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태생의 미국 작가 마리오 우레베씨(Mario Uribe)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내년 4.3작품 전시를 앞두고

[인터뷰] 美 캘리포니아서 4.3전시회 여는 마리오 우레베·다이안 에반스

“제주 4.3은 제주도민만의 역사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것이 내가 전시를 하게 된 이유다.”

4.3사건이라는 제주의 뼈아픈 역사가 태평양 건너 미국 땅을 밟게 된다. 내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에서 4.3작품전이 열린다.

이 같은 움직임의 중심에 벽안의 예술가가 있었다. 멕시코 출신의 미국 작가인 마리오 우레베(Mario Uribe)씨. 지난 2008년 제주에서 4.3의 아픈 기억이 치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업 12점을 펼쳐냈던 주인공이다.

제주도민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그가 이토록 4.3에 마음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회에 앞서 작품 선정을 위해 지난 26일 제주를 찾은 마리오 우레베씨 부부와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의 관장 다이안 에반스(Diane Evans)씨 일행을 30일 제주시 아트스페이스C에서 만났다.

▲ 멕시코 태생의 미국 작가 마리오 우레베(Mario Uribe)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마리오씨는 “올 때마다 점점 커지는 모습이 놀랍다”고 4년 만에 제주를 찾은 소감을 말했다.

그와 제주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북제주군과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시의 자매결연 10주년 기념사업인 벽화프로젝트의 디렉터로 제주와 첫 만남을 가졌다.

“2006년 그때는 4.3에 대한 얘기만 들었지 작업을 본 건 아니다. 2007년 다시 제주에 왔을 때 작업을 직접 보고서 인상을 받았고, 또 4.3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또 미국과도 연관이 돼 돌아가서 이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슬픔을 나눌수록 고통과 슬픔을 겪었던 이들이 치유를 받게 되지 않을까”라며 “4.3에 대한 내용을 전달해주는 측면뿐만이 아니라 예술로써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업이어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전시 유치를 마음을 먹은 그는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한국에 있는 안 관장도 작가들과 접촉하며 4.3관련 작품을 모았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고나서야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과 전시 개최를 확정 지었다. 겨우 한숨 돌리나 싶더니 박물관 이사 문제로 또 다시 전시회 일정이 흐려지게 됐다. 그래도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시회를 밀어부쳤다.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린 뒤 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이들. 다이안 관장은 “일단 카탈로그를 보면서 작품을 고른다. 그러나 평면적으로 보면 색채나 크기를 작은지 큰지 가늠할 수 없어서 직접 보기 위해 이번에 오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를 방문하거나 (아트스페이스C)에 가져오거나 직접 보면서 작품을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일일히 골라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 물었다. “작품이 잘되고 못 되고에 초점이 맞춘 것이 아니라 미국에 4.3을 소개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4.3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마리오씨 일행은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들을 살폈다. 특히 강요배 화백에 대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작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작품의 퀄리티 텍스쳐, 드로잉, 구성 모두”

이들은 수송문제, 번역문제 등 안 관장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은 뒤 30여 작품 정도를 추려내 전시하게 된다. 소노마 카운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다이안 관장은 “아주 놀라운 작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좋다. 또 미국사람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좋다. 이 (4.3이라는) 역사는 제주도민의 역사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리오 작가도 한 마디 보탰다. “돌 하나를 던지면 연못에 퍼져나가지 않느냐. 소노마 카운티에서 시작하면 샌프란시스코에 제주 4.3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오는 1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더욱 바빠지게 됐다.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이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돼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전시를 준비하게 된다. 또한 재정지원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를 널리 소개할 지원을 받기 위해 또 다시 분주해진다.

“우리나 안 관장이나 할일이 아주 많아 앞으로 더 바빠지겠다”고 말하는 이들. 머나먼 섬의 역사적 사건을 함께 껴안은 이들이야 말로 민간 평화사절단이 아닐까.

▲ 내년 4.3작품 전시를 앞두고 "앞으로 할일이 더 많다"며 너스레를 떠는 마리오 우레베(Mario Uribe)작가와 다이안 에반스(Diane Evans)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 관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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