 왔던 제주, 변방의 가치들.

그 모든 지배적인 것들에 의해 소외되어온 것들을 통해 다른 모습, 다른 관계를 찾고, 다른 얘기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 연재는 사람들에게 늘 소외되어 온 것들을 들춰내서 어떻게 또 어느 만큼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새로운 관계맺기가 가능해지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싶은 야심찬 욕심일 것이다.^^*

2002년「자청비․가믄장아기․백주또」란 어려운(?) 제목의 책을 냈었다. 처음엔 책을 갖다 놓고 조금씩 잘라내어 올리기만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새로운 공력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글들은 <온라인이프 웹진>에도 연재되고 있으며, 일부의 수정과 편집을 거쳤다.

 

<저자소개 - 김정숙>

   

'자청비․가믄장아기․백주또'라는 책을 냈습니다. 제주신화를 연구하고 있고, 여성신화 강연과 신화 기행, 답사를 하고 있습니다.  책을 한 권 더 내고 싶은데 온유해서요, 게으르죠.
 
“맵시? 유명해지기 전에는 난 못생긴 편이었다. 명성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입니다. 제주신화가 소문이 많이 났으면 합니다.
제가 제주신화를 만나며 느낀 소회들을 같이 나누고, 그것이 확장되면서 여러분에 의해, 많은 소설가와 시인 화가 음악가들에 의해, 제주신화가 맵시 있게 되기를 꿈꿉니다.^^*


<편집자 변 - 이재홍 편집국장> 

   

굳이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이젠 콘텐츠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지난해 동남아를 넘어 유럽까지 강타한 한류, K-POP 열풍은 콘텐츠의 승리라고 합니다. 드라마 수출의 새로운 신기원을 연 <대장금> <성균관스캔들>, <제빵왕 김탁구> 같은 작품들도 한국 소재를 세계화 시킨 사례입니다.  영화 <반지의제왕> <해리포터> <나니아연대기>는 이 영화가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떠나 문화콘텐츠산업이 얼마나 주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제주에서 문화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떤 게 제주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인지 다양한 컬러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실행에 옮기는 데는 주저주저하고 있습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제주신화’입니다. 한반도는 전 국토가 만신전(萬神殿)이라고 할 정도로 신으로 가득 찬 나라라고 합니다. 그 중 제주도에는 1만8천 신이 있다고 하여 ‘신들의 고향’으로도 불립니다.

제주신화가 제주를 대표할 문화 콘텐츠라는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주사람들 중에 정작 그 신들을 아는 이는 드뭅니다. 혹 ‘자청비’가 누군지, ‘가믄장아기’는 어떤 신인지 알고 계신가요? 사실 편집자 변을 쓰는 저 역시 “그래 그런 신들이 있지”정도이지, 설명하라고 하면 자세히 하지는 못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심합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신화를 이야기 하면 나름대로 한 가닥 합니다.  아테나, 비너스, 제우스, 포세이돈 등등...조금만 시간을 주면 최소한 열 명의 신 이름은 나올 겁니다. 물론 그리스신화와 제주신화를 그냥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거 잘 압니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제주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소문도 내면서 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제주 신화 이야길 하면 일부에선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우이자 우려일 뿐입니다. 제주문화의 다양성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배려’ 말입니다. 

<제주의소리>가 2012년 새로운 기획연재로 ‘김정숙의 제주신화’를 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선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김정숙 선생은 제주에서 몇 안되는 여성신화 연구가입니다. 그는 지난 2002년에 일반인들이 제주신화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신들을 중심으로 ‘자청비. 가믄장아기. 백주또’ 책을 펴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실리게 될 ‘김정숙의 제주신화’는 이 책을 중심으로 하되 약간의 시간적 변화와, 온라인에 맞게 새롭게 다듬어 연재하게 됩니다. 또 하나, 이 연재물은 페미니스트 온라인저널인 ‘이프(if)'에도 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리바이벌 하는 셈입니다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는 콘텐츠란 판단에 따라 김정숙 선생을 졸라 연재를 함께 실기로 했습니다. 이미 책으로 펴 낸 글을 다시 한 번 각색해 달라는 게 얼마나 힘든 부탁인 줄 압니다만,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준 김정숙 선생께 감사드리며, 이 기획연재가 제주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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