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제주의 오름이여! 영원하길 !

2012년 임진년(壬辰年) 새해 첫날 새벽은 지미오름에서 시작하였다. 비록 일출은 구름에 가려 못 보았지만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모습과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기원하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새해를 맞아 용이 승천하는 설레임과 마무리하는 년말에는 화룡점정(畵龍點睛)할 수 있는 임진년이 되기를 바래본다.

지난해 오름몽생이는 제주의 오름속으로 많이 들어갔다.  2011년 새해 첫날 제주시 원당봉의 일출을 시작으로 성탄절 안덕면 원물오름까지 제주의 오름은 필자에게 많은 속살을 보여주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경탄하며 이러한 곳에 있게 해준 내고향 제주의 자연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제주의 오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 절울이에서 바라본 한라산 방향ⓒ김홍구
필자는  지금  오름의 아픔을 얼마전에 다녀온 "절울이(송악산)"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모든 오름에 오름열풍이 불어 훼손이 심각할 정도에 이르렀다. 여기에 올레길도 한몫을 거들었다.

특히 올레길에 포함된 오름은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올레길에 포함된 오름을 보면 1코스의 멀미오름과, 멀미알오름, 1-1코스의  쇠머리오름과 쇠머리알오름, 2코스의 바우오름과 큰물메, 3코스의 독자봉과  통오름, 4코스의 토산봉, 6코스의  제지기오름과 삼매봉, 7-1코스의 고근산과 하논, 8코스의  베릿내오름, 9코스의 다래오름, 10코스의 썩은다리,절울이와 섯알오름, 11코스의 모슬개오름,  12코스의 녹남봉, 수월봉과 당오름, 13코스의 새오름(저지오름), 14-1코스의 문도지, 15코스의 과오름과 고내봉, 16코스의 수산봉, 17코스의 도들오름(도두봉), 18코스의 사라봉과 베리오름(별도봉), 19코스의 서우봉 등이 있다. 이것외에 입구를 포함하면 더 많은 오름이 올레길에 포함되어 있다.

▲ 멀미알오름 - 훼손된 길이 훤히 드러나 있다.ⓒ김홍구
▲ 절울이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사계 해안ⓒ김홍구
1코스에 포함된 멀미알오름에서 19코스인 서우봉까지 사람의 발길에 남아 나는 오름이 없다. 올레가 가져온 긍정정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위적인 자연파괴다. 올레길 다니는 올레꾼들은 올레길에서 보는 제주자연을 보고 감탄을 한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사람을 이야기하고 제주를 이야기한다. 때론  제주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 훼손되어 가고 있는 절울이ⓒ김홍구
그러나 정작 올레길이 놓여져 있는 밟고 다니는 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올레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무시되고 그저 관광객의 증가와 그로 인하여 얻는 경제적인 가치만이 우선이고  올레길로 인한 전국적인 걷기열풍이 제주에서 시작되었다는 자부심만이 가득차 있다. 올레길에 버려진 쓰레기앞에서 그들은 자연을 감상한다.자연환경의 가치보다 당장 얻어지는 초라한 경제적 가치를 더 이야기한다.

▲ 절울이를 찾은 탐방객들 ⓒ김홍구
올레길의 아이디어는  참으로 신선했다.  그 최초의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던간에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올레길에는 제주의 진정한 올레와 제주사람의 문화와 제주의 역사가 빠져 있으며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지금 제주에는 올레길만 아니라 수많은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마 그 길만 다 걷는다해도 평생 걸어야 할 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 한라산 둘레길 탐방로 - 이미 훼손되고 있다(2011녀 5월 촬영)ⓒ김홍구
▲ 절울이 올레길ⓒ김홍구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길은 아름답고 부드럽고 따스한 길이 아니라  허물어지고 딱딱하고 차가운 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레길의 문제점은 출발부터 시작됐다.  지금 올레길은 밀려드는 올레꾼의 집중으로  인하여 올레꾼들을 분산하고자 길을 계속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훼손되는 속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분산의 논리라면 처음부터 모든 올레길을 만들고 나서 길을 열어야 했다.

