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탐라국 입춘굿놀이 포스터. ⓒ제주의소리
2012 탐라국 입춘굿놀이 총감독을 맡은 최상돈씨. ⓒ제주의소리

‘탐라국 입춘굿놀이' 제대로 즐기기 ② 최상돈 총감독이 말하는 관람포인트

▲ 2012 탐라국 입춘굿놀이 총감독을 맡은 최상돈씨. ⓒ제주의소리

“전국에서 유일한 '입춘굿놀이', '제주 굿'이 우리의 삶 자체라는 것을 도민들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3일부터 4일까지 제주시 일대에서 펼쳐지는 ‘탐라국 입춘굿 놀이’ 축제의 지휘총감독을 맡은 최상돈씨는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 1월 본격적인 축제 준비에 들어가면서 “올해로 입춘굿의 역사성과 주제의식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데군데 모양새를 바꾼 입춘굿놀이가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우선 입춘굿축제 첫 순서인 낭쉐코사와 제주시청서부터 목관아로 이어지는 행렬이 새로워졌다. 낭쉐의 의미가 축소되고, 이를 대신해 <세경본풀이>에 등장하는 농경신인 자청비 신상을 제작했다.

최 감독은 “본디 낭쉐는 탐라왕이 농사법을 백성들에게 시연하는 소품일 뿐이지 비념의 대상은 아니였다”며 “낭쉐의 의미가 지나치게 커져 우리가 모셔야 할 세경 신상처럼 돼버린 상황을 고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청비는 인간의 몸으로 하늘나라에서 씨앗을 가져와 신격화 됐다. 때문에 인간과 가장 가꿍 신이라는 점과 자청비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입춘굿놀이 신상에 걸맞는다”며 “초창기 입춘굿놀이 복원을 시작할 때는 자청비 걸개그림이 등장했는데 어느새 아예 자청비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매해 새롭게 제작된 낭쉐를 보는 것이 입춘굿놀이의 커다란 재미로 꼽혔던 터라 이에 대한 지적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본 의미를 찾게 됐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고 최 감독은 말했다.

“또한 이번에 만든 세경신상은 앞으로 계속 쓰게 될 것이다. 신상을 제대로 갖춰 모시고 이를 대대로 물려쓰는 것도 굿의 일부”라며 “낭쉐는 각 마을에서도 만드는 것이 풍습이었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 2012년 탐라국 입춘굿놀이 포스터. ⓒ제주의소리

올해부터는 입춘굿의 요모조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입춘굿소품전’도 펼쳐진다. 이전에도 제주 지전(기메)과 무구 전시회, 기메전 등의 소품 전시회는 있었지만 '입춘굿' 본연의 의미를 살린 전시회는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변화를 꾀한 것이다.

또한 입춘 굿이 목관아 앞마당에서 펼쳐지게 됐다. 이전에는 관덕정 마루에서 굿판이 열려 관계자들과 촬영나온 커다란 카메라들이 마루를 에워싸고 나면 막상 굿을 보러 온 관객들은 편하게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올해부터는 입춘굿을 목관아 앞마당에서 열어 시민들이 오며가며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입춘굿을 벌이기 전 ‘큰대세움’이라는 의식을 새로 넣었다. ‘큰대’는 신이 내려오는 길이다. 긴 대나무를 제장에 세우는데, 이 대에 긴 무명을 묶어 매어 제장에 연결시킨다. 이 줄이 바로 신이 건너오는 ‘다리’다. 최 감독은 “큰대를 세울 때 관객들도 함께 한다. 비록 과정의 일부이지만 그냥 ‘보기’만 하는 굿이 아니라 직접 굿에 참여하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도민들이 '굿'이 우리 삶과 가깝다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 사실 굿은 우리네 민중의 삶 자체인데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외래문화가 유입되면서 이것들이 외면을 받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즐기길 바란다. 책자도 꼼꼼히 읽어보고, 행위자들에게 질문도 하고, 박수도 신나게 쳐가면서 말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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