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의료원 전경. <제주의소리 DB>
지법, 퇴직자 6명 승소판결...서귀포의료원 퇴직금 대란오나?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퇴직금 지급비율을 낮추기로 합의했더라도 직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다면 입사 당시 퇴직금 산정기준을 적용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퇴임직원 6명(소송인)에게 모두 16억60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서귀포의료원은 이번 판결로 1억462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1998년 입사 이전 직원들의 퇴직금도 높여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신숙희)는 2011년 1월말 서귀포의료원을 퇴사한 송모(57)씨 등 6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관련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모두 1억4619만원의 퇴직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1983년 서귀포의료원 설립 당시 입사한 평균 근수연수 26년차의 퇴직자들다. 정년에 맞춰 연쇄적으로 퇴임을 하면서, 입사 당시 정한 퇴직금보다 받은 돈의 액수가 적자 소송을 제기했다.

기능직 5급으로 2011년 1월말 퇴직한 송씨의 경우 입사 당시 퇴직금 산정기준을 적용하면 퇴사와 함께 총 4억3803만원을 퇴직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그러나 의료원은 1999년 1월1일 사측과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퇴직금 규정'을 내세워 4489만원이 적은 3억9313만원만 지급했다.

노사협의회의 퇴직금 조정은 1997년 IMF가 터지면서 당시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가 '지방공사의료원 구조조정 지침'을 통해 퇴직금지급율을 낮추라고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노사협의회에는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 각각 6명씩 참여해 합의하고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1999년부터 퇴직금을 낮췄다. 노사협의회 현장에는 이번 소송을 제기한 고모(58.여)씨도 있었다.

소송에서 원고들은 입사 이후 변경된 보수규정은 원고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방법을 거치지 않고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며 사측이 추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원은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거친 규정을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인 만큼 퇴직급 지급은 적법하다고 맞섰다. 더욱이 보수규정 개정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고씨는 해당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에 1999년 개정된 보수규정이 유효한지 여부를 먼저 따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판부는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퇴직금 산정비율 축소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노사협의회에 참석한 근로자 대표가 직원들의 대신해 동의를 할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해석이다. 근로자위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재판부는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대표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근로기준법 94조1항에 정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내지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에게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개정했다는 사유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은 없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퇴직금 산정 기준은 입사 당시 규정"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서귀포의료원은 소송을 제기한 송씨에게 4489만원(총퇴직금 4억3803만원), 김씨 2284만원(2억8257만원), 고씨 2044만원(2억2669만원) 등 6명에게 모두 1억4619만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송의 발단이 된 1999년 보수규정 이전 입사직원의 줄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기간 입사한 직원은 현재 76명 내외로 확인되고 있다.

사측이 최종 패소할 경우, 서귀포의료원은 약 10억원상당의 퇴직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서귀포의료원 관계자는 "소송 결과를 아직 정식으로 통보받지 못했다. 변호인단과 논의를 할 것"며 "법적 소송이 이뤄진 만큼 항소를 통해 이번 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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