지금처럼 1코스를 개방하고 다음에 2코스를 개방하는 순차적인 방식은 제주 자연의 심각한 파괴를 불러 왔다. 이름하여 메뚜기떼식 파괴가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1코스를 누비며 다녔고 답압에 의한 파괴를 시작했다. 이 파괴가 끝나자 2코스가 개방되고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훼손을 했다. 마치 메뚜기떼가  한곳을 쑥밭으로 만들고 이동하여 다른곳을 쑥밭으로 만들듯 그렇게 훼손이 이루어 진 것이다.

▲ 절울이 정상부근 ⓒ김홍구
하지만 그곳을 다닌 올레꾼은 처음에는 그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보여지는 제주의 아름다움이 밟고 다니며 훼손되는 땅보다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언론의 홍보성기사, 관광객의 증가에만 열을 올리는 제주도당국, 무분별하게 길을  만들어 주는 행정은 초기의 올레길을 부추기는 역할을 충분히 나누어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절울이 동쪽 능선에서 바라본 한라산ⓒ김홍구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자연 훼손으로 이어졌고 그 훼손 복구의 비용은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달갑지 않은 몫이 되었다.  (사)제주올레에서 쓰레기를 줍고 길을 보수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묻고 싶다.  

▲ 훼손된 절울이 정상 부분ⓒ김홍구
많은 사람이 몰리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되는데도  사전에 자연을 먼저 보호하려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도리어 자연을 파괴하면서 올레길을 만들어준 제주도행정은 길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 같다. 제주의 자연을 팔기 위해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길을 내겠다는 발상이 어리석은 것이다. 이러한 올레길은 제주의 진정한  올레정신과 올레가치를 무시하고 그저 상품으로서의 올레만이 부각될 뿐이다. 

▲ 절울이에서 바라본 형제섬ⓒ김홍구
 
여기서 짚고 넘어 갈 것은 올레길을 포함한 제주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 수많은 길에 대한 전문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협의체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제대로운 길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 제주의 아름다운 길을 만들기 위한 순수한 노력을 기울여야 그 길이 값어치가 있고 제주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모두가 가만히 있는 것은 제주자연에 대한 결례일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인위적인 파괴현상은 오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마을마다 생태체험과 걷기열풍이 대세를 이루면서 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오름에 길을 내는 것이 필수로 되어 있다. 그로 인해 오름에 사방팔방으로 길이 만들어 지고 생태계는 파괴 되고  있다. 사람은 영원한 자연을 생각지 않고 순간적인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있다. 아름다움에 취하기 위하여 인간이 편리를 추구한다면 그 대상자인 자연은 바로 도태되고 만다. 

얼마전 사려니숲길에 자료조사차 다니는데 작업자들이 숲길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치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많아 보기가 싫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작업하는 중이란다. 인간이 보기에는 시원해 보일지 몰라도 숲이란 낮은 것에서 부터 높은 것까지 어울려 있어야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민원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행정의 행태가 아쉬울 뿐이다. 

사려니숲 길은 숲이 있어야 한다. 길을 점점 넓히고  숲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진정 민원인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숲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는 것은 숲길로서 생명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숲에 오는 이유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숲에 오면 자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위적인 것들만 본다면 누가 숲에 오겠는가. 사려니숲길로 지정되기 이전의 오롯한 옛길이 그리워 질 뿐이다.

▲ 사려니숲길에는 노루가 많다ⓒ김홍구
이승이오름에는 약 12km의 길이 코스별로  만들어 졌다. 쇠기내를 끼고 올라가는 길은 벌써 침식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깔아놓은 송이길은 쓸려 내려가기 시작했고 오를수록 길은 빗물에 깍여가고 있다. 오름을 질러가며 돌아가며 만든 길은 사람에게는 편리할지 모르나 자연에게는 버겁게 살아야 하는 발버둥이다. 

