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되돌려야

신비롭다. 합리적 의심은 일부의 부정적 견해이고 흠집내기 일뿐이다.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해괴하고 비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라고 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논란에 대한 정운찬 전 위원장의 발언이다. 언론의 합리적 의심과 의혹제기를 해괴하고 비상식적인 것으로 몰아부친다. 제주도정도 마찬가지다.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몰상식과 몰이해 때문이란다.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화요금에 대해서는 마케팅 비용치고는 저렴한 축이라고 한다.

경이롭다.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 그들의 신념이 놀랍다. 의혹을 용납하지 않는 신념은 신화가 되어 버린다. 신화 앞에 과연 어떤 비판이 가능할 것인가. 제주도정은 7대 자연경관 선정이라는 신화 앞에 엎드렸다. 마치 신탁이라도 받는 제사장처럼 말이다.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온갖 현실의 모순을 한 순간에 해결하는 7대자연경관이라는 신탁의 목소리가.

불가사의다. 제주도민의 모든 열망과 욕망이 7대 자연경관 선정이라는 용광로에 담겨 녹아버렸다. 7대 자연경관 선정이라는 승리의 종소리를 얻기 위해 제주도는 앞장섰고 우근민 지사는 독려했다. 공무원들은 매일 수십 수백 통의 전화를 돌렸다. 그 열광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자진해서 자동기계장치가 되었다. 창고 안에 잠자고 있던 '동원'과 '할당'이라는 단어가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7대자연경관이라는 거신의 발자국 소리가 우리들의 귀를 막기 시작했다.

맹목이다. 남의 말은 듣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믿지 않는 자는 애향심이 없는 자다. 경제적 파급효과 운운하며 이렇게 묻는다. "너희들은 단 한번이라도 제주를 위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뛰어본적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거꾸로 달리는 달리기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사랑이냐고.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되돌려야 하지 않느냐고.

위험하다. 제주도민이 힘을 합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 무책임한 수사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하면 된다라는 말은 전쟁의 수사학이다. 조지고 패고, 비틀어 짜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다름의 위에서 경중을 가리는 것이 행정의 길이고, 도정 책임자의 길이다. 하지만 우근민 지사는 오해하고 있다. 그 맹목의 오해가 위험하고 음험하다.

외설이다. 비판에 귀막은 행정은 도착이다. 합리화할 수 없는 것을 합리화하려는, 자기만족이다. 자위다. 무엇이든지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전시적 태도이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의존이다. 마치 자신이 성적으로 얼마나 위대한지를 과시하기 위해 섹스장면을 비디오로 남기는 도착적 의존증이다. 이 지독한 도착증을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 김동현. ⓒ제주의소리

탐욕이다. 도민들의 열의와 열망을 세계7대 자연경관이라는 이벤트에 동원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이 놀랍다. 사람들의 열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행정과 국가의 탐욕이 놀랍다. 맹목이 맹신을 낳고 맹신은 우리 모두를 도착에 이르게 했다. 그러면 남은 길은. 고백하는 길이다. 우리 모두가 걸어온 길이 조금 이상한 길이라는 사실을. 그 고통스런 고백을 할 용기가 우근민 도정에 남아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김동현 국민대 대학원 박사과정(현대문학 전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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