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기 칼럼] '성장시대'는 가고 '가치시대'가 온다

 설이 지나고 진짜(?) 새해가 시작되었다. 2012년은 제주에게 정말 의미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중에서 ‘1%’라는 강박에서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이것은 철저히 규모의 논리이고 물량의 논리이다. 물론, 필자도 이 1%라는 열패감에 사로잡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시민운동 과정에서도 그것을 느꼈으니. 전국조직을 만들든 무엇을 하든 제주는 늘 전국화의 완성태를 위한 ‘끼워넣기'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이다.

 ‘분권’을 말할때도 결국은 서울 다음은 부산이고, 광주, 대전, 대구 하는 식의 지역 서열구조의 또다른 논리로 곧 변질되고 만다. 때문에 이른바 ‘1% 한계론’을 우리 스스로 반복하는 것은 잘못된 한국의 서울 중심주의, 지역 위계구조의 얼개를 전제하고 그 속에서 제주를 보려는 또 다른 ‘시각의 한계'와 그로 인한 열패감을 자초하는 셈일 뿐이다.

 1%의 제주가 돋보이는 사례들은 많다.
 단순한 예로 제주지역 기부문화의 지표를 읽을 수 있는 공동모금회 모금실적을 보자. 최근 3년간 제주의 모금액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9년 30억이던 것이, 2010년에는 31억, 작년에는 무려 6억 5천이 늘어난 38억에 이른다. 물론 이 수치도 전국규모에 비하면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모금실태가 주로 연말 ‘사랑의 온도계'로 알려진 캠페인에 거의 절대적(75%~85%)으로 의존하는 것에 비추어, 제주는 50% 이상이 연중 모금에 의해 이뤄진다. 그것도 큰 기업들이 없는 제주상황에서 ‘개인'들의 월 정액 모금이 늘 30% 이상을 차지한다. 매년 11억 이상이 개인들에 의해 모이는데, 그 중 매월 1만원 이상 정기 기부하는 사람만 8천명에 이른다. 이런 개인기부 비율은 울산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이다.

 가게운영 수익의 일정분을 기부금으로 내는 ‘착한가게' 참여는 전국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4천개 미만의 착한가게가 있는데, 이 중 제주에만 365개가 있다고 하니 이는 1%가 아니라, 10%를 넘는다. 가히 제주는 ‘수눌움'의 고장이라 할만 하다.

 굳이 이런 저런 데이터들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각광받는 ‘올레'의 파급성이나, 유네스코 3관왕으로 불리는 자연자원의 풍부함과 수려함은 1%의 제주만이 누리는 독보적인 가치들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세계7대경관 선정이라는 것도 씁슬한 기운이 크다. 꼭 세계의 서열구조안에 들어야만 반짝일 수 있는 것이 제주의 풍경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았던 것은 여러 논란거리도 있지만, 이런 뭔가 허탈함이 있기 때문임을 종종 듣게 된다.

  제주에게만 특별히 부여된 특별자치제도 또한 1% 제주만의 중요한 ‘툴'이 된다. 논란도 많고 도민들은 여전히 불만족 상태이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1% 제주가 99%의 전국을 먹여살리거나, 적어도 나라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전형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논리, 성장 논리로만 볼때 1%라는 한계를 벗어나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논리는 이미 뒤쳐진 시대의 그것일뿐이다. 예컨대, 앞서의 모금실태를 기반으로 기부문화가 잘 만들어진 나눔의 도시로서 제주를 설계해보면 어떨까? 여행나눔, 일자리 나눔, 나눔 축제 같은 파생 소프트웨어들을 얼마든지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적인 ‘나눔의 도시'로 제주가 알려지면 어떨까?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미래예측가이자 국제정세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앞으로는 ‘정신문화가 경쟁하는 시대’ 임을 예측하고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의 문화, 공정하고 수준높은 투표문화, 사회적 책임에 민감한 기업과 시장문화 등이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이미 지당한 얘기일 수 있지만,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곱씹어볼 제언이다.

  성장의 시대는 지났다. 성장이 가치를 쫓는 시대다. 그 가치를 제대로 매개해야 그나마의 성장도 담보될 수 있다. 양보다는 질,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규모보다는 의미있고 연결되는 독립적 개체들의 설계 같은 방식의 발전양식을 고민해 보자.

▲ 고유기 민주통합당제주도당 정책실장
 ‘1%’는 돌파해야 할 요원한 ‘한계'아니라,  제주를 미래 인류의 대안가치이자  희소성 크고 그 만큼 귀한 것으로 키우기 위해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상징적 의미의 수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유기 민주통합당제주도당 정책실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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