▲ 이승이 가는 길이 빗물에 침식되고 있다ⓒ김홍구
▲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이승이 송이길ⓒ김홍구
또한 요즘 길을 내는 것을 보면 송이로 길을 닦고 있는데 그 많은 송이가 어디에서  왔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일반인에게는 채취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려니숲길, 이승이오름길, 절울이주변뿐만 아니라 수많은 길에도 송이가 깔린다. 오름에서의 송이 채취는 제한되어 있지만 조그마한 알오름 또는 길을 확장하거나 개발할 때 나오는 송이는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 벌써 조례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송이가 이런식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이는 제주의 소중한 자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제주의 귀중한 송이 이용을 보더라도 제주도당국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모슬포항 근처 송이로 만든 둑, 사려니 숲길과 절울이의 송이길ⓒ김홍구
성산일출봉에 가는 길에 바우오름(식산봉)에 가보라. 그 자그마한 오름에 하나였던 길이 이제는  3곳으로 늘었다. 그렇게 길을 내고 싶었나. 정상에서는 소나무 사이로 얼피얼핏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수줍게 보이던 것이 조금 지나면 아주 잘 보이게 될 것이다. 이유는 정상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성산일출봉 방향에 있는 소나무만 말이다. 그 누가봐도 고의적인 것이라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 바우오름의 3군데 탐방로ⓒ김홍구
▲ 바우오름 정상의 죽어가는 소나무ⓒ김홍구
올레 14-1코스 중의 하나인 문도지오름에 가보면 초입부터 길이 엉망이다. 이 문도지는 깊숙히 있던 오름으로서 예전엔 사람들이 잘 모르던 오름이었다. 그런데 올레길에 포함되면서 급속도로 훼손되기 시작한 오름이다. 예전에 초입길이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 이제는 여러군데가 되었고 그 길이 훼손되는 넓이도 상당하다. 능선은 이제 사람들의 부지런한 발과 방목하는 말에 의하여 무참히 망가져 가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개간하는 밭에 의하여 오름자락이 무너지다 못해 이제 석축을 쌓아 흘러내림을 막고 있다. 왜 이렇게 파헤쳐야만 하는가. 조그마한 오름이지만 조망권이 훌륭한 오름이 이제는 몸살을 지나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 훼손되어 가고 있는 문도지 오름ⓒ김홍구
이제 본격적으로 절울이(송악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절울이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오름이다. 지질과 관광이 교차하며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곳이다. 형제섬에서 솟는 태양이 절울이를 감싸면 오름은 용솟음친다.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의 소리가 우렁찬 곳, 하지만 이제 절울이는 그 하얀 파도를 거품물고 울고 있다. 아픔때문이다. 절벽너머로 들리는 울음소리는 속살마저 드러내는 아픔과 뼈를 깍는 고통에 더 서럽게 들린다.

▲ 절울이(2009년 10월 촬영)ⓒ김홍구
얼마전 방송 촬영차 2년여만에 다시 찾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전에도 이곳을 보고 복잡한 머리속을 갖고 내려 왔지만 지금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정상은 더 무너지고 오름에 오르는 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겼다. 이곳은 올레10코스에 포함된 오름이다. 

최근에 서귀포시에서는 오름정상에 가지않도록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올레표시는 여전히 정상을 가리키는 듯 서있고 실제로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는 어떠한 표시도 없다. 심지어 정상에는 올레길 표시가 되어있을 정도다. 서귀포시와 제주올레의 엇박자,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제주올레의 소통의 부재다.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행태는 이미 알려져 있다. 올레에서 길을 정하면 관에서는 무조건(?) 길을 낸다. 그 길이 자연을 파괴하건말건 주민에게 이득이 되건말건 관심이 없다. 필자가 오름에다 길을 내달라고 하면 이렇게 무조건적인 길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

▲ 출입금지 안내문과 올레길 표식 뒤의 경고문ⓒ김홍구
▲ 정상을 향하는 표시ⓒ김홍구
▲ 송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금방이라도 정상으로 갈 듯이 열려 있다ⓒ김홍구
제주의 자연은 (사)제주올레 것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올레길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가 제주사람들의 몫이다. 마치 자기 것인양 여기는 행태가 아쉽기만 하다. 절울이는 이미 올레길로 지정되기 전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던 곳이다. 그곳에 올레길을 열어 놓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충분히 파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데도 허가해준 관이나 경관이 좋다고 추진한 올레나 비난받아 마땅하다.

▲ 바다에서 본 절울이, 산방산과 어우러져 보기 좋다ⓒ김홍구
절울이(송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 굼부리를 둘러 가며 엄청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삼각점을 다시 설치하고 있는데 예전에 있던 삼각점은 뽑아 버려져 굴러가다 멈춰 있고 누워있던 비석은 누군가 다시 세워 놓았지만 바닥을 드러낸 체 겨우 서있을 뿐이다. 절울이가 지질과 관광, 오름의 생성과정, 역사성이 있을진데 언제부터 이런 신세로 전락했는가.  필자가 알기에도 정상부분과 이 일대는 50cm에서 약1m 까지 낮아져 있을 것이다.

