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김영훈 이사장 체제’ 이사진 개편 시험대
상임이사 맞닿아 신경전 ‘치열’…추가 진상조사 등 ‘올스톱’

출범 5년차를 맞고 있는 제주4.3평화재단이 이사진 개편 문제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사진이 ‘반토막’ 났지만 3개월이 넘도록 충원하지 못하고 있고, 직원채용 역시 공모 과정에서 인 잡음으로 6개월 넘게 표류하면서 ‘제3기 김영훈 이사장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김영훈 이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가 열렸지만, 재단 출연금 10억원을 추경예산안에 반영하는 문제만 논의됐을 뿐 이사진 개편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28일 임가가 만료된 민간 이사 4명(김영범 대구대 교수, 박찬식 전 4.3연구소 소장,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 허영선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의 ‘빈자리’를 아직까지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재단은 지난해 10월 24일 후임 이사장·이사 선임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민간이사 5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이사장 문제만 매듭을 풀었을 뿐이다.

이사회 개편이 관심을 끄는 것은 상임이사 선임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로는 현 이사진에 포진한 K씨를 비롯해 외부의 K씨와 Y씨 등 3명 정도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사 선임과 관련한 김영훈 이사장의 발언은 “중립을 지키겠다”는 게 전부다.

지난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이사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4.3단체의 추천을 받을 지, 아니면 덕망 있는 인사들까지 망라해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지는 소위원회 위원들과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사진 개편 논의가 ‘누구를’ 선임할 것이냐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어떻게’ 선임할 것이냐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며 도민사회와 불통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4.3평화재단 정관은 이사수를 ‘15명 이내’(당연직 5명 포함)로만 규정하고 있다. 도지사 추천 몫이 별도로 규정되지도, 4.3관련단체 몫으로 배정된 TO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선임직의 경우도 ‘유족대표 및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4.3단체를 무조건 배제하는 식의 ‘역주행’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4.3단체들은 재단설립추진위원회 당시에 단체 몫을 배정받긴 했지만, 재단 출범과 함께 모든 기득권을 내놓았다. 임기가 만료된 4명의 이사들도 4.3단체 대표 자격이 아니라 추천 형식을 통해 선임됐다.

남아 있는 이사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한 이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재단이 해야 할 사업들을 보면 4.3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도내 4.3단체 뿐 아니라 전국적인 인사 1~2명 정도를 더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진 개편과 관련해서는 광주 5.18기념재단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5.18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동련상련’ 처지에 있는 제주4.3, 부산민주화 관련단체에서도 추천을 받아 선임하고 있다. 또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곧 재단의 ‘공신력’으로 이어진다. 재단의 공신력을 높이고, 4.3문제의 전국화·세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4.3단체의 한 인사는 “재단이 출범할 당시 4.3단체들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고 전제한 뒤 “단체가 기여한 측면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떡 반 나누기’식이 돼선 안 된다”며 “64주년 위령제도 다가오고 있고, 재단이 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이사진 개편 문제부터 빨리 매듭짓고,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관에는 △4.3평화공원 및 기념과 운영 관리 △추가 진상조사 △추모사업 및 유족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국내외 평화교류 사업 등을 수행하게 되어 있지만, 재단은 지금껏 추가 진상조사 및 문화·학술사업, 국내외 평화교류사업 등은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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