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종단 물리친 ‘작은 오백장군’ 바위 사라져…해경 수사착수

제주도 창조신화인 ‘설문대 할망’의 막내아들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차귀도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라진 ‘작은 오백장군’ 바위는 국가 천연기념물 제422호인 ‘차귀도 천연보호구역’ 내의 해안 바위로, 제주해양경찰서가 사건 발생 직후 국가문화재 훼손인 이번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 차귀도 작은 오백장군 바위. 천연기념물인 이 바위가 최근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빨간색 원안이 '작은 오백장군' 바위  ⓒ제주의소리
▲ 차귀도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최근 감쪽같이 사라져 해양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빨간 색 원안에 서있던 바위가 훼손된 모습. ⓒ제주의소리

16일 제주시에 따르면 차귀도 천연보호구역내 작은 오백장군바위가 사라진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 13일 오후.

이 지역 해녀들이 바다에서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해녀 J모 씨가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없어졌다”며 고산리 어촌계를 통해 이날 오후 해양경찰서에 신고하면서다.

그러나 작은 오백장군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해경이 잠수부를 통해 해저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16일 오전 현재 발견되지 않고 있고, 제주시도 이날 오후 해저 잠수부를 추가로 동원, 바다 속에서 사라진 장군바위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제주시와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작은 오백장군’ 바위는 한국전력연구원(대전시 대덕구 대덕연구단지 소재)이 인근 바다에서 시험 설치 중인 전력생산용 파력발전기(140톤 규모)가 지난 4일 강풍에 좌초돼 조류에 밀려오면서 작은 오백장군 바위에 결박했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바위가 밑동이 잘려나가면서 훼손됐을 것이라는 주장과,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작은 오백장군 바위를 누군가 불법으로 훼손해 훔쳐갔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제주시는 한국전력연구원이 제출한 파력발전기 실험 대상지인 한경면 용수리 4238-2번지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2011년 9월1일부터 2014년 8월31일까지 해줬다. 이에 따라 연구원 측은 지난해 11월28일부터 파도를 이용한 140t 규모 전력생산용 파력발전기를 차귀도 북서쪽 1.53㎞, 용수 포구 북쪽 2.1㎞ 지점, 수심 35m~40m에서 파력발전 시험 중이었다.

당시 파력발전 시험 수역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422호 차귀도 천연보호구역 밖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는 받지 않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만 받은 상태였다.

제주해경은 당시 이 파력발전기가 강풍에 좌초되자 연구원 측이 부산선적인 예인선 해양2003호를 이용해 차귀도로 예인 철수시켰고, 이를 임시 고정하기 위해 ‘작은 오백장군바위’에 밧줄로 묶어 두었다가 바위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제주시는 도난인지 훼손인지의 수사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에 이를 보고하고, 책임소재를 규명한 후 고발조치 등을 취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난이든 훼손이든,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이번 차귀도 작은 오백장군 바위 훼손으로 관할기관인 제주시의 문화재 보호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차귀도 ‘작은 오백장군’ 바위는 설문대 할망 신화로 내려오는 천연기념물로, 중국 송나라 사신 호종단이 탐라국(제주)에 몰래 숨어들어와 송나라를 위협할 인재가 제주에서 나오지 않도록 맥을 끊어 놓고 도망가다가 붙잡힌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특히 당시 호종단이 송나라와 가장 가까운 차귀도 앞바다를 통해 도망가려다 고산리를 지켜주는 당산봉의 ‘당신(堂神)’과 설문대 할망이 보낸 막내아들 ‘작은 오백장군’이 치열한 전투 끝에 호종단 일행을 완파해 귀국길을 막으면서 ‘막을 차(遮), 돌아갈 귀(歸)’라는 뜻의 '차귀도' 지명 유래를 낳게 한 명소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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