▲ 정상에 서 있는 비석, 새로 설치중인 삼각점ⓒ김홍구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정상, 제주의 오름은 대부분 송이로 이루어져 한번 훼손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다. 사람이 밟고 다녀 맨위에 있는 초지가 없어지고 송이가 살짝 드러나면 그 곳은 조그마한 물길이 되고 이제는 사람과 자연에 의한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제주의 지표면이 들끓며 거대한 용암이 분출하여 아름다운 오름이 태어났다. 그 수많은 시간이 공들여 만든 자연을 인간은 단 몇년만에 허물어 뜨리고 있는 것이다. 송이층은 파괴되어 오름 아래쪽으로 허물어지고 능선은 벌겋게 아픔을 토해내고 있다.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오르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안내판을 못 보았다(?)는 것이다.

▲ 훼손된 정상 부근 모습 - 이곳을 찾는 우리의 자화상이다ⓒ김홍구
▲ 정상에서 훼손된 송이가 굴러 떠러지며 오름에 2차 훼손을 가져오고 있다ⓒ김홍구
 
제주에는 수많은 오름동호회가 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접하고자 오름에 가는데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연을 보호하고자 노력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생각해 보자. 한사람이 오름을 백번 오르는 것과 백사람이 오름을 한번 오르는 것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 문제는 오름을 관리하는 제주도행정에서도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 

▲ 끊임없이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객들ⓒ김홍구
이렇듯 절울이가 몸살을 앓자 행정당국에서는 정상을 통제하고 올레길을 오름 아래쪽으로 돌린다고 한다. 그래서 공사하고 있는 현장엘 다녀 왔다. 정말 가관이었다. 벼랑끝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벼랑끝에 길을 만든다는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 전경부대 뒤편으로 공사하고 있다ⓒ김홍구
▲ 절울이 바닷가 쪽으로 공사하는 모습ⓒ김홍구
그 벼랑끝에 포크레인으로 길을 내고 나무를 자르고 쇠말뚝을 박고 나무데크를 설치하고 있다. 그 길을 누가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 길은 무너지고 있다.  그 길 바로 아래에 있는 송이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위험한 벼랑끝 정상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까지 만들고 있다. 왜 제주의 길을 벼랑끝으로만 내몰까. 제주의 이 아름다운 비경을 이렇듯 파괴하면서까지 보여주지 못해 안달을 할까. 살짝쌀짝 보여 주면서도 아름다움을 보여 줄 수 있는데도 적나라하게 모든 것을 노출시키려 한다. 자연의 미는 전부 보여주지 않는 것에 있음를 모를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 벼랑끝 공사, 공사로 인해 송이층이 무너지고 있다ⓒ김홍구
▲ 중장비로 길을 내고, 그 길은 자연의 상처로 남는다ⓒ김홍구
▲ 아름다운 절벽은 무너지고 전망대는 무너져 가는 벼랑ⓒ김홍구
얼마전 임진년 새로운 해에 성산일출봉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 성산일출봉, 제주 제일의 경관지인 이곳 정상에는 관광객을 위한 데크시설이 놓여져 있다. 그런데 올해에 정상의 데크시설을 더 넓힐 예정이다. 이유는 밀려오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한 올라오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구분하기 위하여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새롭게 낼 예정이라고 한다.

▲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한라산(2008년 11월 촬영)ⓒ김홍구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2011년에 한해에 성산일출봉을 찾은 관광객은 약 240만명이라고 유추할 때 하루에 약 6,700명 정도가 오는 셈이다. 이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정상의 데크시설을 넓히고 새로운 길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런 생각인지 아는가. 이런 논리라면 차라리 성산일출봉 정상을 빙 돌아가며 데크시설을 하고 무빙워크를 하는 것이 무식한 발상이지만 더 낫지 않겠는가. 관광객이 더 증가하면 데크를 계속 넓히고 새로운 길을  몇개씩 더 만들 것인가. 

