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고 도전에 나서야할 제주의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문턱에서 힘을 잃고 있다. 중학교부터 제주시 평준화지역 고교를 목표로 성적과의 전쟁을 펼친다. 대학에서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병행한다. 졸업이 앞둔 이들에게 취업은 벽이다. 취업 선택의 폭이 좁은 청년들이 선택한 길은 공무원. 뚜렷한 목표를 잃은 공무원 시험에 빠진 제주청년들. 그럼에도 꿈을 꾸며 달려나가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88만원세대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4차례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신년특집Ⅲ-88만원 세대] ④ 갈 곳 없는 20대? 우리는 ‘꿈’ 찾아 간다!

지난해 대학가에는 학교가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다 해 붙여진 ‘등골탑’부터 청년들은 실업자가 아니면 신용불량자라는 뜻의 ‘청년실신’ 등 신조어가 봇물을 이루며 씁쓸하게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겨우 취업문을 넘고 나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삼포세대’가 기다리고 있단다. 취업을 하건, 안 하건 결국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 와중에 ‘못 먹어도 고(Go)’를 외치며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청년들이 있다.

▲ 김종오 씨. ⓒ제주의소리

대학생 강연가 제주대 4학년 김종오씨(27)가 주인공.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그는 2010년부터 시작한 강의가 벌써 62회에 달한다. 비공식 강연까지 합치면 100회는 거뜬히 넘는다.

그에게 강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나 때문에 누가 잘 된다는 게 좋아서”라며 “군 전역하고 뭐할까 고민하다보니 예전에 학교에서 강연을 들을 때 마다 울컥했던 게 생각났다. 나도 그런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을 강연할까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프리젠테이션’. 프리젠테이션은 강의, 발표 수업, 공모전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선 가장 골칫거리로 꼽힌다.
 
강연을 위해서 그는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자료가 쌓이다보니 공모전에 출품하게 됐고, 대학생활의 꽃이라는 대외 활동도 지원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남들이 말하는 ‘스펙(specification)'이 쌓인 것이다.
 
강연을 시작하고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명실 공히 전국구 강연가다.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서울권 대학부터 순천, 부산, 목포 전국 곳곳에서 같은 대학에서 프리젠테이션, 포트폴리오 작성법 등을 가르친다. “같은 고민을 겪어 본 같은 대학생 강연을 한다는 게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책쟁이라는 별칭으로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거로 활동하는 김 씨. 자동검색어에 '대학생 강연가 책쟁이'가 뜰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사진은 이화여대에서 강연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최근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강의와 40~60대에게 블로그 특강에도 나섰다. “약간 여유가 있을 땐 자비를 들여서 강연하러 간 적도 있다. 좋아서 하는 거니까”라며 방긋 웃어보였다.
 
그는 “우리의 꿈이 취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취업이 꿈이 되면 취업하고서 목표를 잃는다. 흔히 말하는 스펙(Spectifiton)이든, 취업이든 부수적인 것이다. 꿈은 그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학도에서 ‘바리스타’의 길을 택한 청년도 있다. 지난해 8월 제주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이재영씨(27). 그도 막막한 현실에서 표류하는 전형적인 20대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별 생각 없이 대학에 진학해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렇다 할 꿈도 없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고민했었다”던 그가 꿈을 찾은 건 아주 ‘우연’이었다.
 
“군 제대하고 2008년 복학해, 학교 정문에 있던 커피숍에 매일 들렀다. 사장님이랑 얘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시간이 없을 때는 커피를 포장해 갈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며 “그 때 ‘커피숍’라는 공간과 ‘커피’라는 음료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위로 비슷한 느낌? 그렇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여름, 커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커피교육학원에 등록했다. 그렇게 연이 닿아 제주시내 드립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마침 4학년 2학기라 수업도 몇 개 없었다. 막연한 호기심에 시작한 커피는 생각보다 그의 적성에 맞았다.
 
주변 시선은 곱지 않았다. ‘4학년 2학기인데 취업준비는 안 하고 아르바이트나 하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결국 졸업하며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공이 법학이니 로스쿨에 진학할까, 남들처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다른 공부를 더 해볼까…

▲ 이재영 씨. ⓒ제주의소리

이어 그는 “직업을 얻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는 것과 기술을 배우는 것. 이왕에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마침 기회가 생겨 핸드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커피숍에 일자리를 얻었다.
 
“아직은 꿈을 이뤘다기 보단 꿈을 찾았다고 보면 되겠다. 앞으로 배워가고 알아갈 것이 너무나 많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어 이 씨는 "지금 당장의 안정을 좇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라며 "인생을 길게 본다면 '꿈'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성공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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