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지금은 여성 정치시대, 제주는...

  한국에도 바야흐로 여성 정치인의 시대가 열린 듯싶다. 며칠 전 민주통합당 대표로 한명숙이 선출되면서 한나라당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와 함께 여성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공동 대표인 이정희-심상정을 떠올리면, 2012년 대한민국의 정당 지도부 모두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남성이 지배해 왔던 정당정치 세계에서도 서서히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에서는 어떤가. 통합진보당 제주도당의 경우에는 중앙당의 여성 파워에 부응하여 현애자-오옥만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의회에도 김영심-박주희 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제주도당 지도부에는 여성 정치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간신히 도의회 비례대표로 한나라당의 이선화-현정화와 민주통합당의 방문추가 눈에 띨 뿐이다. 이는 아직도 제주에는 여성 정치가 진보성을 대변하는 데 머물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와 같은 주류 정치권에서의 여성의 참여 부족이라는 현실을 감안한 듯, 제주발전연구원의 문순덕 책임연구원이 시의 적절하게 여성정치 관련 보고서를 펴냈다. 몇몇 진보적 여성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주류 정당정치 영역에서 여성의 부각이 부족해 보이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의 심사숙고 산물이다. 보고서는 제도적 차원에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확대와 여성의무공천제 추진 등을 주창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하게는 ‘초당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의도적으로 길러낼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필자는 이른바 ‘초당적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제주에서부터 여성정치인을 키워나가는 초당적 합의를 당장 이번 4.11 도의원 보궐선거부터 모색해 보면 어떤가 하는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다. 즉, 4.11 제주시 일도2동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만이라도 한나라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등 제정당이 모두 여성만을 후보자로 내세우자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당선되든 비례의원이 아닌 지역구 위원으로서 여성 의원이 처음으로 당선되는 성과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 같아서는 아예 향후 모든 보궐선거를 여성 전용 선거구로 지정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되면 굳이 비례의원의 여성할당제 확대를 할 필요가 적어질 것이고, 그러면 그 여력을 장애인, 청년, 농민-노동 등 다른 소외 계층에게로 넘겨줄 수 있을 것이기에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 갑작스럽게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울 듯싶어서, 우선 일도2동만이라도 시범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일도2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마침 도의원 출마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한월자와 민주통합당 강민숙 모두 여성 후보자로 일도2동에 등록해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좀처럼 선거에 여성 후보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저간의 열악한 환경에서 보면, 한월자-강민숙 두 여성 후보의 동시 출마는 퍽 고무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도 있다.

  물론 이번 4.11 일도2동 도의원 지역구를 여성 전용구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남성 후보들의 양보와 이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미 다수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여성 전용 지역구 제안은 시기를 놓친 듯싶기도 하고 또 특정인의 참정권을 훼손시키는 것이어서 선뜻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 사실이다. 그렇지만 늦었다 할 때가 사실은 빠른 때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의 예술로서 예상외의 통 큰 정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에서 이런 제안을 해 본다.

  당연히 만약 일도2동이 여성 전용 지역구로 합의된다면, 한월자-강민숙 이외에도 무소속 포함 제정당 모두에서 보다 많은 여성 정치지망생들로 하여금 후보 등록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만의 후보 등록과 정당 공천 경쟁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그 이후 당선된 지역구 여성 의원의 활약상을 보면서, 앞으로 다른 선거에서도 여성 전용 선거구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이 점에서 만약 이번에 일도2동이 여성 전용 선거구로 합의된다면, 이는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와 관련하여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주춧돌이 될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들이 미리 준비를 하고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고무하고 격려하는 사전정비의 한마당이 될 것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도의원 선거에 발을 들여놓은 남성 후보자들의 선심과 양해가 어려울 듯싶어,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간까지도 괜스레 분란만 일으킨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