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시난강(파인애플을 넣은 필리핀식 볶음밥)을 만들고 있는 로즈마리씨.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서귀포일호광장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문화음식점 '어우렁다우렁'에서 근무하는 쥬빠, 이영옥, 오창옥, 희옌, 로즈마리씨(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결혼 이주 여성들이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문화음식점 '어우렁다우렁'.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서귀포일호광장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다문화음식점 '어우렁다우렁'에서 근무하는 쥬빠, 이영옥, 오창옥, 희옌, 로즈마리씨(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로 사랑을 찾아 떠나온 이주 여성들의 설 맞는 모습과 이들 눈으로 통해본 한국의 설 문화는 어떨까?

설 연휴를 앞 둔 지난 21일. 서귀포 일호광장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다문화음식점 '어우렁다우렁'을 찾았다.

오후 4시쯤 들어선 음식점에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다함께 어울린다는 의미의 상호명과 동일하게 이들은 식사 도중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화 중간 중간 완벽한 제주 사투리를 구사했다. 말 끝에 “~예!”를 붙이는 모습이 ‘외국에서 온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 주방에서 시난강(파인애플을 넣은 필리핀식 볶음밥)을 만들고 있는 로즈마리씨.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필리핀의 제주 격인 '제네럴 산토스'에서 온지 14년 차인 로즈마리씨(필리핀, 동홍동)는 복을 기원하는 새해 모습은 똑같다고 했다. 

한국에서 복을 기원하면서 세뱃돈을 주는 것 처럼 그녀 고향에도 세뱃돈과 같은 돈을 주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들이 동전을 하늘을 향해서 던지면, 아이들은 떨어지는 동전을 받아요”라며 이는 복을 기원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12월 30일에 새해 파티를 한다. 파티에는 동전과 같은 동그란 모양의 음식을 올려 놓는다. 이는 부자가 되길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도 한국에서 떡국을 먹는 것처럼 떡을 새해를 맞으면서 먹는다고 했다. 30일 밤 이 넘어가기 전에 냄비에 물을 끓여 뒀다가 찹쌀로 만든 동그란 모양의 떡 ‘발리따오’를 31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되면 끓는 물 속으로 넣는다.

“'발리따오'가 익으면 물 위로 떠오르는데 그 때 꺼내 먹어요”라며 “떡이 물에 가라 앉았다가 떠오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지만 해결 될 것이다는 의미예요”라고 말했다.

또 로즈마리씨는 “지난 해 12월 30날 밤에 물을 끓여뒀다가 아들 셋과 함께 ‘발리따오’를 해 먹으면서 필리핀식의 새해 맞이를 했어요”라며 오는 설에는 “ 한국식 새해 맞이로 떡국을 해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2년 차 제주댁인 희옌씨(베트남, 보목동)는 “한국 새해 날짜와 베트남 새해 날짜 같아요”라며 베트남도 음력 설을 지낸다고 말했다.

일주일간 연휴가 이어지는 베트남의 설 연휴. "연휴 동안 가족과 친구들끼리 모여 예쁘게 집을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보낸다”며 “제주는 괸당 집 다니면서 인사만 하는데 더 재미있게 설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옌씨의 시댁은 1년에 11번 제사를 지낸다. 때문에 제사 음식 만드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다며 “시어머니와 형님이 음식을 많이 만들고 저는 옆에서 돕기만 해요”라고 했다.

한국 생활 10년 째인 이영옥(중국, 서귀동)씨는 “중국 설은 물만두와 폭죽을 빼 놓으면 안된다”며 “한국의 설은 조상을 모시는 문화가 강하지만 중국은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새해를 맞는 분위기를 설명했다.

▲ 결혼 이주 여성들이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다문화음식점 '어우렁다우렁'.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한편, 다문화 음식점 ‘어우렁더우렁’은 서귀포 이주민센터가 지역 내 결혼 이주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소득기반 조성을 위해 자립형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한국인 담당자 오창옥씨가 중국, 필리핀,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4명과 의기 투합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대표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문의 = 064) 732 – 4774.<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