▲ 성산일출봉에 새로운 길의 예상 지점ⓒ김홍구
이렇게 많은 관광객에게 해설사들은 제대로운 해설은 커녕 단순한 안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제주의 관광은 스스로를 바꾸려 해야 한다. 즉,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찾을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가고, 싼값에 가는 관광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쉽게 가기 어렵고, 가고 싶어 조바심이 나고, 예약을 해야 하고, 내가 원할 때 보다 제주가 원할 때 와야 하는 관광, 해설다운 해설을 듣고자 한다면 거기에 걸맞는 비용을 지불하고 행동을 해야 하고 요구해야 하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한다. 양적인 관광객보다는 질적인 관광객을 오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 성산일출봉을 위한다면 거문오름처럼 반드시 일정한 인원 이하로 사전예약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현재 포화상태에 다다른 한라산국립공원도 또한 마찬가지다.

▲ 성산일출봉(2008년 5월)ⓒ김홍구
제주의 자연이 존재할 때 제주는 그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그 안에 포함된 오름도 마찬가지다. 제주의 올레길이 제주의 해안을 파괴한다면 오름에 무분별하게 길을 내는 것 또한 제주의 속살을 무참히 파괴하는 것이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개발한다는 억지를 할 때가 아니다. 생물권보전지역, 자연유산, 지질공원에 이어 자연경관까지 획득해 놓고 이제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개발은 위대한 제주의 자연에 대한 배신이오 배척이오 배부른 자의 허영이다. 

▲ 성산읍에 위치한 뒤꾸부니ⓒ김홍구
필자에겐 오름은 나를 지켜주는 생명이다. 제주의 오름은 그 누가봐도 아름답다. 김영갑갤러리에 가보면 알 수가 있다.  작품에서 보는 단아하고 청초한 용눈이의 능선, 얼마나 멋진가. 이 멋을 감상하고 용눈이에 가보면 맨처음 눈에 들어 오는 것이 풍력발전이다. 이제 용눈이의 능선너머로 풍력발전을 감상해야 한다. 따라비, 큰사슴이에 가봐라. 풍력이다.  모구리도 마찬가지다. 이제 눈을 돌려 제주의 오름을 보면 자연과 무관한 인위적인 것들에 식상하고 만다. 오름에 바짝 붙어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 송신탑과 송전탑, 기지국, 풍력발전, 오름을 정비한다고 하면서 만들어지는 도로와 주차장 등 이것이 제주 자연을 이용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겠다고 하는 제주자연의 현재 모습이다. 

▲ 용눈이 오름(2009년 9월)ⓒ김홍구
▲ 큰사슴이에서 따라비 방향에 있는 풍력발전기 ⓒ김홍구
정말이지 제주도 당국은 자연을 빌미삼아 온갖 형태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놓고 이제는 그 자연을 팔고 파괴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려 하고 있다. 자연의 보존과 제주의 개발은 공존할 수가 없다.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제주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제주의 자연, 오름과 곶자왈, 한라산과 지하수, 제주의 원초적 기반이 되는 이것이 파괴된다면 제주의 존립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 절울이 정상에서 내려가는 올레길 표시 리본 ⓒ김홍구
2012년 임진년(壬辰年)에도 이러한 일은 반복 될 것이다. 오름에 무수히 많은 길이 생기고 곶자왈은 개발이라는 논리에 짓밟힐 것이다. 이것을 막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환경에 뜻있는 사람만이 최일선에서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개발을 위하여 들러리서는 환경영향평가는 항상 뒷전이다. 

▲ 성산일출봉 ⓒ김홍구
자연이 존재가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연의 무분별한 파괴는 인간에게 크나큰 피해로 반드시 돌아온다. 제주의 자연이 계속 파괴된다면 우리는 자손에게 무엇이라 하겠는가. 그리고 그 자손은 그의 자손에게 또 무엇이라 하겠는가. 제주의 오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필자의 소망은 이루어지겠는가.

▲ 바굼지에서 바라본 산방산ⓒ김홍구
빌 맥키벤의 저서 '자연의 종말(The End of Nature)'은  우리가 당연시해 온 '자연'에 대한 생각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생각, 과학자들은 언제나 자연의 변화와 그 추이를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책에 '자연의 종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즉, 자연은 인간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하듯이 자연에게도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여 자연을 보전하고 자연속에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겸손한 자세와 적극적인 의식전환이 2012년에는 반드시 필요한 때이다.  /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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